모든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병원 감염성 슈퍼박테리아(일명 NDM-1)가 등장해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이종구)는 슈퍼박테리아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내성균 출현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전국 27개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주요 내성균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 슈퍼박테리아는 작년 인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스웨덴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던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카디프 대학 티모시 웰시 박사팀은 ‘란셋 전염병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일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NDM-1’으로 명명된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으며,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향후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항생제를 써도 치료가 불가능한 신종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 1명이 벨기에에서 숨졌고, 영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슈퍼박테리아는 ‘뉴델리 메탈로-락타마제-1(NDM-1)’이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로 이 효소는 가장 최신의 항생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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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 박테리아-항생제-내성 유전자 삼각고리
그렇다면 이 슈퍼박테리아란 무엇이며 왜 출현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자.
슈퍼박테리아란 기존의 항생제로는 치료가 통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균주를 일컫는다. 이번에 영국 의학계가 보고한 NDM-1균주도 이러한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슈퍼박테리아는 인류가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와 박테리아가 이 항생제에 대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는 이른바 ‘형질획득’의 절차를 통해 출현한다.
즉 슈퍼박테리아 출현의 삼각 고리는 박테리아-항생제-내성 유전자로 볼 수 있다. 항생제와 내성 유전자는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1928년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경은 페니실리엄속에 속하는 곰팡이가 자라는 주변에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플레밍은 곰팡이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무너뜨리는 기작으로 박테리아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물질이 페니실린이며 페니실린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다.
일반적으로 토양 속에 생존하는 미생물은 주위 영영분을 독식하기 주변의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페니실린도 그같은 물질의 하나이다. 인류가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란 것은 사실은 미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다른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인 셈이다.
항생제는 페니실린의 경우와 같이 미생물이 만드는 자연의 항생물질을 응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미생물도 생물이기 때문에 미생물만의 독특한 대사과정과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과학자들은 이점에 착안해 특정대사과정이나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생물질을 개발하곤 한다.
예를 들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리보솜의 경우 박테리아가 만드는 리보솜과 인간이 만드는 리보솜은 차이가 있는데, 박테리아가 만드는 리보솜을 목표로 항생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페니실린의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만드는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라는 세포벽을 목표로 만든 항생제로 볼 수 있다.
페니실린과 같이 초기의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자연항생제’라고 부른다. 이 자연항생제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부분적으로 변형을 가한 ‘부분합성 항생제’이며 페니실린 발견 이후 인류는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페니실리엄 곰팡이는 주위의 박테리아를 죽이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면서도 곰팡이 스스로는 이에 죽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곰팡이가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에 대해 내성을 갖는 이른바 ‘내성 유전자’를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미생물은 저마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 다른 미생물을 죽이기 위한 물질(항생물질)을 분비할 뿐만 아니라, 항생물질에 대해 살기 위한 내성 유전자 또한 갖고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 내성 유전자 '형질획득' 등으로 항생제 극복
보통 박테리아는 이 내성유전자를 플라스미드(Plasmid)란 형태의 DNA로 갖는다. 플라스미드 DNA는 박테리아 게놈 DNA와는 달리 박테리아가 갖는 일종의 여분의 DNA로써 복제가 용이해 다른 박테리아로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즉 A라는 박테리아에 대해 인류가 B라는 항생물질을 개발하면, A박테리아는 C라는 다른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B항생물질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주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자연선택을 통한 일종의 ‘형질획득’이라고 말한다. 형질획득은 돌연변이와는 차이가 있다. 돌연변이는 박테리아 DNA 스스로가 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갖는 현상을 말하는 반면, 형질 획득은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박테리아는 돌연변이와 형질획득 등의 방법으로 내성을 갖는다.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 획득을 통해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 항생제가 목표물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항생제의 3차원 구조를 바꾸는 방법, 항생제가 박테리아 세포벽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내성을 갖는다.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플라스미드를 필요에 따라 갖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버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경우 즉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서는 박테리아가 플라스미드를 갖는 것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박테리아는 항생제가 범람하는 특이한 환경에 처할 경우에 한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형질획득’하는 것이다. 반대로 항생제가 적절히 통제돼서 사용되는 환경이라면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버리고 생존함으로써 내성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인류가 만든 항생제 남용의 결과이며 인류가 항생제를 만드는 동안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인류가 하나의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1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박테리아의 경우에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면 얼마 안 있어 순식간에 내성유전자를 획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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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 적절히 통제하면 슈퍼박테리아 출현 막을수도
인류가 항생제를 개발하면 이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곧이어 출몰하기 때문에 박테리아와 인류와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역으로 항생제를 올바로 사용한다면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석영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박테리아도 생물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항생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역으로 항생제를 적절한 양으로 처방하고 사용기간을 줄인다면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이종구)는 슈퍼박테리아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내성균 출현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전국 27개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주요 내성균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 슈퍼박테리아는 작년 인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스웨덴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던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카디프 대학 티모시 웰시 박사팀은 ‘란셋 전염병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일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NDM-1’으로 명명된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으며,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향후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항생제를 써도 치료가 불가능한 신종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 1명이 벨기에에서 숨졌고, 영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슈퍼박테리아는 ‘뉴델리 메탈로-락타마제-1(NDM-1)’이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로 이 효소는 가장 최신의 항생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박테리아-항생제-내성 유전자 삼각고리
그렇다면 이 슈퍼박테리아란 무엇이며 왜 출현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자.
슈퍼박테리아란 기존의 항생제로는 치료가 통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균주를 일컫는다. 이번에 영국 의학계가 보고한 NDM-1균주도 이러한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슈퍼박테리아는 인류가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와 박테리아가 이 항생제에 대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는 이른바 ‘형질획득’의 절차를 통해 출현한다.
즉 슈퍼박테리아 출현의 삼각 고리는 박테리아-항생제-내성 유전자로 볼 수 있다. 항생제와 내성 유전자는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1928년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경은 페니실리엄속에 속하는 곰팡이가 자라는 주변에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플레밍은 곰팡이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무너뜨리는 기작으로 박테리아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물질이 페니실린이며 페니실린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다.
일반적으로 토양 속에 생존하는 미생물은 주위 영영분을 독식하기 주변의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페니실린도 그같은 물질의 하나이다. 인류가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란 것은 사실은 미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다른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인 셈이다.
항생제는 페니실린의 경우와 같이 미생물이 만드는 자연의 항생물질을 응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미생물도 생물이기 때문에 미생물만의 독특한 대사과정과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과학자들은 이점에 착안해 특정대사과정이나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생물질을 개발하곤 한다.
예를 들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리보솜의 경우 박테리아가 만드는 리보솜과 인간이 만드는 리보솜은 차이가 있는데, 박테리아가 만드는 리보솜을 목표로 항생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페니실린의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만드는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라는 세포벽을 목표로 만든 항생제로 볼 수 있다.
페니실린과 같이 초기의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자연항생제’라고 부른다. 이 자연항생제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부분적으로 변형을 가한 ‘부분합성 항생제’이며 페니실린 발견 이후 인류는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페니실리엄 곰팡이는 주위의 박테리아를 죽이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면서도 곰팡이 스스로는 이에 죽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곰팡이가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에 대해 내성을 갖는 이른바 ‘내성 유전자’를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미생물은 저마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 다른 미생물을 죽이기 위한 물질(항생물질)을 분비할 뿐만 아니라, 항생물질에 대해 살기 위한 내성 유전자 또한 갖고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 내성 유전자 '형질획득' 등으로 항생제 극복
보통 박테리아는 이 내성유전자를 플라스미드(Plasmid)란 형태의 DNA로 갖는다. 플라스미드 DNA는 박테리아 게놈 DNA와는 달리 박테리아가 갖는 일종의 여분의 DNA로써 복제가 용이해 다른 박테리아로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즉 A라는 박테리아에 대해 인류가 B라는 항생물질을 개발하면, A박테리아는 C라는 다른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B항생물질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주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자연선택을 통한 일종의 ‘형질획득’이라고 말한다. 형질획득은 돌연변이와는 차이가 있다. 돌연변이는 박테리아 DNA 스스로가 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갖는 현상을 말하는 반면, 형질 획득은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박테리아는 돌연변이와 형질획득 등의 방법으로 내성을 갖는다.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 획득을 통해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 항생제가 목표물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항생제의 3차원 구조를 바꾸는 방법, 항생제가 박테리아 세포벽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내성을 갖는다.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플라스미드를 필요에 따라 갖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버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경우 즉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서는 박테리아가 플라스미드를 갖는 것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박테리아는 항생제가 범람하는 특이한 환경에 처할 경우에 한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형질획득’하는 것이다. 반대로 항생제가 적절히 통제돼서 사용되는 환경이라면 박테리아는 이 내성 유전자를 갖는 플라스미드를 버리고 생존함으로써 내성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인류가 만든 항생제 남용의 결과이며 인류가 항생제를 만드는 동안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인류가 하나의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1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박테리아의 경우에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면 얼마 안 있어 순식간에 내성유전자를 획득한다는 점이다.
항생제 남용 적절히 통제하면 슈퍼박테리아 출현 막을수도
인류가 항생제를 개발하면 이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곧이어 출몰하기 때문에 박테리아와 인류와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역으로 항생제를 올바로 사용한다면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석영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박테리아도 생물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항생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역으로 항생제를 적절한 양으로 처방하고 사용기간을 줄인다면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8-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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