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은 지겹고 무기력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주말이나 휴가가 찾아오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엔 공포영화를 찾아 극장으로 가거나, 짜릿한 놀이기구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우린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그간 쌓여온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리는 것 같고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인데, 사실 이것은 자신을 고통으로 밀어 넣는 자학행위가 될 수도 있다. 자극적인 행동들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원리를 찾아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공포영화로 스트레스 해소되는 원리여름에는 보통 공포영화 한편씩은 관람하기 마련이다. TV프로그램들에서도 납량특집으로 갖가지 무서운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공포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그 두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약간의 우월감이나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포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더 중요한 원리는 다른데 있다. 사실 공포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는 하지만 영화관람 도중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잔인한 장면이나 섬뜩한 장면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이나 괴물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온몸이 긴장하게 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즉 공포는 스트레스를 받기 위해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지겨운데 그럼 왜 공포영화를 보러 가는가. 그것은 스트레스의 종류가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보며 공포에 의해 느끼는 스트레스는 뇌를 자극해 아드레날린(adrenalin)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와 함께 혈류량이 증가하며 땀이 나고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영화는 픽션이며 난 저 주인공들을 밖에서 관람하는 제 3자일 뿐, 나와는 관계없다’ 라는 안도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 긴장감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포로 인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뇌는 엔도르핀(endorphin)도 분비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해소 가능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으러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 것이다.
공포를 통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다. 암벽등반이나 위험해 보이는 놀이기구를 탈 때도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위험해 보이는 일을 할 때 우린 보통 스릴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는 ‘내가 하는 이 일이 잘못되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짜릿한 스포츠나 놀이기구를 탈 때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사실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 존재하기에 스릴과 공포를 느끼고 안전하게 끝냈을 때 안도감과 함께 긴장감이 완화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매운 것은 맛이 아닌 통증
이런 스트레스 해소의 원리는 먹을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날이면 매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입맛에 당기게 되며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게 된다.
매운 음식 또한 사실은 우리 몸에 고통을 주는 행동이다. 혀는 매운 맛을 느낄 때, ‘맛’이 아닌 ‘통증’으로 느낀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혀가 얼얼하고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 통증을 달래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매운맛이 야기하는 통증을 억제하기 위해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경기불황시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의 원인도 알게 해준다.
게다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이란 물질은 소화촉진, 다이어트, 심지어 항암효과까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과하면 좋지 않은 법,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기분 좋아져
또 우린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온몸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달리다 보면 어느 정도 기분이 차분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달리는 것 외에도 힘든 운동을 하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운동 역시 우리 몸에 스트레스와 통증을 가져온다.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호흡량과 혈류량, 그리고 평소보다 과도한 근육의 운동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나며 근육통이 오는 등 통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을 했다면 그날 저녁부터 시작해 다음날까지 여기저기 쑤시는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우선 운동을 하게 되면 우린 일종의 성취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목표량을 달성했거나 단체 운동의 경우 상대방 팀을 이겼을 때,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을 때 등으로 성취감과 함께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운동장 10바퀴를 완주하겠다’ 는 목표를 세우고 5바퀴를 돌 때쯤이면 숨이 가쁘고 다리가 아프며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참고 완주하게 되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들게 된다.
또한 운동을 통해서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앞서 말한 평소 상태와는 다른 몸의 긴장감과 통증 속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해 뇌에선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과도한 운동을 하다보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운동 도중 부상을 당해도 별로 아프지 않은 듯 하지만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쉴 때 훨씬 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도 통증을 잊게 해주는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런 엔도르핀 분비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된다.
통증과 불안감이 유발하는 긴장감과 엔도르핀 분비
앞서 소개한 스트레스 해소법들은 모두 자신에게 스스로 고통이나 통증,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학을 한다고 할만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 삶에 활력소가 된다. 또한 그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져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엔도르핀은 진통제로 잘 알려진 모르핀의 약 200배에 달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천연 진통제다. 그 효과가 매우 높아 ‘천연 마약’이라고까지 불리는 엔도르핀은 통증을 잊게 해주고 공포나 불안감 등을 억제시키면서 즐거움을 주게 된다. 여성들이 그 엄청난 출산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이유도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즐겁거나 행복할 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엔도르핀은 앞서 말했듯이 고통이나 공포, 불안감 등에 의한 스트레스 발생시 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뇌에서 분비되는 것이다. 즉, 즐거워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기보다 엔도르핀이 분비돼서 통증과 불안감, 스트레스를 해소해 즐거워진다고 볼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자신의 적정량을 찾아야
그렇다고 일부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순간순간 발생하는 적절한 양의 스트레스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두통, 근육통, 위산과다분비 등의 부정적 현상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과도한 운동으로 받게 되는 신체적 스트레스 또한 관절질환이나 부상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매운 음식이나 공포, 운동 등으로 발생하는 통증이나 불안감의 정도는 개인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내가 보기엔 적절한 공포나 통증일지 몰라도 예민하거나 심신이 약한 사람에겐 엄청난 통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력이 견뎌낼 만한 적정량의 운동량이나 공포심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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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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