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삼복도 말복만을 남겨두면서 바야흐로 피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피서(避暑)’는 문자 그대로 더위를 피한다는 뜻이다. 기왕 피서를 갈 거면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지만 더불어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다면 한층 더 즐거운 피서가 될 수 있다.
피서지의 양대 산맥은 역시 산과 바다이다. 피서철이 되면 주요 방송사는 바닷가 해변을 가득 메운 파라솔과 파라솔 밑에서 휴가를 즐기는 인산인해의 피서객들의 모습을 방송하곤 한다. 이에 비해 산의 경우 바닷가보다는 조금은 덜 인파가 몰리면서 한적한 피서지로 인식되고 있다.
산림욕이라는 산이 주는 천연의 건강효과로 인해 최근 산을 찾는 피서객도 늘고 있다. 산이 주는 자연의 건강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자연이 주는 천연건강제, 피톤치드
‘피톤치드’라는 말을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자연적인 면역기능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에서 나오는 각종 항균성 물질을 이르는 말로 주성분은 테르펜으로 알려졌다. 1943년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러시아어로 ‘식물’이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cide’를 합성해서 피톤치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왁스먼은 1952년 결핵 항생물질인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을 발견해 결핵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왁스먼은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했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뤄진다. 피톤치드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의 면역세포에는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와 병원균을 죽이는 T세포, 그리고 NK세포(자연살해 세포) 등이 있는데, 피톤치드는 바로 이 NK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피톤치드는 휴가철인 7월~8월에 배출량이 최대이며 주로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국내 최고의 삼림욕장으로 매년 수많은 휴가객이 방문하곤 한다.
여의치 못하다면 꼭 삼림욕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피톤치드 관련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피톤치드 방향제 등을 꼽을 수 있다.
항암제 탁솔(Taxol) 역시 식물을 활용했다. 탁솔은 주목나무의 주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유방암, 난소암 등의 항암제로 쓰인다. 탁솔은 세포주기에 관여하는 방법으로 항암효과를 갖는다.
암세포를 포함해 모든 세포는 G1-S-G2-M의 세포 주기를 갖는다. 탁솔은 세포분열 주기 중 M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튜불(microtubule)의 역할을 저해하는 기작을 통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세포주기는 DNA합성전기인 G1, DNA합성인 S, DNA합성후기인 G2, 핵이 분열하는 M기로 이뤄진다. 세포가 세포주기에 따라 DNA를 합성하고 세포분열을 하면 세포는 2개의 세포로 분열하며 증식을 하는 것이다.
피톤치드와 탁솔의 예처럼 식물은 다양한 천연물질을 통해 인류에게 무한한 의학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숲의 영양제 피톤치드를 살펴봤다면 이제 바다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바다로 피서를 갈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뜨거운 햇볕에 노출될 경우 선번(sun burn)과 같은 자외선에 의한 부작용이다. 주지하다시피 피부가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부노화, 선번 등의 부작용이 일어난다.
열충격단백질, 과하면 몸에 해롭지만 적당할 경우 몸에 좋아
인간의 몸은 자연적으로 장시간 자외선 노출과 같은 열충격(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인체 대응 기작을 갖고 있다. 인체는 열충격을 받을 경우 세포는 자연적으로 이에 대응하는 열충격반응(heat shock response)을 일으킨다.
열충격반응에는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이 주요 역할을 한다. 열충격단백질은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때문에 과학계의 주목을 받는데 스트레스를 완화하기도 하지만 과발현될 경우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열충격단백질은 박테리아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체가 다 갖고 있다. 열충격단백질은 단백질의 질량에 따라 이름 옆에 숫자를 불러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단백질의 질량이 60 킬로달톤이면 Hsp60이라고 부른다. 달톤은 단백질의 질량단위이다.
말 그대로 열충격단백질은 우리가 방사선이나 자외선 노출 등 열충격을 받았을 때 세포가 이에 대한 반응기작으로 생성한다. 열충격단백질은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완화외에도 열충격단백질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단백질 폴딩을 돕는 역할은 그 중의 하나이다. 열충격단백질은 단백질의 3차 구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샤프론(chaperone) 패밀리의 일원이다. 세포 내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단백질은 폴딩(folding)이라는 단백질이 구조적으로 굽혀지는 과정을 거쳐 활성화되는데, 샤프론은 이 단백질의 폴딩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열충격단백질은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세포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노화단백질은 세포공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열충격단백질이 인체에 해로운 작용을 하기도 한다. 너무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열충격단백질이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고 이처럼 과발현된 열충격단백질은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한 예로 암세포에서의 열충격단백질의 역할을 꼽을 수 있다.
열충격단백질은 세포자살을 막아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는 세포자살을 통해 스스로 소멸해야 인체에 도움이 되는데 열충격단백질은 세포자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기능을 저해함으로서 세포자살을 억제하는 것이다.
열충격단백질은 스트레스 단백질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는데, 세포 내에서 열충격을 비롯한 다양한 세포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열충격반응을 스트레스반응이라고도 부른다.
열충격단백질(스트레스 단백질)과 관련해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오히려 몸에 좋은 것으로 보고됐다. 예를 들어 인체가 감당할 만한 저준위 방사능이 상존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방사능이 없는 지역 주민보다 더 건강하게 산다는 연구결과가 기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세포가 감내할 수준의 스트레스(위의 예처럼 저준위 방사능 노출)라면 이에 대한 세포의 반응 기작으로 생성되는 스트레스 단백질이 세포내의 손상된 단백질을 복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피서지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엄청난 시간, 피서지마다 북적대는 사람들 등 즐거운 피서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동행하기 마련이다. 너무 짜증만내지 말고 그냥 한 번 크게 웃음으로 넘기는 것은 어떨까?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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