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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0-07-22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진흙을 뒤집어 쓴 이유 진흙의 이로운 효능… 항균작용, 피부 미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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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당시 최고 액션배우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주연으로 한 ‘프레데터’라는 영화가 개봉됐었다. 숲의 보호색을 띠고 온몸에 첨단장치를 구비한 외계생명체 프레데터와의 싸움을 그린 SF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외계생명체에 쫓기던 주인공은 강가의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도망가는 걸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프레데터는 눈 앞의 주인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다. 일촉즉발의 그 순간을 넘길 수 있게 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거부터 다양하게 사용된 진흙

SF물에서는 과학적 상상력이 더해지기도 하고 과학적 사실이 녹아 있기도 하다. 이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적 내용은 바로 ‘진흙’이다.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준 장치로써 진흙이 그 몫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인간을 포함한 항온동물은 적외선을 방출한다. 이 때문에 적외선 탐지기를 장착한 프레데터가 어둠 속에서도 생명체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흙은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차단해 버린다. 뿐만 아니라 약간이나마 방출되는 적외선마저 진흙가루가 사방으로 산란시켜 버린다. 한마디로 진흙은 적외선으로 사물을 인지하던 외계생명체가 주인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진흙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만 유용한 물질은 아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진흙을 일상생활에 이용했다. 고대 이집트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진흙을 이용해 화장을 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도 백토분을 피부미용과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진흙은 주술적인 성격으로도 사용됐다. 선비들이 과거에 응시할 때 관가나 문묘의 문턱에 흙을 칠하고 과거장에 들어서면 글을 잘 짓거나 글씨를 잘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었다. 또한 상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진흙은 부적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서 흙을 가져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이마에 진흙칠을 해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항균, 피부 미용… 진흙에 숨겨진 이로운 효능

본초강목에서는 “붉은 흙인 적토를 얼굴에 바르면 기미나 여드름이 없어진다”고 적고 있다. 조선 중기 이규경의 문집에서도 진흙으로 집을 지어 아픈 사람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진흙은 치료제로도 자주 애용됐다. 그렇다면 진흙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 걸까?

우선 진흙에는 항균 작용의 효능이 있어 외상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 상처가 난 부위와 그 부근까지 혈액과 림프순환이 원활하도록 해준다. 그 결과 염증이 인접조직이나 세포로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몸에 해로운 균을 잡아먹는 다른 균들을 배양시켜 염증성 분해물을 제거해주기도 하며, 상처 재생을 촉진시켜주고 후유증을 없애주는 효능도 있다.

진흙에는 물질대사의 기능을 높이고 물질의 배설을 촉진시키는 효능도 있다. 이는 진흙에 있는 카탈라아제와 글루타티온 때문이다. 효소인 카탈라아제는 체내에 독성을 유발시키는 과산화수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트리펩티드(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하나인 글루타티온은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고 에너지 대사를 호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진흙은 진통 및 진정작용과 함께 인체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도 한다.

피부미용에 탁월한 보령의 진흙

세계적으로 진흙이 유명한 곳은 많다. 특히 이스라엘 사해산, 캐나다 콜롬비아 해안, 러시아 바이칼 호수, 뉴질랜드 화산의 진흙 등이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청남도 보령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이 진흙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머드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도 지난 17일부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보령의 진흙은 특히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앞바다 천수만의 개펄이 염도도 낮고 칼슘·마그네슘·나트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흙은 요리, 염색, 사우나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지만 요즘은 미용제품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추세이다. 보령 진흙도 지난 1996년부터 상품화되기 시작해 머드팩 이외에도 16종의 화장품이 개발돼 있는데,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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