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온 다습한 환경을 오히려 반기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곰팡이다. 곰팡이는 보통 21~32℃ 사이, 습도 70~75%일 때 왕성하게 번식한다. 즉, 장마철이 곰팡이가 증식하기엔 최적기인 셈이다.
욕실 불청객, 검은 곰팡이 – 건강까지 위협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욕실에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욕실 타일의 이음새와 실리콘을 검게 변색시키는 검은 곰팡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욕실의 진균 오염원에는 오레오바시디움(Aureobasidium),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 등의 호습기성 곰팡이와 로도토룰라(Rhodotorula) 등의 적색 효모가 있다.
오레오바시디움 속(屬, Genus)은 새까맣고 끈적이는 특성을 가지며 생명력이 강해 자외선이나 저온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이 곰팡이의 포자를 흡입하면 과민성 폐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도스포리움 속 또한 흑색의 콜로니(colony)를 형성하며 포자의 항원성이 높아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에어컨 내부와 가습기 안에서도 쉽게 발육해 생활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클라도스포리움 레지네(Cladosporium resinae)는 알루미늄도 부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속(屬, Genus) 생물 분류의 한 단위. 과(科, Family)와 종(種, Species)의 사이에 있다. Colony 고형배지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세균 또는 단세포 조류, 균류 등이 증식한 집단. |
곰팡이, 제거보다 예방이 우선
알고 보면 상대 습도가 높은 욕실, 벽장, 에어컨 등 우리 생활환경 곳곳이 곰팡이의 서식처이다. 장마철 알레르기 질환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욕실 곰팡이 제거 대책으로 일반적으로 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에 의한 살균, 표백 방법이 널리 쓰인다. 일명 ‘락스’로 불리는 이 염소계 살균소독제는 단시간 내에 미생물을 사멸시키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휘발성이 강해 코점막의 섬모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고 안정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종류의 살균소독제를 혼합해 사용할 경우 화학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있고, 살균소독력을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임의로 다른 살균소독제와 혼합해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치아염소산나트륨이 있는 세제와 염산이 들어 있는 욕실 전용 산성 세정제가 혼합되면 맹독성 염소 가스가 발생한다.
위의 방법들은 후속 대책으로서, 예방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욕실 내 곰팡이 오염은 경감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욕실 내 곰팡이 오염 예방책으로 ‘습기의 감소’를 강조한다. 즉, 목욕 후엔 바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천장이나 벽 등에 묻어있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낸다. 또한 환풍기와 제습기의 장시간 사용은 욕실 내 부유 곰팡이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곰팡이 가운데는 열에 취약한 종류가 많으므로 목욕 후 더운물로 청소하는 것도 유효한 대책이다.
일부 곰팡이는 식품, 의약품 제조 등의 원료로 쓰이며 우리 몸에 유익하게 작용하지만, 실내 환경에서 발견되는 곰팡이의 대부분은 퇴치해야 할 병원체임을 잊지 말고 실내 청결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박혜원 객원기자
- flietothesky@naver.com
- 저작권자 2010-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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