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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혜연 인턴기자
2010-07-13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 ‘페이스오프’ 佛 앙리-몽도르 병원, 전체안면이식 수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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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요원 숀(존 트라볼타)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죽인 범인이자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 캐스터(니콜라스 케이지)를 사투 끝에 체포한다. 체포당시 캐스터는 의식불명에 빠지고 숀은 폭탄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FBI 최첨단 의학의 도움을 받아 그와 자신의 얼굴을 바꾸는 수술을 받는다.

FBI요원과 테러범이 서로 얼굴을 바꾼다는 내용의 영화 ‘페이스오프’는 당시 소재만으로도 전 세계의 큰 이슈가 됐다. 영화가 개봉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이 충격적인 내용은 더 이상 상상의 꿈이 아니다.

8일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프랑스의 앙리-몽도르 병원 의료진이 눈꺼풀과 눈물관을 포함한 전체안면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환자는 안면기형을 가진 30대 남성으로 이번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12번째 안면이식이다.

앞서 지난 4월 스페인의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 30대 남성의 안면 전체 이식수술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한 이 수술은 눈과 혀가 제외된 이식으로 실질적인 전체얼굴이식은 이번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얼굴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수술에 투입되는 의료진만 30명

지난 4월 안면이식 수술에 성공한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5개 과정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 팀이 4시간동안 죽은 기증자로부터 얼굴을 되찾는 작업을 한다. 그 다음, 입술, 볼, 이마의 근육과 정맥, 동맥, 피부 그리고 피하지방을 떼어내 보존액에 넣어둔다. 수술준비가 끝나면 30명의 의사들이 복구팀과 이식팀으로 나뉘어 수술에 들어간다.

의사들은 기증자의 혈관을 조작하고 기증자의 코, 볼, 광대뼈, 위아래 턱, 입천장, 얼굴 근육, 신경을 환자 얼굴 위에 놓는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얼굴에 피부를 붙이고 최대한 신속한 환자의 회복을 위해 뼈, 신경, 근육을 조정한다. 

몇 달이 지나면 부기가 점차 가라앉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얼굴의 감정과 기능이 회복된다.                                                

로터리통신은 지난 8일 이번 수술의 집도의인 로랑 랑티에리 박사(Laurent Lantieri)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로랑 랑티에리 박사는 “이번 수술은 내가 집도한 다섯 번째 안면 이식 수술이다”며 “이번 수술이 특별한 것은 눈꺼풀 이식이 같이 행해졌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눈꺼풀 이식을 하려면 눈꺼풀의 근육과 눈물관도 함께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로랑 박사는 “이 수술은 안면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 특히 화상을 입어 눈꺼풀이 일그러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진화하는 안면이식수술

안면이식수술은 2005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애완견에게 얼굴 아래 부분을 물어뜯긴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Isabelle Dinoire)는 한 뇌사자로부터 코, 턱, 입술부위를 이식 받는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곰에게 물린 중국의 30대 남성이, 2007년에는 프랑스의 20대 남성이 부분 안면이식수술을 받았다. 이 세 가지 사례는 모두 부분이식이었지만 페이스오프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네 번째 수술은 2008년 미국최초의 안면이식수술로 2004년 남편이 쏜 총에 얼굴이 일그러진 여성 코니 컬프(Connie Culf)가 얼굴의 80%를 이식받았다. 한 사망 여성의 얼굴 피부, 혈관, 신경, 근육, 뼈를 이식하고 컬프의 늑골중 하나로 광대뼈를 만들고 다리뼈로 턱뼈를 만드는 등 총 30여 차례에 걸쳐 수술이 이뤄졌었다.

2005년 부분이식으로 시작한 안면이식수술은  5년 사이에 전체이식의 꿈을 이루게 됐다.

정체성혼란? 범죄자를 위한 도구?

페이스오프의 현실화가 진행되면서 윤리적 문제도 또한 이슈가 되고 있다. 기부자의 가족들이 기부자의 얼굴조직을 가진 이식자를 보며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이식자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 다른 얼굴로 바꾸려는 남용과 범죄도피를 위해 사용되는 악용의 문제점도 있다. 작년 일본의 한 살인자가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꿔 수사망을 피했던 사건이 이슈가 됐었다. 안면이식수술은 성형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라 볼 수 있다. 만약 이 수술로 범죄자가 얼굴을 바꾸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전 세계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사고나 병으로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해 시작된 안면이식수술이 그 본래 취지를 잃어선 안 될 것이다.

이혜연 인턴기자
hy8865@ewhain.net
저작권자 2010-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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