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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혜원 객원기자
2010-07-01

술 먹는 청소년, 머리 나빠진다 영장류 실험 통해 신경발달 저해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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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술을 마시던 도중 ‘평소 피해자 김양이 자신들에 대해 험담을 한다’는 이유로 우발적으로 폭행 및 살인을 감행했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 음주율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청소년 범죄 수위도 날로 높아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청소년의 폭음이 장기기억(long-term memory) 및 공간운행(spatial navigation)에 관여하는 뇌 해마조직(hippocampus)의 신경발달을 저해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돼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청소년기, 폭음에 의한 신경손상에 성인보다 취약

해마조직의 신경발생(neurogenesis)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기능은 나이듦에 따라 점차 감소한다. 즉 청소년이 성인보다 알코올 중독에 의한 신경손상에 더 취약하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미국 스크립스(Scripps) 연구소의 치트라 만디암(Chitra D. Mandyam) 교수팀은 사람의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4~5년령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전 일곱 마리의 원숭이에게 알코올 섭취의 기회를 모두 주고, 알코올 선호도를 조사해 그룹을 분류했다. 그 중 네 마리는 감귤향이 나는 알코올 혼합물을 매일 한 시간씩, 11개월 동안 섭취하게 하고 나머지 대조군 집단은 감귤 음료를 마시게 했다. 혈액 검사 결과, 알코올 그룹의 원숭이들은 사람 만취 상태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섭취를 중단한 2개월 뒤, 원숭이의 뇌를 해부해 해마조직에서 각종 특정 항체 마커의 면역반응성(immunoreactivity)을 비교해 본 결과, 알코올 과다 섭취가 신경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사멸(apoptosis)과 무관한 경로로 신경퇴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활발히 분화(differentiation)하는 1, 2a, 2b 타입 신경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의 수를 현저히 감소시킴으로써 신경세포의 발달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은 6월 1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유사한 영장류의 실험

만디암 교수에 따르면, 그간 설치류 모델에서의 연구는 많이 진행됐지만 인간과 유전적,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영장류에서 알코올에 의한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연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만디암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알코올 중독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러 행동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이 공간작업기억(spatial and working memory) 부족을 야기했다는 점과 함께 본 연구 결과가 청소년 음주 예방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박혜원 객원기자
flietothesky@naver.com
저작권자 2010-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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