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전국이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다. 12일 그리스를 상대로 1승 축포를 쏘아 올린 우리나라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에는 그동안 잘 지켜오던 규칙적인 생활방식과 신체리듬이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응원도 좋지만 먼저 건강을 살펴야 한다. 만성질환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몸을 살피면서 월드컵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심장질환자 관전 중 흥분 ‘금물’… 새벽 심장질환 치명적 시간대
2010 남아공월드컵 기간 중 심장질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경기처럼 응원하는 팀이 명확한 경기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에는 강렬한 분노, 흥분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심근허혈을 일으키고 치사부정맥의 길을 밟게 된다.
즉, 교감신경 계통의 흥분이 고조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면 혈관은 수축되고 혈소판은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증가되어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고 혈관 내의 동맥경화반(동맥벽에 동맥경화로 융기된 부분)는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와 동시에 혈압은 상승하며 맥박이 높아져 심장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은 심장 근육에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치사 부정맥을 일으킨다.
따라서 평소에 심장질환 인자가 있는 사람들은 흥분을 자제하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열광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곳보다는 가족단위의 시청이 바람직하며, 전반전이 끝나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실제로 한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월드컵 기간 중 심장질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이상철 교수는 “응원으로 인한 극도의 흥분과 긴장상태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맥박수의 증가와 혈압의 상승을 가져와 심장에 부담을 주어 평소에 심장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이번 월드컵에서 심장질환자가 늘어날 복병으로 새벽 시간대 경기가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이 새벽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6월 23일 새벽 3시 30분부터 열리는 예선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도 신체리듬상 새벽에는 심장이 가장 불안정한 상태로 이 시간대에 심장질환의 발생이 높은데, 밤샘이나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곤한 상황에서 극도의 흥분은 심장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식·과음 주의보…“대~한민국, 성대 보호해야”
늦게까지 월드컵 TV시청을 하면서 응원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간식을 먹게 되고 기념으로 술이라도 먹게 되면 과식, 과음을 하기 쉽다. 게다가 대부분 앉아서 TV시청을 하게 되므로 과식에 위의 운동부족까지 겹치게 된다.
만성질환자는 과식과 과음을 경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건강법이다. 특히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을 가진 경우는 음식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맛이 나는 음식과 치즈, 오징어, 고기류 등 각종 술안주류에는 생각 이상으로 고열량, 고콜레스테롤인 경우가 많아 건강에 해롭다.
또한 지나친 과음을 하는 경우에는 알코올의 작용으로 심장이 빨리 뛰게 되는 것에 비해 심장의 기능이 이것을 충분히 따라 주지 못해 심장 질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과식, 과음으로 인한 설사, 구토, 복통 등도 만성질환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의 생활습관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간식을 먹더라도 늦은 시간임을 감안하여 과일과 야채를 중심으로 먹는다.
월드컵 응원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거리응원이다. 대한민국-그리스전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도 우리나라의 아르헨티나(17일), 나이지리아전(23일)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거리 곳곳은 물론 경기장 등 대규모 단체 응원이 예고되고 있다. 월드컵 응원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요기 거리로 배를 채우기 쉽다. 또한 더운 날씨에 차가운 음료수를 지나치게 많이 찾게 된다.
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과장은 “많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서는 자칫 식중독,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조심하고 음식물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며 “실제로 배탈, 설사 등을 일으키는 식중독의 경우 한 여름보다 관심과 주의가 덜한 초여름에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응원을 과도하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쉬거나 아픈 통증이 오게 된다.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건조하거나 공기가 탁한 곳에서는 큰 소리로 응원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술, 카페인 등은 성대를 건조하게 하며, 담배 연기는 직접적으로 성대 점막을 자극하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잘 잠기게 된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손영익 교수는 “과도한 응원으로 자신의 성량을 벗어난 발성을 하거나 성대에 무리를 주면 쉰 목소리가 일시적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성대 결절이라고 하는 성대 점막 변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 목이 쉽게 쉬고 음성마저 장기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발성시 통증이 있다면 30분 이상 말하지 말고, 성대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 우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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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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