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국도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낯선 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받아들이겠는가. 6개월 만에 2배로 불려 주겠다는 친구나 친척의 호언장담에 돈을 빌려준 적 있는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한 줄 알지만 실제로는 ‘그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면,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옥시토신은 경계심을 풀고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신뢰감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옥시토신의 힘을 약화시키는 일명 ‘불신의 호르몬’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7일 기사 ‘믿음이 부족하다면 테스토스테론에게 따져라(She Doesn't Trust you? Blame the Testosterone)’를 통해 호르몬과 성격의 연관성을 소개했다.
신뢰와 불신 결정하는 것은 호르몬
‘신뢰’는 인간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다. 그러나 신뢰가 지나치면 위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면 봉변을 당할 확률도 높아지지만, ‘무슨 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누구도 믿지 않는’ 부류도 있다. 거스름돈을 받으면 일일이 세어보고, 모르는 사람과는 눈인사도 하지 않는다. 상대의 호의를 무시해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의 뒤에는 호르몬이 있다. ‘신뢰’와 ‘불신’을 결정하는 것은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이다.
‘신뢰’의 편에는 옥시토신이 서 있다. 옥시토신은 누군가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거나 꼭 안아줄 때 혈관 속으로 분비되는 뇌 호르몬이다. 지난 2005년 스위스 연구팀은 “옥시토신의 분비량이 늘어나면 자기 돈을 낯선 이에게 맡길 확률도 높아진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호르몬에 의해 기분과 결정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선택에 따라 인간이 진화해 온 결과다. 그러므로 평화를 사랑하고 신뢰를 중시하는 옥시토신의 힘은 개체의 생존률을 높이고 사회를 지속시켜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신뢰에도 단점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불신과 의심’을 높이는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다. 온화한 마음 상태를 유지시켜 유혹이나 감언이설에 속기 쉬운 옥시토신의 단점을 보완한다.
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연구팀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신뢰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젊은 여성의 혀 밑에 호르몬을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여러 남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믿을 만한 사람을 고르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이 ‘남을 신뢰하는 태도’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호르몬으로 실험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던 현상이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됐다.
옥시토신의 역할 억제해 위험 피하도록 진화
그러나 언제나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을 섭취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태도가 가장 크게 바뀐 피실험자는 남을 잘 믿는, 이른바 혈중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은 여성들이었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신뢰도를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는 자연적인 조절기능이 발휘된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사회적인 단체 행동에 있어 포유동물의 공격성을 증가시킨다. 한정된 자원과 지위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할 때는 수치가 더욱 높아진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불신의 벽을 쌓는 테스토스테론의 부정적 기능을 ‘바람직한 호르몬 체계’라고 평가했다.
적당한 수준의 의심과 불신은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사회적인 감시를 높이며, 집단의 현명함을 유도한다. 공동체 내에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는 불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마크 하우저(Mart Hauser) 하버드대학교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사회관계에 있어 신뢰가 왜 중요한지, 공정함에 대한 기준은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지 등 다양한 사회연구가 가능하도록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남성을 의심해야 아이의 생존 확률 높아져
지금까지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배란기 직전에 가장 많이 분비되어 자손 번식의 욕구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개체의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은 한편으로 신뢰도를 낮추고 경계심을 강화시킨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의 라이언 존슨(Ryan Johnson)과 마크 브리드러브(Marc Breedlove) 교수는 논문 평가서에 “미래의 짝이 될 상대를 완전히 믿지 않는 태도는 아이의 생존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남성의 약속을 받아내는 쪽으로 진화를 부추겼다”고 적었다.
그러므로 배란기 여성이 남성을 가장 강렬하게 원한다 해도, 결국에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완전히 믿지는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여자의 마음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어쩌면 진화가 만들어낸 두 호르몬의 대립이 원인일 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옥시토신의 힘을 약화시키는 일명 ‘불신의 호르몬’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7일 기사 ‘믿음이 부족하다면 테스토스테론에게 따져라(She Doesn't Trust you? Blame the Testosterone)’를 통해 호르몬과 성격의 연관성을 소개했다.
신뢰와 불신 결정하는 것은 호르몬
‘신뢰’는 인간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다. 그러나 신뢰가 지나치면 위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면 봉변을 당할 확률도 높아지지만, ‘무슨 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누구도 믿지 않는’ 부류도 있다. 거스름돈을 받으면 일일이 세어보고, 모르는 사람과는 눈인사도 하지 않는다. 상대의 호의를 무시해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의 뒤에는 호르몬이 있다. ‘신뢰’와 ‘불신’을 결정하는 것은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이다.
호르몬에 의해 기분과 결정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선택에 따라 인간이 진화해 온 결과다. 그러므로 평화를 사랑하고 신뢰를 중시하는 옥시토신의 힘은 개체의 생존률을 높이고 사회를 지속시켜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신뢰에도 단점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불신과 의심’을 높이는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다. 온화한 마음 상태를 유지시켜 유혹이나 감언이설에 속기 쉬운 옥시토신의 단점을 보완한다.
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연구팀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신뢰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젊은 여성의 혀 밑에 호르몬을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여러 남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믿을 만한 사람을 고르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이 ‘남을 신뢰하는 태도’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호르몬으로 실험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던 현상이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됐다.
옥시토신의 역할 억제해 위험 피하도록 진화
그러나 언제나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을 섭취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태도가 가장 크게 바뀐 피실험자는 남을 잘 믿는, 이른바 혈중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은 여성들이었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신뢰도를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는 자연적인 조절기능이 발휘된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사회적인 단체 행동에 있어 포유동물의 공격성을 증가시킨다. 한정된 자원과 지위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할 때는 수치가 더욱 높아진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불신의 벽을 쌓는 테스토스테론의 부정적 기능을 ‘바람직한 호르몬 체계’라고 평가했다.
적당한 수준의 의심과 불신은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사회적인 감시를 높이며, 집단의 현명함을 유도한다. 공동체 내에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는 불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마크 하우저(Mart Hauser) 하버드대학교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사회관계에 있어 신뢰가 왜 중요한지, 공정함에 대한 기준은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지 등 다양한 사회연구가 가능하도록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남성을 의심해야 아이의 생존 확률 높아져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은 한편으로 신뢰도를 낮추고 경계심을 강화시킨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의 라이언 존슨(Ryan Johnson)과 마크 브리드러브(Marc Breedlove) 교수는 논문 평가서에 “미래의 짝이 될 상대를 완전히 믿지 않는 태도는 아이의 생존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남성의 약속을 받아내는 쪽으로 진화를 부추겼다”고 적었다.
그러므로 배란기 여성이 남성을 가장 강렬하게 원한다 해도, 결국에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완전히 믿지는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여자의 마음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어쩌면 진화가 만들어낸 두 호르몬의 대립이 원인일 지도 모른다.
-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 저작권자 2010-06-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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