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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임동욱 기자
2010-04-21

멀티태스킹? ‘한번에 두 가지’가 뇌의 한계 사이언스 최신호, 좌뇌와 우뇌의 협동기능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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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두뇌’라 불리는 CPU는 동시에 여러 가지의 계산을 수행하는 다중처리 기능 즉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하다.

사람의 경우에는 흔히들 여자가 남자들보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청소하는 와중에도 아이를 혼내고 TV를 보며 전화로 수다를 떠는 이 모든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식이다.

남자 중에는 나폴레옹이 멀티태스킹으로 유명하다. 외딴 섬 코르시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30대 초에 유럽을 지배하는 황제 자리에 올랐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는 한꺼번에 수많은 서류를 검토하며 지시를 내렸다 한다.

진정한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데이비드 크랜쇼(David Crenshaw)는 ‘멀티태스킹은 없다(the myth of multitasking)’라는 책에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스위치 태스킹 또는 백그라운드 태스킹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스위치 태스킹(switch-tasking)은 두 가지의 일을 번갈아가며 처리하는 방식이고, 백그라운드 태스킹(background-tasking)은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다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식이다. 크랜쇼는 그러므로 CPU 수준의 진정한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뇌는 한꺼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번에 두 가지 작업’이 한계다.

기능성 MRI로 찍은 멀티태스킹의 비밀

프랑스의 일간지 피가로(Le Figaro)는 ‘한번에 두 가지 넘는 일은 할 수 없어(On ne peut pas faire plus de deux choses à la fois)’라는 기사를 통해 뇌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조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에티엔느 케클랭(Etienne Koechlin)과 실뱅 샤롱(Sylvain Charron)이 이끄는 연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인간의 뇌를 촬영해 ‘멀티태스킹 능력에 얽힌 비밀’을 풀었다.

연구진은 19세부터 32세까지의 남녀 각 16명씩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철자를 이용해 두 개의 연속적인 단어를 만들게 했고, 올바른 단어를 조합할 때마다 돈을 지불했다. 그러면서 fMRI로 지원자의 뇌 활동 상황을 촬영했다.

제시된 철자를 대문자나 소문자로 통일시켰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 모두가 뇌 앞쪽의 전두엽에서 뒤쪽으로 명령을 단순히 전달했다. 전두엽 구역에 위치한 피질은 인간의 의도나 목표를 담당한다. ‘철자를 맞춰서 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전두엽 피질에서 전기신호가 발생해 손이나 팔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면 좌뇌와 우뇌가 따로 움직여

그런데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서 단어를 만들게 하자 두뇌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단어를 만드는 일’과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별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fMRI 영상에는 좌뇌와 우뇌의 전두엽 피질이 각각 하나의 일을 맡아 따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에 두 가지의 일을 할 때는 좌뇌와 우뇌가 하나씩 맡아서 처리하는 셈이다.

또한 좌뇌와 우뇌가 작업을 하나씩 맡을 때는 두 활동을 조화시키는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작업을 기억했다가 뇌가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세 개의 작업을 동시에 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원자 대부분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됐다. 두 개의 일을 시키면 잘 처리하다가도, 세 가지를 시키자 어느 하나를 ‘까먹는’ 일이 잦아졌다. 전두엽이 좌뇌와 우뇌 2개로만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케클랭 박사는 “인간의 뇌는 한꺼번에 두 가지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한계”라 결론지으며, “나폴레옹도 기억력이 좋아서 머리 속에 다양한 정보를 넣어두었기에 일 처리가 빨랐던 것이지, 동시에 3개 이상의 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6일자로 사이언스(Science) 지에 ‘Divided Representation of Concurrent Goals in the Human Frontal Lobe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임동욱 기자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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