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된 기관지를 이식할 환자의 팔 조직 속에서 배양한 뒤 다시 꺼내 환자의 목에 이식하는 새로운 기술이 벨기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AP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벨기에 루벵 대학병원(University Hospital Leuven) 이비인후과전문의 피에르 델라에르(Pierre Delaere) 박사는 교통사고로 기관지가 심하게 손상된 54세의 여성환자의 팔 속에 같은 혈액형의 남성이 사망하면서 공여한 기관지를 넣어 4개월동안 새로운 혈관들이 형성되게 한 뒤 다시 환자의 목에 이식해 완전한 기관지의 기능을 수행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식된 기관지는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투여 없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델라에르 박사는 말했다.
25년 전 교통사고로 긴급기관지절개수술을 받다가 기관지가 심하게 손상돼 그동안 기관지 삽입관으로 살아오면서 심한 호흡곤란, 기침, 언어장애와 함께 기관지염, 폐렴에 시달렸다.
기관지는 신장, 폐 같은 신체의 다른 장기와는 달리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해 이식이 쉽지 않다.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 이식면역학교수 메건 사이키스 박사에 따르면 기관지는 혈액을 공급받는 뚜렷한 혈관이 없어 이식환자의 혈관과 연결시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델라에르 박사는 환자의 팔 아래부분을 절개해 공여된 9cm가량의 기관지를 삽입,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했다.
그는 공여된 기관지 내부의 연점막조직이 환자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을 받아 파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개월 후 다시 팔을 열어 환자자신의 구강에서 떼어낸 연점막 한 조각을 공여자의 기관지에 이식했다.
이와 함께 투여해오던 면역억제제를 끊자 예상대로 공여자 기관지의 점막조직은 점점 파괴되고 그 자리에 이식된 환자의 점막조직이 자라났다.
기관지의 전형적인 모양을 이루는 딱딱한 연골고리(cartilage ring)는 특수한 조직이라서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델라에르 박사는 이렇게 4개월 동안 환자의 팔 속에서 자라면서 공여자와 환자자신의 세포를 모두 갖게된 기관지를 새로 생긴 혈관과 함께 다시 팔에서 꺼내 환자의 목에 이식했다.
이식 후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기관지 이식으로 기도가 복구되었고 환자의 목에 장치되었던 삽입관이 제거되면서 빈발하던 기관지염과 폐렴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1월14일자)에 발표됐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한성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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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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