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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우정헌 기자
2009-12-17

박테리아 vs 바이러스, 역사를 바꾼 습격 슈퍼박테리아, 신종바이러스 등 전염병 공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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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신종플루 사망자가 약 1만명에 달하고 있다. 바이러스 불청객이 휘두르는 무자비한 재앙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점 더 진화하는 미생물 병원체들은 예상치 못한 변종을 일으키며, 더욱 강력하게 인류를 습격하고 있다. 세계사에 등장한 질병 중 인류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친 전염병들은 바이러스(Virus)와 박테리아(bacteria) 같은 미생물 병원체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최소단위의 미생물로서 공생이 생존조건이다. 생명체의 숙주의 세포 속에서만 자기 복제와 번식이 가능하고, 수시로 교잡과 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바이러스가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생할 숙주가 필요하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미생물인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와 달리 기생할 숙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박테리아는 이분법, 출아법 등을 이용해 번식을 하며 생물체적으로 필요한 완전한 세포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의 생존력은 상당하다. 활화산 마그마 속에서도 거리낌 없이 살아간다.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습격…"역사를 바꾼 전염병 유발"

전염병은 세계 인류 역사를 변화시켜왔다. 특히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인류를 향한 전염병 공습은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우선 지중해를 제패한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으로 천연두의 창궐이 지목된다. 천연두(두창)는 발열, 수포, 농포성의 병적인 피부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바이러스질환의 전염 특징은 숙주를 매개로 발병한다. 로마제국에서의 천연두 창궐은 몽골고원에 거주했던 훈족이 게르만 민족 거주지로 이동하고, 게르만 민족이 로마로 이동하면서 발병했다. 전염병 매개체인 숙주 '훈족'의 이동으로 천연두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이다.

중세 시대를 몰락하게 만든 것은 박테리아 질환인 '페스트'(Pest)였다. 페스트는 '흑사병'(Black death)으로도 불린다. 죽은 시체에 검은 반점과 고름이 남기 때문이다.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된다.

의학계에서는 페스트의 전파 경로의 기원을 몽골 기마병에서 찾고 있다. 1347년 칭기스칸의 장남 조치가 세운 킵차크칸국의 몽골 기마병은 흑해 북쪽에 위치한 제노바의 무역 기지 카파를 포위 공격했다. 이때 몽골군은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에서 흑사병으로 흉측하게 썩은 시신을 노포에 담아 적진을 향해 쏘았다. 몽골군 입장에선 사기를 꺾기 위한 수단으로 페스트균에 감염된 시신을 카파의 성벽 안에 대포로 쏘아 던졌던 것이지만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 결과로 이어졌다.

제노바 시에 떨어진 페스트균에 감염된 시신에 대해 당시 유럽인들은 별 생각 없이 한적한 장소에 갖다 버렸다. 시신 속의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벼룩은 쥐로 옮겨갔다. 페스트에 감염된 쥐들은 유목 문화를 기반으로 하던 몽골 지방과는 달리 유럽 사람들 사이를 무차별로 헤집고 다녔다. 속수무책이었다. 페스트 쥐들이 지나갈 때마다 이유도 없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14세기 후반 흑해 북쪽에 있는 제노바의 카파 시내에 창궐한 페스트는 해상교역로를 따라 서아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 전 세계에서 7천 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세의 사회적, 경제적 대변혁을 일으켰다.

20세기 인류는 '판데믹'이라 불리는 세계적 전염병을 4번이나 경험했다. 전염병의 원인은 다름 아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1918년 우리나라에도 740만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1957년, 1968년, 1977년 등 '판데믹'이 발생해 세계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지난 1918년 스페인독감에서는 2천만~8천만 명 사망, 1957년 아시아독감은 100만~200만명 사망, 1968년 홍콩독감은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2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다.

끝나지 않는 전투…슈퍼박테리아, 신종 바이러스 공포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21세기 들어서며, 또 다시 변신에 성공하며 인류를 전염병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바이러스는 절대적 세포 내 기생체로 특수한 숙주(host)의 세포 안에서만 발달한다.

또한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이다. 치료제를 개발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돌변시킨다. 세균 감염질환의 치료의 경우에는 항균제가 많이 개발되면서 어느 정도 향상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감염 질환의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바이러스 예방법은 비교적 향상됐지만, 바이러스 치료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등장한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진 못한다. 어쩌면 바이러스를 정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했다고 해도 새로운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바이러스 중 하나인 감기의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도 역시 여기 있다.

2009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도 바이러스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을 맞으면 60~90% 예방이 가능하다.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있어 백신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신종인플루엔자A(H1N1) 감염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계절 독감에서와 마찬가지로 항바이러스제는 신종플루 감염시의 증상 및 발병기간을 경감시키고,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막는데 기여한다. 신종플루 치료 항바이러제로는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있다.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질환의 실제 사망 원인은 폐렴 등 세균질환의 '2차 감염'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다. 바이러스질환 감염만으로는 병세가 위중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구균 등 세균질환에 감염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1918년부터 1919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대부분의 사망원인은 독감 그 자체보다는 세균성 폐렴으로 인한 '2차 감염'이었다. 1957년 아시아 독감 대유행시에도 2차 감염인 '폐렴'이 원인이 되어 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질환의 특성에서도 알 수 있듯, 향후 인류가 바이러스 질환에 의한 세균성 폐렴의 2차 감염에 대한 인류의 대응력 확보가 바이러스 질병의 차단 및 퇴치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바이러스 질환에 이어 슈퍼 박테리아 해결도 인류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항생제는 질병의 원인이 된 '박테리아'를 몸 안에서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이 약은 박테리아를 없애버리거나 증가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지난 1929년 처음 개발된 항생제는 인류를 세균의 공습으로부터 구원해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런 항생제를 오랜 기간 동안 복용하거나 많이 복용하게 되면 박테리아는 점점 영리해진다. 항생제의 공격을 받은 박테리아는 스스로 형태를 바꿔 항생제의 공격을 피하기도 하고 항생제의 작용을 원천적으로 분해할 정도로 강력하게 변모되는데, 이것을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이라고 부른다.

박테리아들의 인류를 향한 역습은 항생제가 진화를 거듭할 때마다 등장했다. 지난 1960년에 페니실린을 개량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항생제라고 평가받은 '메티실린'이 개발되자 곧이어 1961년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알균(MRSA)의 출현으로 박테리아들이 거세게 반격했다.

이어 1996년 '반코마이신' 내성균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일본에서 출현하면서부터 거칠어졌다. 2002년 7월 미국에서는 더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박테리아들은 생존을 위해 항생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돌연변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박테리아는 에이즈보다 인류에게 더 치명적 질병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7년 미국 국립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6년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자가 9만 4천명에 달하며, 이들 중 약 1만9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벅'으로 불리는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자는 2006년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1만7천 명을 웃돌았다.

이런 슈퍼박테리아로 골머리를 썩던 인류에게 희망적인 신무기가 등장해 주목된다. 특정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다. 대표적인 박테리오파지인 'T4 파지'는 대장균에 들어가 DNA를 파괴한 후에 대장균의 복제효소와 리보솜을 사용해 30분 내에 대장균을 터트리고 나오는 매우 공격적이다. 또 다른 박테리오파지인 '람다 파지'는 대장균의 DNA 속으로 슬쩍 끼어 들어가 대장균의 증식에 따라 함께 증식하며 조용히 생활한다.

최근 영국 등에서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슈퍼박테리아를 만들어 낼 걱정도 없으며 항생효과는 뛰어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기대해본다.

우정헌 기자
rosi1984@empal.com
저작권자 2009-1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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