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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는 ‘신종’ 플루가 아니다 [신종플루 특집] 과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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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기승이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국내의 정보는 대부분 치료제나 백신, 그 위험성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사이언스타임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들과, 백신 치료제의 개발에 관해 국내에서 조명하고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준비했다.

‘신종플루’는 정확히 말해 신종 인플루엔자가 아니다. 수십 년을 주기로 대유행(pandemic)하는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신종’이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독감이 신종플루라면, 향후 다시금 유행할 독감도 모두 신종플루로 불려야 한다. 특히 ‘조류독감’이라는 말을 쓰던 정부가 이번엔 ‘플루’라는 영어를 사용한 것도 이상한 일이다.

독감의 경우 명명 하나에 엄청난 경제적 파국이 초래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신종플루’라는 명칭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스페인 독감이 스페인에서 시작되지도 않았고 가장 심각하지도 않았다는 역사적 교훈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역과 가축으로 독감을 지칭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신종플루에 관해 언론과 정부가 쏟아내는 정보들은 대부분 의학에 국한되어 있다. 또 그러한 정보들조차 대부분 무의미한 반복에 그치고 부정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타미플루의 원료인 시키믹 산이 중국산 팔각회향에서 추출된다고 해서, 팔각회향이 독감 치료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미플루는 시키믹 산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화학적 과정을 거쳐 만드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대부분의 독감 관련 정보가 단지 의학이라는 테두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둘러싼 발견과 발명의 역사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었다.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바이러스 진단법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과학의 원리들은 숨어 있다.

우리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누가 백신을 어떤 원리로 개발했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른다. 심지어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정란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H1N1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앞으로의 문제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역설적인 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장 잘 연구된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알려고도 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이 작고 단순한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존재하고,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꿰뚫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과학적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소외계층과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문제는 정치학의 영역이고, 더 이상 치료제를 개발하려 하지 않을 제약회사 대신 누가 더 효과적인 치료제에 투자할 것인지는 경제학의 문제다. 인터넷을 이용한 실시간 감시와 정확한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인류학의 문제고, 허황된 정보로 인해 대중에게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은 사회학의 영역이다.

신종플루를 둘러싼 과학사와 과학적 원리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여행은, 반드시 신종플루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영역에 걸친 합심이 필요하다는 통찰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신종플루의 역사학’과 ‘신종플루의 과학’ 그리고 ‘신종플루의 정치·경제·사회·인류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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