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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편집위원
2009-10-21

“99세까지 살다 2~3일 앓고 죽는다” LG경제연, 미국·일본 등 건강관리서비스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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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막상 누가 예방, 진단, 사후관리 등의 건강관리를 하려고 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만성질환에 걸린 후에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와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집에 있다 보면 약을 복용하는 때와 혈당·혈압 측정 등을 자꾸 잊어버리고, 운동과 식단 관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건강관리서비스’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만성질환을 예방, 관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병원에서 전문 의료인에 의해 제공되는 진단 및 치료외에 운동과 식이조절 등 생활습관 개선 활동, 상시측정 및 관찰을 통한 질환의 조기발견, 만성질환의 사후관리 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총망라한다고 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분석하고, 국내 건강관리서비스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간호사 역할 대신하는 가정용 단말기

미국은 우리 나라처럼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지 않고,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으로 대표되는 공적 건강보험과 ‘관리 의료(Managed Care)’로 통칭되는 민간 건강보험이 3:7 비율로 혼재돼 있다.   

1990년대 중반,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의료비 청구가 급증하자 미국의 보험사들은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결과 보험사를 대신해 보험고객들에게 만성질환 등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 회사(Disease Management)를 설립했다.

이들 회사에서 고객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은 주로 간호사인 ‘헬스 코치(Health Coach)'가 환자에게 전화를 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상담하는 형태인데, 이를 점차 가정용 진단기기와 단말기 등이 대체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적용하기 시작한 VHA의 경우, 현재 ‘헬스버디(Health Buddy)’ 기기를 이용한 원격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헬스버디’는 헬스 코치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한다.

단말기를 통해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환자가 대답하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헬스 코치가 직접 전화를 하게 된다. 헬시 코치가 헬스버디와 연동된 혈당계, 혈압계 등으로 생체 신호를 계측하면, 이 정보는 서비스 센터로 전송되고, 그 결과에 따라 헬스코치가 적절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2002년에 시행한 VHA의 울혈성심부전 환자에 대한 건강관리 평가 결과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병원 입원은 60%, 요양원 입소는 81%, 응급실 이용은 66% 감소하는 큰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후 VHA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말기 환자 간병 등으로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해 현재 3만3천여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100명의 말기 환자 간병에 원격 건강관리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병원 및 응급실 이용 감소로 6개월 의료비용이 15만 달러에서 2만5천만 달러로 감소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 

미국의 건강관리서비스 범위는 만성질환자 관리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웰니스·휘트니스’ 프로그램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처음에는 기업들이 병원에서 막 퇴직한 환자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나, 큰 효과가 있자 다른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종류는 금연, 스트레스 관리, 체중 조절, 영양 상담, 독감 예방 접종 등 매우 다양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근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보고되자 미국의 건강관리서비스 기업들은 이 분야의 전문 기업을 인수하거나 제휴 관계를 맺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일본 정부는 ‘고령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보장법’을 제정하고, 공적 건강보험 시스템을 통한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2008년까지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1961년부터 시작한 일본의 공적 건강보험은 국민과 기업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이 위기를 맞고, 경제성장률을 상회할 만큼 의료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법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한 계획을 작성해야 하며, 이를 5년마다 보고해야 한다.

후생노동성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2개의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타깃 연령은 40세 이상이고, 타깃 질환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뇌졸중 등의 생활습관병이다.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의 목표는 2015년까지 전국의 생활습관병 환자 및 고위험자수를 2008년과 비교해 25%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후생노동성은 각 보험자별로 심의위원회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추가 목표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매년 정기검진을 실시한다. 둘째, 정기검진 결과에 따라 건강관리 참여 정도를 결정한다. 셋째는 지도·조정 절차이다. 그러나 일부 피보험자는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이 의무화되기 이전부터 유사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다수의 보험자들은 아직 이러한 건강관리 경험이 없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보장법은 보험자들이 정기검진 및 관리서비스를 외부에 아웃소싱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정부 과제에 건강관리 서비스 추가

현재 일본의 건강관리서비스가 미국과 다른 점은 미국의 건강관리서비스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IT 기술 기반의 서비스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대면 지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2009년부터 진료·처방 기록의 전산화 등 IT 기술의 적용을 시작할 방침이다.

국내 건강관리서비스 기업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현행 법제도상, 건강보험법이 정한 요양급여 기준을 벗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가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병·의원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도 비용을 청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기업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수 있어 가능한 서비스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 과제를 확정, 발표하였는데, 그 중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형성’을 과제로 포함시켰다.

건강관리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한국에 건강관리서비스 역사가 오래된 미국 모델을 가져올지, 아니면 한국과 의료시스템이 비슷한 일본 모델을 가져올지, 아니면 한국 고유의 모델을 개발할지, 아니면 여러 가지 모델을 절충해야할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먼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제공자간의 자율경쟁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구축, IT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관리방법 도입, 다수의 병·의원 네트워킹을 통한 치료와의 연계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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