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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광주=박미용 기자
2008-12-29

인간은 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까?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정재승 교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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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가? 나는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가?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질문에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실제로 인간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지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현장실험을 벌였다. 과연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그리고 우리의 뇌가 왜 그런지를 알아보자.

합리적인 오리

“무대에 올라와 게임을 잘하면 선물을 줄 거예요.”그러자 많은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렇게 정재승 교수의 강연은 게임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사탕 상자를 든 두 명의 진행요원이 등장했다. 그리고 선택된 한 학생이 시계를 보고 5초에 한 번씩 종을 친다. 그러면 한 명의 진행요원은 5초에 한 번씩, 다른 한 명의 진행요원은 10초에 한 번씩 관람석으로 사탕을 던져준다.

“어느 쪽으로 가야 사탕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정재승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많이 던져주는 5초 쪽으로 가야 한다, 5초 쪽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니까 10초 쪽으로 가야 한다, 결국에는 어느 쪽으로 가나 비슷할 것이다,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150년 전에 과학자들이 이와 비슷한 실험을 오리를 대상으로 해보았다고 한다. 오리 33마리를 대상으로 사탕 대신 먹을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오리는 어느 쪽으로 몰렸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오리들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5초 쪽으론 22마리, 10초 쪽으론 11마리로 나누어졌던 것이다. 오리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먹을 수 있도록 2:1로 나눠진 것이다. 얼마나 합리적인가.

정재승 교수는 과학자들이 이 실험을 통해 오리도 이렇게 이성적인데 사람은 얼마나 합리적일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리만큼 계산을 잘 할까?

계산에 약한 인간

정재승 교수는 강연장으로 들어오기 전 사람들에게 설문을 벌였다. 설문 내용은 0과 100사이에 숫자를 하나 써넣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숫자나 쓰면 안 된다. 사람들이 쓴 숫자를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값의 3분의 2를 맞추어야 한다. 그러면 선물을 받는다.

그렇다면 얼마를 써야 할까? 사람들이 아무 숫자나 썼을 때 평균은 50. 그러면 그것의 3분의 2인 33이 답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으로 33을 쓴다면? 이 경우에는 그것의 3분의 2인 3분의 44가 답이 된다. 그런데 또다시 모두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의 3분의 2가 답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계속 생각해서 자꾸 숫자가 내려간다면 답은 뭐가 될까? 0이 된다. 그렇다면 모두 이런 생각으로 0을 써내면 평균도 0이고 그것의 3분의 2도 0이다. 따라서 모두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어떤 사람은 70 이상의 높은 숫자를 써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써낸 평균값의 3분의 2는 31. 총 347명 가운데 이를 맞춘 학생은 1명. 모두 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인 0을 쓴 사람은 2명뿐.

정재승 교수는 이 실험에 대한 결과가 직업에 따라 달랐다고 말한다. 수학자의 경우 굉장히 낮은 숫자를 쓰는 반면 학생들은 높은 숫자를 쓴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일을 멀리 내다봐야 하는 기업의 CEO는 어떨까? 37에 가까운 높은 숫자라고 한다. CEO들의 머리가 나쁜 걸까?


변연계, 합리적 행동의 이유

이쯤에서 정재승 교수는 뇌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었다. 이때 게임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쓴 뇌 부위를 말해주었다. 바로 전전두엽이라고 마빡이를 했을 때 가운데 세 손가락이 닿는 분위라고 한다. 전전두엽은 비판하고 수학을 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유머 감각을 갖도록 해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하지만 여러 게임에서 실수를 하는 건 전전두엽 외에 다른 부위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건 변연계라는 부위로, 쾌락의 중추다. 인간 이하의 동물들은 이곳을 자극 받기 위해 살아간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위라고 정재승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쥐 실험을 해보면 변연계를 자극 받기 위해 먹지도 않아 굶어죽을 지경이란다. 사람도 변연계가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한 행동 동력이 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전전두엽과 함께 쾌락을 추구하는 변연계가 있어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에 따라 계산도 다르다

그런데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정재승 교수는 말한다.

두 명의 학생이 무대로 올라왔다. 1천원짜리 10장을 한 학생에게 준다. 그리고 이 돈을 다른 학생과 나눠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학생이 만약 돈을 받지 않는다면 둘 다 모두 돈을 잃는다. 그렇다면 어떤 비율로 나눠 가질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돈을 가진 학생은 자신이 많이 갖고 상대방에게 적게 주어야 이득이다. 그리고 받는 학생은 조금이라도 받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실제로 두 학생이 나눠 가진 돈의 비율은 5대5. 왜 그럴까?


과학자들이 이 실험을 해본 결과, 5대5, 6대4, 7대3으로 나눠 가진 비율이 80퍼센트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5대5, 6대4, 7대3의 경우 상대방이 돈을 받았지만 8대2 9대1의 경우에는 안 받겠다가 50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한다. 1만원이 아니라 1천만원으로 해도 결과가 비슷했다고 한다.

왜 사람은 5대5로 나눠 갖는 걸까? 그리고 왜 9대1로 나누면 안 받는 걸까? 이 실험을 과학자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경우 자급자족을 하는 부족과 물물교환을 하는 부족 간에 결과가 달랐다. 자급자족의 경우 상대방에게 적은 금액을 주는 반면 물물교환을 하는 부족의 경우 반반이나 6대4로 나눠 가진다고 한다. 문화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느 것이 이득인지가 달라지기 때문인 것이다.

원시적인 뇌를 갖고 사는 현대인

한편 인간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데는 원시적인 이유도 있다. 그 예로 미국에서 한 실험을 들었다.

미국 정치인 2명의 사진을 보고 어느 쪽이 더 유능해 보이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어느 한쪽이 더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 사람이 당선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실험을 프린스턴대학의 학생들에게 똑같이 실험했다. 그랬더니 그들이 선택한 사람이 실제로 당선이 된 경우가 많았단다. 아무리 유세를 한다 해도 사람의 첫눈에 들지 않으면 당선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린다. 고작 0.1초밖에 안 걸린단다. 그 이유는 원시적인 뇌에 있다. 아주 옛날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보고 나의 적인지 친구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했다. 그래서 이런 뇌가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원시적인 뇌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재승 교수는 우리의 뇌가 비합리적이고 오류투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라고 덧붙였다.

정재승 교수 인터뷰

- 본인은 주로 어떤 오류를 잘 범하는지?

해야 할 중요한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한다. 그래서 나중에 해야 할 일 때문에 시간에 쫒기는 경우가 많다. 합리적이었다면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한 다음 하고 싶은 일을 여유 있게 즐겼을 텐데.

- 뇌과학자로서 본인은 얼마나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과학자들은 과학을 하는 데 합리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런 면은 삶에도 적용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게 합리적이진 않다. 그리고 그런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 결정이 항상 옳은 건 아니라고 본다. 오늘 강연에서도 얘기했듯이 비합리적인 덴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 물리학자로서 뇌과학을 하는데...

현재 뇌과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접근한다. 생물학과 의학 분야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물리학, 화학, 공학 등이다. 물리학을 한 사람으로서 뇌를 연구한다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현재 뇌과학에 쓰이는 MRI, CT 등은 물리학자가 개발한 것들이다. 물리학자는 뇌의 복잡한 현상에서 근본 원리를 찾고자 한다. 이것이 나의 꿈이기도 하다.

광주=박미용 기자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1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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