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난치성 질환인 `악성 뇌종양'을 성체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동물실험 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악성 뇌종양은 기존 치료법인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해도 예후가 불량하고 평균 생존기간이 1~2년으로 아주 짧은 질환이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팀은 제대혈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 중 하나인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를 이용해 뇌종양 세포를 추적하고, 이를 파괴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았다고 3일 밝혔다.
중간엽줄기세포는 골수와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채취되는 줄기세포의 하나로, 체내에는 대략 100만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암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줄기세포가 몸 속 종양세포를 따라 이동하는 성질(tumor tropism)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뒤 미국 하버드의대, 엠디 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 유수의 암 연구기관에서 신경줄기세포, 골수간엽줄기세포 등의 성체줄기세포를 암치료에 활용하는 연구를 앞다퉈 진행 중이다.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를 암세포에 전달하는 운반체(gene vehicle)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신경줄기세포의 경우 몸 속에서 채취하기 어려운데다 윤리적 제한이 있고, 골수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는 환자(본인)의 골수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반면 제대혈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는 획득이 쉽고, 동종 간 이식 시에는 면역학적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암세포만 골라서 죽일 수 있는 `세포사멸유도물질'(일명 트레일.TRAIL)을 분비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뇌종양을 일으킨 실험 쥐의 종양 부위 반대편 뇌에 이식했다.
이 결과 이식된 세포들이 종양 부위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또한 치료 유전자가 조작된 중간엽줄기세포를 투여한 쥐의 생존율 및 종양 크기 분석 결과 대조군에 비해 뛰어난 항암 효과를 보였으며, 줄기세포가 종양세포를 따라 이동하면서 트레일을 분비해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켜 뇌종양 실험쥐의 생존율을 높였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전신수 교수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가 바이러스를 직접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면서 "앞으로 임상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재 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전이성 암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줄기세포를 통한 암 치료는 향후 뇌종양뿐만 아니라 백혈병 및 유방암, 위암, 간암 등 고형암이 전이된 경우의 치료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김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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