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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우정헌 기자
2008-12-05

건강 생각해서 '울트라 라이트' 담배 피운다? 초저니코틴 담배도 니코틴 흡수량은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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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을 용기는 없지만 흡연의 폐해는 줄이고 싶을 때, 애연가들이 흔히 선택하는 울트라라이트 담배. 그러나 실제 체내에 흡수되는 니코틴 양이 일반 담배보다 얼마나 작은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흔히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초저니코틴 담배도 일반 담배와 다를 바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외에서는 지난 2001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식 발표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초저니코틴 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니코틴 흡수량이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입증된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팀은 2007년 5월부터 10월까지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8세 이상의 흡연 남성 507명에 대해 '요코티닌 검사'를 실시한 결과, 요코티닌 농도의 중앙값이 일반 담배군을 기준으로 저니코틴 담배군의 경우 84%, 초저니코틴 담배군은 78%로 니코틴 흡수율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흡수된 니코틴은 체내 대사과정을 거쳐 코티닌으로 변형되는데, 혈액 중 코티닌은 금연시작 후 최고 108시간까지 검출되고 소변에서는 최고 132시간까지 검출된다. 때문에 코티닌 수치를 알아보는 요코티닌(Cotinine) 검사는 니코틴 흡수율을 검사하는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507명의 대상자 중 최근 일주일간 피운 담배의 니코틴 함량에 따라 초저니코틴 담배(니코틴 0.05mg, 타르 0.5mg) 흡연자는 67명, 저니코틴 담배(니코틴 0.1mg, 타르 1mg) 흡연자는 207명, 일반 담배(니코틴 0.9~0.15mg, 타르 1mg 초과) 흡연자는 233명이었다.

표기된 니코틴 함량은 일반 담배에 비해 현저하게 작지만 요코티닌 농도는 그만큼 감소하지 않는다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담배의 니코틴 함량과 흡연시 흡수하는 니코틴 양이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1월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

◆초저니코틴 담배, 폐해 감소 효과 없어= 전 세계적인 금연운동과 맞물려 담배 제조회사들은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낮은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년 전부터 0.1mg 저니코틴, 1mg 저타르 담배에 이어서 0.05mg 초저니코틴, 0.5mg 초저타르 담배가 시판되고 있다.

또한 흡연자들도 저니코틴, 저타르 담배를 피우면 일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건강을 위해 혹은 금연을 시도하는 과정 중에 니코틴과 타르의 함량이 적게 표기된 담배를 선택한다.

그러나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저니코틴 담배로 바꾼 뒤 3주 동안 관찰한 결과 담배의 발암 물질 흡수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타르 함량에 따라 흡연군을 세 군으로 분류해 체내에 흡수된 발암 물질을 비교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결국 니코틴이나 타르가 적게 함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폐로 들이마시는 화학 물질들의 양은 일반 담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조금이라도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흡연자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

혈액 속의 니코틴 함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신체 반응에 의해 니코틴의 체내 흡수량이 자연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갈수록 점차 많은 양의 담배를 깊게 피우는 경향이 생긴다. 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을 낮추면 낮출수록 신체의 니코틴 흡수반응이 3~5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흡연량을 줄이거나 순한 담배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니코틴 흡수량은 거의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위험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순한 담배, 즉 초저타르, 초저니코틴 담배가 보통 담배보다 건강을 덜 해친다는 생각은 전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흡연하면 평균 7년 수명 줄어든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흡연자 중의 60~70%가 담배를 끊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금연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담배를 끊기가 어려운 이유는 니코틴 중독현상 때문이다. 일단 니코틴에 중독되면, 계속적으로 니코틴이 몸속으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불안감이나 정신집중이 잘 안 되는 등의 금단증상이 생기게 되므로 어지간한 의지만으로는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담배를 마약과 같다고들 한다.

니코틴이 연기로 흡입되어 뇌에 작용을 미치는 데는 불과 7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며, 한번 흡수된 니코틴이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려면 약 3일이 걸린다. 누적되면 주로 심장, 혈관, 위장관계에 해를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한 해 3만여 명이며, 이는 교통사고 사망보다 4배 정도 많다. 또 모든 암의 30%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심장병, 뇌졸중, 위궤양, 혈액순환이 안 되는 버거씨병 등 담배와 관련된 병들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흡연을 하면 평균 7년 정도의 수명이 짧아진다. 또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면 저체중아, 미숙아, 자연유산, 영아의 돌연사 등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비흡연자라도 가족이나 친구가 피우는 담배 때문에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는데, 최근 간접흡연도 직접흡연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연하려면 단번에, 과감하게 시작해야= 장기간의 흡연으로 인해 만성 기관지염이나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각한 질환에 걸린 환자도 "술은 끊겠는데 담배는 도저히 못 끊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일종의 타협안으로 조금씩 줄여 피우거나 순한 담배로 바꿔 피우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담배를 줄여서 금연에 성공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

담배는 과감하게 단번에 끊어야 효과가 있다. 가장 담배맛이 없어졌을 때, 심한 감기가 들었을 때, 연휴나 휴가 등 심신이 가장 한가로울 때, 특정 기념일이나 생일 등의 특정시기를 선택해 단번에 금연을 시도하는 게 좋다.

금연과 함께 일찍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든지, 종교생활을 시작하든지, 미루어 왔던 일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의 도움(니코틴 껌, 니코틴 패치, 입으로 먹는 약물 등)을 받아서 금단현상을 줄여주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금연은 새롭게 활기찬 삶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정헌 기자
rosi1984@empal.com
저작권자 2008-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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