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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형근 편집위원
2008-11-28

'인구 부족, 경제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미래예측 전문지 Futurist, 최근호에서 전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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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의한 유전자정보 해독은 생명과학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 후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생명과학에 단초를 마련한 DNA 이중나선 발견 이후 50년이 채 안 되어 인류가 이룩한 쾌거다. 생명과학을 둘러싼 윤리와 도덕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은 대단하다. 우선 인류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질병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예측 전문지 Futurist는 최근호(11~12월)에서 “맞춤형 예방진료로 모든 질병에서 해방된다” 특집 기사를 통해 10년 이내 1백 달러면 유전자분석을 통해 발생 가능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30억 달러가 들어간 게놈연구비용이 이처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희망찬 새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바이오 의약업체인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시스(Pacific Biosciences) 사는 인텔 캐피탈(Intel Capital), 티 로우 프라이스 그룹(T. Rowe Price Group),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클라이너 퍼킨스 카우필드 앤드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등의 벤처 캐피탈 회사들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염기서열 해독 방법 급속도로 발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시스는 인체세포가 DNA를 복제하는 데 사용하는 효소 ‘폴리메라아제(polymerase, 중합효소)’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이 회사 연구원들은 DNA의 이중가닥을 한 가닥씩 가른 다음, 이를 다시 얇은 조각으로 나눈다. 나뉜 조각들을 염기서열 칩에 둔 다음 각 챔버(chamber)에 삽입한다.

과학자들은 다시 형광표지(fluorescent markers)가 들어 있는 뉴클레오티드 문자를 챔버에 삽입한다. 폴리메라아제는 DNA 조각과 새로운 문자를 결합시킨다. 문자가 결합하면 빛을 내게 되고 과학자들은 이것을 DNA 조각의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는 카메라로 찍는다.

이러한 방식과 경쟁하고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나온 내용으로 ‘단분자 염기서열’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헬리코스 바이오사이언시스(Helicos Biosciences)의 과학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작업이다.

미국 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최신의 염기서열 분석기인 헬리코스 분석기는 챔버에 있는 DNA 분자를 여러 배 확대하여 연구자들이 각 DNA 문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형광표지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단분자만으로 전체 염기서열 해독 가능

단분자(single molecule) 염기서열에 사용되는 이 헬리코스 분석기는 연구자들이 직접 확대하는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석 프로세스를 더욱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시킨다. 연구자들은 그저 단분자만으로도 전체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분석기들이 읽어야 하는 수천 개의 분자를 대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분석기를 통해 게놈 지도 작성에 필요한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된다. 하지만 다른 분석기보다 훨씬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헬리코스 분석기가 저렴하고 빠른 게놈 지도 서비스를 대중화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비용을 낮춰야 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경쟁의 선두주자로 컴플리트 지노믹스(Complete Genomics)와 바이오나노매트릭스(BioNanomatrix)가 공동 투자한 합자회사가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염기서열에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한 번에 한 문자씩 읽는 것이 아니라 전체 ‘단어’, 혹은 한 가닥인 다섯 개의 문자씩 읽으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모든 DNA가 네 가지 문자(염기인 A, C, T, G)로 구성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네 가지 문자를 이용해 총 다섯 문자로 구성된 줄기를 얼마나 생성할 수 있을까?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여기에는 분명 조합 가능한 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단어를 통해 문장을 읽고 문맥을 이해한다. 단어는 A, B, C, D 등 총 26개의 알파벳 중 일부로 구성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은 A, C, T, G라는 4개의 문자들로 구성된 조합을 통해 DNA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 분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긴 염기서열 해독은 컴퓨터가 대신해

이러한 방식이 약 5년 뒤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면, 과학자들은 긴 DNA 가닥의 염기서열 분석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의미는 오늘날 최고의 DNA 판독 방식이 아주 짧은 가닥만을 읽은 다음 그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질병 진행 추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적 변이성(genetic variability)을 놓칠 수밖에 없다.

더욱 긴 염기배열을 살펴봄으로써, 유전학자들은 반수체(haplotypes)를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반수체란 합쳐져서 유전되는 유전적 변이성을 말하는데, 이러한 반수체 연구를 통해 유전적 변이성이 모계 유전인지 혹은 부계 유전인지를 밝힐 수 있다. 그리고 모계 유전인지 부계 유전인지에 따라 질병의 위중함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컴플리트 지노믹스와 바이오나노매트릭스가 설립한 합자 벤처기업은 100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8시간 이내에 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마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변이지도를 만들게 되면 질병 예방 쉬워”

이를 위해 최근 미국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의 첨단기술프로그램(ATP: Advanced Technology Program)으로부터 88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적 목표와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는 네 가지 사항을 예상할 수 있다.

첫째, 2015년에는, 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비용이 1천 달러로 떨어질 것이며, 그로부터 수년 내에 100달러까지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이미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연구는 2013년부터 엑스프라이즈재단(X Prize Foundation)이 10일 이내에 100개의 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하면 1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겠다는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서 상당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값싸고 빠른 염기서열 분석 시대가 오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갖게 될 것이다.

둘째,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전자 지도를 갖게 되면,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몇몇 유전자는 이미 유방암, 근육 질병, 청력 장애, 시력 상실 등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과학자들은 심장혈관질환, 당뇨병, 관절염 및 다양한 암의 원인이 되는 DNA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단일 유전자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로 알려진 인간변이 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약회사들은 특정 유전자와 SNP를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떤 약이 어떤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으며, 어떤 약이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보험회사가 악용할 소지도 많아”

셋째, 사람들의 유전자가 절차대로 지도로 만들어질 때 윤리 및 보안 문제가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주와 보험회사들이 값비싼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과 구직자에 대한 차별 수단으로 이러한 유전자 지도를 악용할 위험이 있다. 정보를 보호하는 절차가 이루어져야 해커들에게 도둑 맞거나 환자의 허락 없이 거래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넷째, 세계 인구가 감소하는 지금, 맞춤형 치료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의사들이 질병 예방과 치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종업원들의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유출을 감소시킬 수 있고 동시에 사람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70대나 80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까지 계속 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할 수 있는 성인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기업의 완전 고용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저렴한 유전자 지도는 노령화 사회에서도 경제를 탄탄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8-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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