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의약품, 의료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산업이 국내에서 ‘아사 직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오후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96회 CEO 포럼에서 연사로 참석한 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의료산업의 발전전략과 병원의 역할’이란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의료산업의 실상을 공개했다.
국내 의료산업과 관련 이 원장은 “우수한 인력과 지적자본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자본구조 및 복지중심의 비영리성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아사직전에 몰리고 있다”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산업의 기반이 되는 국내 의약품 산업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한 혁신적 신약(Blockbuster Drug)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취약한 신약개발 환경으로 인해 선진국과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선진국과 경쟁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경기변동의 영향이 적은 안정적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MRI와 같은 고가 장비 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으며, 해마다 외제 고가장비 수입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외국 회사 좋은 일만 해주는 수입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의원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의료기기의 신규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소득수준 향상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가정용 의료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의원으로 상징되는 의료서비스 역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2006년 현재 한국인 1인이 지출하는 연간 의료비는 607달러로 미국 5천287달러, 독일 2천637달러, 일본 2천450달러, 프랑스 2천345달러, 캐나다 2천227달러 등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인데, 이로 인해 많은 병의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처럼 많은 병의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병원서비스산업을 산업으로 보지 않는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법적인 규제를 함에 따라 수익사업이 제한돼 많은 중소병의원들이 특정 기능을 지닌 전문병원으로 변화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으며, 민간 자금조달 방식에도 한계가 있어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대다수 중소 병원들은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과의 경재에 뒤지면서 투자도 하지 못하고, 처분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병상은 있으면서 병상기능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고령화, 소득수준의 향상,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의료기술의 발전, 세계시장 개방 등으로 인해 세계 의료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의료산업이 살 길은 그동안 확보해온 병원 서비스 분야의 고급 인력과 지적 자본을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BT 분야와 연계해 의료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육성해온 고급 인력과 첨단장비,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임상자료를 BT 등 첨단기술과 결합해 한국을 연구개발 및 산업화의 거점으로 만들 경우 경쟁력이 취약한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분야에도 영향을 주면서 의료산업 전반에 걸쳐 발전을 유도하고, 또한 높은 수준의 국민경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의료산업이야말로 제조업 대비 약 4배의 고용창출이 가능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국내 의료산업 수준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약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병원 서비스산업을 산업화하는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 이강봉 편집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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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5-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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