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일반 감기보다 그 증상이 훨씬 심하다. 특히 스페인 독감처럼 증상이 심한 독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무려 2500만 명에서 많게는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14세기 중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독감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인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초여름이다.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사들 가운데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로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이때부터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번지면서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했다.
곧이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나라인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9월에는 미국 전역에 확산됐다. 9월 12일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 만에 2만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는 등 민간인을 포함해 총 50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1919년 봄에는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죽었다.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14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분리·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그동안 스페인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 바이러스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5N1’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스페인 독감은 사람의 간에 옮길 수 있는 조류독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류독감이 변종을 일으킬 경우, 스페인 독감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감염될 수도 있다.
- 박지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8-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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