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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형근 편집위원
2008-01-07

“지구촌의 살인자 담배에 세금을 올려라” 토론토 대학 보건위생과 프라브하트 지하 교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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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살인자(global killer) 담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살인자를 심판해서 지구촌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서 담배에 세금을 더 부과하라. 그리고 그 세금으로 생명을 살려야 한다.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려면 세금을 올려라”


최근 선진국에서는 담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흡연자의 설 곳도 줄어들고 있다. 아마 OECD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허락하는 나라는 없다. 이제 흡연은 신사의 멋이 아니며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여성들의 시위(demonstration)도 아니다. 서서히 인간을 죽이는 살인자다.


흡연을 자랑하는(?) 유럽. 그 가운데서도 흡연천국으로 통하는 프랑스. 프랑스도 이제는 옛날 프랑스가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 것은 이미 2007년의 일이다. 골초의 나라답게 카페와 음식점에서의 금연에 대한 저항이 컸지만 금연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특정 카페에서조차 흡연을 금지했다.


유럽은 대부분 2005년부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렇게 되면 공공장소가 아닌 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두 곳이다. 집과 자가용이다. 프랑스는 그야말로 골초들을 위해 특정 카페에서는 흡연을 허용했으나 이제 그마저도 올해부터는 금지시켜 버렸다. 남들에게 폼 재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에 선진국에서 1억 명이 흡연으로 사망”


그러나 세계 총 담배 소비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담배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의 담배제조업자들이 후진국으로 담배를 수출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것과 같다는 비난여론까지 받고 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서 전문기고가로 활약하고 있는 지하(Prabhat Jha) 교수는 최근 자신의 글을 통해 “지구촌의 살인자 담배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 채 개발도상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25년 내에 해마다 1천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는 세계 116개 국가의 286개 신문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an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newspapers) 일종의 신문기업연합(Syndicate)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과 전문분야의 필진들이 고정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글을 각국의 신문사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 성 미카엘 병원의 세계보건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지하 교수는 “개발도상국에서 흡연으로 죽는 사망자 수는 말라리아, 산모사망, 유아사망, 그리고 극심한 설사로 죽는 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이제 선진국에서는 담배로 인한 질병은 금연으로 예방이 가능한 데 비해 개발도상국은 커다란 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하 교수는 “지난 20세기 기간 동안 선진국에서 1억 명이 흡연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지금의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병원과 구호시설은 물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21세기 100년 동안에 흡연으로 무려 10억 명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을 제외한 OECD국가, 공공장소에서 흡연 못해


지하 교수는 또 중국과 인도에서는 해마다 1백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며 정부의 과감한 금연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1세기 기간 동안에 이 두 나라에서만 무려 1억5천만 명이 흡연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재앙으로부터 탈피하는 방법이 금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게 각국 정부는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강경한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며 “돈 때문에 세계 총 흡연인구의 생명을 팽개치고 있다”고 지하 교수는 비난했다.


그는 흡연과 건강에 대한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만약 40대에 금연을 하게 되면 사망위험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으며, 30대에 금연을 실시하면 평생 담배를 안 피운 일반사람과 같이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배 세금을 올린 것은 금연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담배광고 금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금지, 특히 담배표지에 부착된 폐암을 비롯해 각종 흡연으로 생긴 관련 질병그림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생명을 살리자”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담배 표지에는 암에 걸린 폐나 관련 부위의 조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실어 흡연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심지어 발기부전으로 심기가 틀어진 부부의 침실 사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편 지하 교수는 “이제 흡연을 줄이는 일은 담배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담배를 현재 가격에서 두 배로 올린다면 2030년까지 3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담배가격 인상이 금연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통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하 교수는 최근 세계 160개 국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금연정책에 따를 것을 서명했다고 전하면서 “담배로 인한 죽음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직 죽음과 세금뿐이다. 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세금을 통해 죽음을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라고 지하 교수는 결론을 내렸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8-0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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