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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2007-11-06

'청각 상실 즉시 독순술(讀脣術) 능력 생긴다' 두뇌 청각영역, 청각 잃으면 즉시 시각정보 처리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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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 질병으로 청각을 잃은 사람들은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독순술(讀脣術)을 서서히 배우는 게 아니라 청각상실 후 뇌가 즉각 이에 적응하면서 바로 습득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사진)는 언어 습득기 이후 청각을 잃은 전농 환자들을 대상으로 독순 실험으로 하면서 대뇌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청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청각상실 후 바로 시각정보 처리에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뇌 과학분야의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뇌(Brain)' 11월호에 게재됐다.


그동안 '한가지 감각을 잃으면 그 감각에 사용되는 뇌 영역이 다른 감각기능에 사용된다(교차가소성)'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으며 실제로 시각상실 후 청각기능이 향상되고 청각상실 후 시각기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청각을 잃어 수화를 배우는 경우와 달리 청각언어를 완전히 배운 뒤에 청각을 잃은 환자들은 독순술을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독순술은 뇌의 교차가소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이 교수는 "이런 뇌 기능 변화는 뇌의 시각-청각 피질 사이에 새로운 신경연결이 생성돼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이번 연구는 피질 사이에 새 연결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잠재해 있던 시각-청각 간 기능적 연결성이 청각 상실로 되살아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에서 언어 습득기 이후 청각을 잃은 전농환자 9명과 정상 청력 대조군 15명을 대상으로 독순술을 시행할 때 대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해 조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순술에 사용되는 대뇌영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청각 피질로 알려져 있는 양쪽 측두엽 청각영역이 독순술을 할 때 정상 청력의 대조군보다 광범위하고 높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각을 상실한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측두엽 청각영역의 활성도, 특히 청각 언어기능과 관련이 깊은 좌측의 활성도는 청각을 잃은 시점에 가장 강해졌다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청각을 상실하면 두뇌가 시각언어 정보(입술 모양)만 처리할 때에도 즉각 청각영역을 동원한다는 것을 뜻하며 독순 능력도 청각영역의 활성도에 따라 청각을 잃은 직후에 극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독순술을 할 때 측두엽 청각영역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점점 떨어진다"며 "대신 전두엽의 고위 인지기능 영역이 작동하면서 독순 능력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
저작권자 2007-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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