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핵심은 유전현상으로 이를 이해해야만 질병의 치료가 가능하다”
18일 서울 프라자호텔 22층 덕수홀에서 열린 서울회현로타리클럽 제467차 주회의 연사로 초청된 한국과학문화재단 나도선 이사장은 ‘DNA가 곧 우주(21세기 생명과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역설했다.
조찬 모임으로 열린 이날 초청강연에서 나 이사장은 DNA와 질병의 관계, 그리고 신약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유전정보는 DNA라는 분자구조로 존재하며 4가지 화학적 암호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의 염기서열로 구성되는데 이 4가지가 생명현상을 지배한다?”는 화두와 함께 나 이사장의 DNA에 대한 설명은 시작됐다.
1953년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크릭의 예를 들면서 복잡한 DNA의 생명현상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1962년 미국의 생물물리학자 제임스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다. 왓슨은 DNA의 필수구성요소인 4개의 유기염기가 정확한 쌍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들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두 가닥의 당-인 사슬이 서로 얽혀서 그것들 사이에 염기쌍이 끼어 있는 DNA의 비밀을 풀어냈다."
웟슨과 크릭의 연구는 DNA가 어떻게 자가 복제를 하는지도 보여준다.
“DNA 분자는 복제 시에 이중나선의 중간 부위가 갈라지면서 새로운 뉴클레오티드가 모분자 양쪽으로 A-T와 G-C가 쌍을 이루면서 첨가된다. A는 반드시 T와, G는 C와 결합을 이루는데 이는 불변의 법칙이다. 염기들 사이의 결합이 끊어지면 2개의 가닥이 풀어지고 뉴클레오티드들의 가닥이 분리되면서 노출된 염기에 결합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개의 똑같은 DNA 분자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DNA의 복제 원리다. 이런 방법으로 유전정보가 한 세대의 세포로부터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DNA의 자기 복제 현상은 단순한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서 우주의 원리에 연결된다는 나 이사장의 설명.
“DNA는 사멸되지 않고 끝없이 후손으로 연결된다. 한 사람의 DNA를 계속 추적해보면 조상의 DNA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추적하면 모든 사람은 한 어머니로부터 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불교는 사람을 우주로 표현하지만 생명과학에선 DNA가 곧 우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전정보의 3가지 핵심물질인 DNA, RNA, 단백질 등은 생명현상과 함께 질병의 발생과도 관계가 깊다는 나 이사장의 설명.
“질병 발생의 메커니즘을 보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 유전자 이상에 의해서 오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유전자에 고장이 생겨서 단백질에 이상이 오면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의 원인규명, 신약개발, 세포치료, 유전자 치료 등이 생명과학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이 4가지의 연구 기반에서 탄생한 것이다.”
질병치료를 위한 DNA 연구의 필요성이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고 나 이사장은 강조했다.
“게놈(Genome)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DNA에 들어있는 유전자의 총집합체다. 인간이 세포 내에 갖고 있는 23쌍의 염색체(46개 염색체로서 남자의 경우 22쌍+XY, 여자의 경우 22쌍+XX) 중 1세트의 염색체 군을 말한다. 1990년에 시작된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염색체 내의 모든 염기서열을 밝혀내기 위한 계획으로 300개를 분석하는 데 약 한 달 걸린다고 할 때, 약 30억 개의 염기를 분석해야 하므로 10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2003년에 발표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03년에 앞당겨져서 초안이 발표됐다. 그 이유는 IT기술의 발달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DNA 분자구조를 분석하는 데는 IT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생명공학이 발달하는 사이에 IT정보기술도 발전해 게놈지도가 완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생명현상에 대해 보다 확실히 알게 됐고 많은 유전병의 치료와 세포치료기술 발달, 유전자의 조작이 가능해졌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에 따라 각 개인의 DNA 정보를 알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예방이 가능하다. 각 개인의 유전자를 정확히 분석해 결손이 있는 유전자를 미리 알면 이 유전자를 정상의 유전자로 바꾸어 놓는 유전자 조작을 이용, 유전자를 회복시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최근에 와서 유전자 조작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없으면 생명공학이 존재할 수 없다.”
나 이사장은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다양한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신약개발이 가능해졌고 이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 86년도에 내가 처음 만든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는 대장균은 일반 대장균보다 훨씬 많이 생산될 수 있어 경제적으로 효과가 높다. 항암제 글리벡의 경우, 만들어진 그 해에만 10억 달러가 팔렸다. 이러한 성과는 신약개발만이 가능하다.”
DNA 연구로 출발해 생명공학으로 이어진 나 이사장의 강연은 신약개발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됐다.
“21세기 경제성장은 생명공학이 견인할 것이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와 같은 DNA의 연구를 통해 질병의 발생기전을 알아내 치료제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 생명공학회사 ‘암젠’은 매년 10조원이 넘는 매출과 3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는 미국의 초우량 바이오텍 기업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삼성전자를 능가한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07-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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