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밀단백으로 제조된 펫푸드(애완동물사료)가 북미와 남아공에서 애완동물 집단 사망을 초래함으로써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산 사료 원료에서 또다른 유해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9일(이하 현지시각) 전해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8일 자국의 2개 사료원료 수출업체가 멜라민이 첨가된 밀단백과 쌀단백을 미국 등에 판매했음을 공식 시인했다. 중국측은 당초 멜라민 함유 펫푸드 때문에 애완동물들이 대거 사망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면서 버티다 사태가 악화되자 미 식품의약국(FDA) 대표단 입국을 허용해 공동 조사에 착수하는 등 수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그러나 FDA는 8일 멜라민 함유 사료가 개와 고양이 외에 미국내 일부 양돈장과 양계장에서 쓰인 것은 물론 일부 양어장에도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해 중국발 식탁안전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뉴욕 타임스는 '펫푸드에서 또다른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제목의 9일자 상하이발 기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복수의 중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펫푸드에서 멜라민 외에 또다른 독성 화학물질인 시아누르산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도 앞서 문제의 펫푸드에서 멜라민 외에 시아누르산도 검출됐다면서 두 성분이 합쳐지면 독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특히 신장에 치명타를 입힌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코넬대 수의학과의 리처드 골드스타인 교수를 인용해 멜라민만의 유독성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나 여기에 시아누르산이 합쳐지면 독성이 대폭 강화된다고 전했다. 그는 시아누르산이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신장 결석을 초래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남아공에서 리콜된 펫푸드에서 멜라민과 함께 시아누르산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FDA와 농무부 등 미 당국은 7일 그간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의 사료로 키워진 돼지나 닭고기를 먹었더라도 이것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은 '극히 낮아 무시할만하다'는 견해를 밝혔음을 신문은 상기시켰다.
신문은 중국사료원료 수출회사들이 단백질 함양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확인됐음을 지적하면서 "시아누르산 역시 같은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섞어온 것이 관례"임을 익명의 중국 업자들이 시인했다고 전했다.
FDA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문제의 펫푸드를 먹고 애완동물이 장애를 일으킨 케이스가 1만7천건 가량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약 4천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제의 사료로 키워진 돼지가 6천마리 가량, 닭은 약 310만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들 돼지와 닭의 상당 부분이 이미 식용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FDA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한편 FDA의 데이비드 아치슨 위원보는 블룸버그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멜라민 함유 사료가 미국내 양어장에도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양어장용 사료가 중국의 2개 사료원료업체들과 거래해온 캐나다 회사에 의해 제조됐다고 말했으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회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펫푸드 파문을 처음 일으킨 회사는 캐나다 소재 북미 최대 펫푸드 메이커인 메뉴푸드임을 블룸버그는 상기시켰다.
아치슨은 그러나 멜라민 함유 밀단백 등이 "식품에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지금까지는) 확인됐다"면서 따라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식탁 안전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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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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