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신약개발은 국내 제약산업의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항체신약개발에 투자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코스닥 바이오 벤처기업 제넥셀-세인 김재섭 대표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최근 한미 FTA 타결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의 지적은 국내 제약업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고견이자 국내 제약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KAIST 생명화학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항체신약개발은 국내 제약발전의 원동력
김 대표는 최근 항체신약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만한 원천기술인 '항체 인간화 기술'을 개발해 침체에 빠져든 국내 신약개발분야에 단비와 같은 소식을 전해줬다.
그는 "일반 케미컬 신약들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인데 반해 항체 신약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이 있다면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다국적 제약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분야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항체신약개발이 국내 제약업계의 블루오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항체신약은 1990년대 초 처음 시작될 정도로 아직 미개척분야이고 2006년 말 FDA에 허가된 제품이 20개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최근 5년간 FDA에서 허가된 신약의 50% 이상이 항체신약이고 매년 40-50%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오는 2010년에는 30조원, 2020년에는 2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어마어마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항체신약개발은 화학의약품 개발기간의 절반 수준이면 가능하고 전임상 비용이 화학 의약품의 30% 이내에 불과해 리스크를 안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한편 FDA 승인율이 연 18-29%에 달해 성공 가능성도 높은 분야다.
이 같은 항체신약분야에 대한 성공 확신 때문에 그는 기존 항체 인간화 기술 개발을 통한 항체 신약개발에 일찌감치 뛰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결실을 맺게 됐다.
항체공학기술로 세계 제약업계에 도전장
바로 기존 항체 인간화 기술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동물항체를 거의 사람의 것으로 바꿔주는 신개념 항체 인간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SDR-그라프팅 기술'이다.
이 기술은 동물항체를 인간화하는 기술로, 쥐 등 동물을 이용해 만든 항체를 그대로 사람에게 주사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시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동물에서 개발된 후보 항체를 사람 항체의 아미노산 서열로 교체해 질병이 체내에 들어왔을 경우 이를 파괴할 수 있는 항체를 인위적으로 투여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항체 인간화 기술은 미국 프로테인디자인랩사가 보유한 CDR-그라프팅 기술이 원천기술로 제넨텍, 노바티스, 로쉬 등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인간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프로테인디자인랩사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고 치료제를 생산해야 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프로테인디자인랩사는 지난해 기술료 수입만 2천억 원에 달했고 3-4년 내에는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돼 시가 총액이 3조원에 달할 정도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넥셀-세인이 개발한 SDR-그라프팅 기술은 이에 못지 않은 기술로 CDR-그라프팅 기술이 항체의 80%를 사람의 것으로 바꾸는 반면 제넥셀-세인의 기술은 97%를 사람의 아미노산 서열로 바꿔 동물항체를 거의 완벽하게 인간과 유사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SDR-그라프팅 기술로 세계 항체공학 원천기술 무대에서 프로테인디자인랩사와 쌍벽을 이룰 수 있게 됐고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업체들이 부작용이 적은 우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들이 특허만료가 지난 의약품을 복제해 값싸게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항체신약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한다면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준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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