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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서현교 객원기자
2007-01-26

항생제 내성 문제, 구더기 치료로 넘어선다 구더기, 죽은 세포 먹으며 항생물질 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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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화장실과 같이 썩고 더러운 곳에는 항상 파리가 꼬이고, 얼마 지난 후 구물구물 기어다니는 혐오생물 ‘구더기’가 무더기로 나타난다. 이처럼 영원히 지상에서 사라져야 할 해충으로 인식되던 ‘구더기’가 최근 치료용으로 부각되고 있다.


구더기는 청결한 청소부

이 구더기들은 환자의 환부 중에 썩거나 죽은 세포들만을 먹으면서 입에서 항생 물질을 분비한다. 즉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조직이나 고름을 깨끗하게 녹여서 먹어치우며 동시에 항생물질을 분비해 생체 조직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를 죽이고, 이를 흡수해서 환부 회복을 촉진시킨다. 이로 인해 환자의 환부는 살아있는 세포만 남고, 구더기가 내놓은 항생 물질로 환부가 치료되는 1석 2조 효과를 본다.


또한 구더기는 인간의 면역 기능을 피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환부에서 활발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구더기가 환부에 대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도중 다른 감염을 일으키지 않아 그야말로 더러운 해충이란 인식은 선입견에 불과한 셈이다.


구더기 치료, 미 남북전쟁 때 활용


구더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외과 치료용으로 사용돼 왔다. 페니실린 항생제가 발견되기 전이던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는 부상당한 병사들의 치료를 위해 환부에 구더기들을 사용했다.

특히 치료약이 부족하던 당시 병사들의 외상에 구더기가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한 셈. 그런데 1900년대 페니실린 발견과 함께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구더기는 귀하신(?) 자리에서 밀려나 혐오 생물로 다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항생제 남용으로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의학계는 다시 구더기를 이용한 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병원들은 특히 당뇨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절단 수술을 받은 환부의 빠른 회복을 위해 구더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당뇨병 합병증에도 활용

영국에서는 당뇨병으로 인해 다리에 발생하는 합병증인 ‘궤양’에 구더기를 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당뇨병으로 인해 다리에 발생하는 궤양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다. 그러나 구더기가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핀셋으로 구더기들을 절단된 부위에 놓고 캐스트로 봉하면 득실거리는 구더기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며칠 후 캐스트를 열면 구더기들이 꽤 성숙해 있고, 상처 부위는 회복이 진전됐다. 이런 구더기 치료가 조직이 썩어 기존에는 절단해야 할 부위를 재생시켜 절단 수술을 예방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구더기 분비물 연구 중

구더기가 썩은 조직을 먹어치우면서 내놓는 분비 물질에 대해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구더기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부위는 상처가 밖으로 드러난 외상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아예 구더기 분비물로 천연 치료제를 개발할 꿈을 품고 있다.


일례로 구더기가 분비물질을 내보내 인간의 면역 기능을 피하는 것을 응용해 해당 분비물을 대량생산해 장기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을 없애는 데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여러 감염치료에 구더기 분비물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체내 응혈 부위를 녹이는 데에도 이 분비물의 일정 성분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더기 분비물의 장점은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이미 입증됐기 때문에 질병 치료에 있어 항생제를 대신해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치료 영역도 확대될 전망이다.


거머리도 치료용으로

한편 거머리 역시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신체 일부가 절단됐을 때 봉합 수술을 한 경우 절단된 부위를 살리는 경우에 거머리가 동원된다.

사고로 절단됐던 신체 부위를 봉합 수술을 한 후 절단됐던 부위에 거머리를 놓는다. 그러면 거머리들이 활동하면서 절단됐던 부위에서 피가 난다. 그러한 과정 중에 거머리 입에서 나온 혈액응고 방지 물질이 신체 내로 들어가 피가 굳지 않고 흐르도록 해준다. 즉 거머리가 절단됐던 부위에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줌으로써 해당 부위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서현교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7-0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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