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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형근 편집위원
2006-12-14

“미국, 신생아 5명 중 2명은 미혼모 출산” AP통신, 미국 보건통계센터 보고서 인용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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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증가는 저출산으로 이어져”


지난 8월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내 한 외신기자가 우리나라 이혼법정을 찾았다. 이 기자는 저출산과 한국의 이혼을 관련시켜 글을 써보자는 속셈이었다. 그 기자가 쓴 글의 헤드라인은 ‘한국의 이혼, 빠르고 영화 한 편보다 싸(Korean divorce: quicker and cheaper than a movie)'. 판사의 질문에 ‘예’라는 한마디로 끝나버리는 한국의 이혼법정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저출산은 결혼한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따른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여성의 직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애를 돌볼 수 있는 탁아소나 육아시설을 만들어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고 정부나 기업도 그러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은 과연 애를 키울 수 있는 육아시설이 없기 때문만일까?


미국은 미혼모 천국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어린 10대 미혼모, 그런 부류가 아니다. 성인이면서도 미혼모가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법률적 혼인관계를 멀리하고 사실적 혼인관계, 즉 동거부부와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부부는 서로가 불편하고 싫다. 같이 살다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남녀의 사랑의 산물인 애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미국의 AP통신은 미국에서 태어나는 어린애 가운데 약 40%가 미혼모 자녀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다. 또한 미혼모의 급증으로 새로 태어난 신생아들이 미국의 커다란 사회적 짐이 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최대 저출산 국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동거부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한 결혼, 멀어지고 있어”


AP통신은 최근 애틀랜타발(發) 뉴스를 통해 “작년 미국에서 미혼모의 자녀로 출생한 신생아(births out of wedlock) 수가 사상 최대에 달했으며 연령으로 볼 때 10대 비중은 낮아진 반면 20대 비중은 현저하게(dramatically)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 통신은 “작년 한 해 동안 미혼모 출산 신생아는 사상 최대인 147만152명으로 전년(2004)에 비해 5만5천명 가량 늘어 전체 신생아의 약 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CHS의 보고서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점은 미혼모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10대 청소년과 미혼모는 같은 동의어(synonymously)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1970년대 50%에 달했던 전체 미혼모 가운데 10대의 비중은 24%로 현저하게 떨어졌고 대신 25~29세가 주를 이루는 20대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보고서를 공동으로 작성한 NCHS의 스테파니 벤추라(Stephanie Ventura) 연구원은 “전체 미혼모 가운데 결혼 적령기인 20대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 연령대 여성의 경우 실질적 배우자인 동거남을 두고도 법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미혼모로 분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오히려 법적 결혼을 회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벤추라 연구원은 “또 기혼, 미혼을 가리지 않고 20대 여성이 주 출산 연령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이제 미국은 미혼모 출산이 사회적으로 거리낌 없이 용납될(acceptable)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석하면서 “신성한 의무와 계약을 동반하는 결혼은 젊은이들로부터 점차 환영 받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미혼모 출산의 증가는 곧 저출산의 요인으로 연결된다.


“미국 10대 미혼모는 여전히 최고”


이 통신은 “40%가 넘는 이혼율과 더불어 미혼모 출산 증가로 미국의 가족제도가 점차 붕괴되고 있어 청소년 범죄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인 문제가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혼이 그랬던 것처럼 미혼모는 지탄 받는 대상이 아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갖는 게 아니다. 자식이 있는 미혼모 엄마로 남고 싶어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대 미혼모 출산 증가에 대해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의과대학(Morehouse School of Medicine)의 욜란다 윔벌리(Yolanda Wimberly) 박사는 “30대나 40대 여성들은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여기서는 폐경)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서도 아기를 가지려고 하고 20대는 젊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녀는 “이제 미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게 사회적으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아이를 기르는 한 엄마가 (법적)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그게 엄마 주위에 남편이 없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혼모와 같이 사는 남자는 자식의 아빠인 남편도 될 수 있고 아빠가 아닌 또 다른 남편일 수도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출산, 탁아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아이를 갖고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동거부부 가구(가족) 수도 늘고 있다. NCHS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도 20만에 불과한 미혼부부 가구 수가 작년에는 170만으로 늘었다. 미국 인구는 약 3억으로 총 가구 수는 1억30만이다. 적어도 10% 이상이 아이가 있는 미혼 가정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10대 미혼모 출산은 계속 떨어져 작년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선진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10대 미혼모는 자녀와 더불어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문제로 남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 미국의 일만이 아니다. 한국도 동거 부부가 늘고 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드는 돈을 아끼기 위해 남녀 대학생의 동거 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는 조금 봐줄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는 거기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 전체적으로 퍼진다. 신성한 결혼이 점점 우리와 멀어지고 있다. 그 속에 우리나라의 최대 현안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탁아소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6-1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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