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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대공 객원기자
2006-11-19

DNA로 밝히는 네안데르탈인의 미스터리 현대 인간과의 교잡 여부가 핫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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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전학의 획기적 기술로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이 풀리고 있다. 약 3만8천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진화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선조라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넓적다리뼈에서 추출한 유전정보를 이용, 그들의 DNA 조각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을 구성하는 수백만 빌딩 블록을 밝혀냈다. 이번 성과의 자세한 내용은 네이처와 사이언스 최신호에 모두 실렸다.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에드워드 루빈 박사(캘리포니아 월넛 크릭의 조인트 게놈 연구소)는 “이번에 밝힌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 순서는 DNA 타임머신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생물학에 대해 그들의 뼈와 유물이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게놈 연구는 현대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이 진화적으로 갈라지게 된 유전적 차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밝히게 될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무슨 색깔의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피부를 지녔는지, 그들은 과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연구는 그들의 두뇌 기능을 좀더 자세히 밝힐 것이며, 네안데르탈인이 과연 현대 인간에게 유전풀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밝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서로 다른 두 기술의 승리

과학자들은 이미 12명의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순서를 밝혀낸 바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의 화학공장으로 엄마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된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와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우리의 진화적 사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세포 핵에서 유래하는 DNA를 추출해야만 했다. 핵 DNA야말로 유기체의 유전적 청사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물질을 복원하기 위해 ‘커팅-에지 DNA 시퀀싱’(cutting-edge DNA sequencing)이라는 최신 기술을 이용했다. 추출 대상은 크로아티아의 빈디자(Vindija)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대퇴골 부위였다.

네이처에 이번 성과를 발표한 스반트 파보 교수(독일 라이프치히의 진화인류학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그들이 추출대상체로부터 염기서열을 직접 읽어내는 방식으로 어떻게 수백만 개의 염기쌍 - DNA의 빌딩 블록 - 을 복원했는지 설명했다. 한편 사이언스에 발표한 루빈 교수팀은 ‘메타게노믹스’(metagenomics)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이용했다.

이 방식은 DNA 파편을 박테리아에 주입한 뒤 박테리아가 이를 복사할 때, DNA 염기서열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여기서 원하는 DNA 염기의 서열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루빈 박사팀은 이 방법을 이용, 네안데르탈인 DNA의 6만5천250 염기쌍을 복원해 냈다.

염기서열을 직접 읽어내는 방식은 좀더 많은 DNA 서열을 복원할 수 있지만, 이는 다소 무작위적 방법이다. 메타게노믹스 방법은 원하는 염기서열만을 구축된 DNA 라이브러리에서 골라서 읽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점은 언어 유전자

파보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그가 초점을 두었던 부분은 네안데르탈인의 FOXP2 유전자였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현대 인간이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유전자로, 언어 사용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에 관련된 유전자를 아주 조금 밝혀냈지만, 이 유전자들은 흥미를 가질 만한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파보 박사는 말했다.

파보 박사팀과 루빈 교수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간은 약 50만년 전에 진화적으로 갈라졌다는 사실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이런 결과는 이전의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 결과와 고고학적 데이터가 추정하는 바와 동일하다.


파보 교수팀은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약 3천 명의 매우 적은 개체군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네안데르탈인은 그들의 전성기 때, 매우 넓은 지역을 지배했다. 서쪽으로는 영국과 이베리안 반도, 남쪽으로는 이스라엘, 동쪽으로 우즈베키스탄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이 땅딸막하고 근육이 많았던 사람 종은 현대 인간과 진화적으로 볼 때 가장 가까운 사촌이다.

현대 인간은 약 4만년 전 유럽에 들어왔고, 이후 약 1만년 기간 내에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대륙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약 2만4천년 전, 마지막 살아남은 네안데르탈인은 그들의 최후 피난처였던 이베리아 반도에서 사라졌다.


서로 짝짓기를 했을까

현대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이 약 4만년 전 서로 만났을 때, 그들이 과연 서로 짝짓기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은 지금까지 매우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미국의 한 과학자는 현대 인간종이 네안데르탈인과의 교잡을 통해 뇌의 다양한 유전자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빈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현대 인간의 유전풀에 기여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 한편 파보 교수의 분석은 다른 방향, 즉 현대 인간에서 네안데르탈인으로의 유전자 전달이 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이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염기서열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크리스 스티링거 교수는 “이번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한 번 더 확인했을 뿐 아니라, 이전 연구로 인해 밝혀졌던 분기 시기를 뒷받침했다”며 “네안데르탈인의 전체 게놈을 완성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안데르탈인 전체 게놈의 완성은 시기와 장소에 따른 그들의 다양한 변종을 밝힐 수 있을 것이며 아울려 현대 사람 종인 우리와 비교 연구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안데르탈인의 전체 게놈 지도 완성은 2년 뒤 일단 드래프트 형식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김대공 객원기자
scigong@gmail.com
저작권자 2006-1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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