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으로 인해 인류의 통증을 다루는, 어쩌면 모르핀을 뛰어 넘는 획기적인 진통제 개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통증의 신호 전달 차단을 돕는 물질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이번 성과는 미 국립과학원 회보(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소개됐다. 이번에 발견된 오피오르핀은 사람의 타액에서 추출됐지만, 연구팀은 신체의 다른 기관에서도 이 물질이 발견되리라 믿고 있다.
오피오르핀의 진통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 물질을 쥐에게 투여했다. 물론 실험 대상 쥐는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적 고통과 침으로 쏘는 듯한 기계적 통증을 함께 갖고 있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오피오르핀 1mg/kg의 투입만으로 모르핀 6mg/kg의 투여와 동일한 진통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르핀 6mg/kg의 투여는 매우 심각한 고통이 있을 때만 투여되는 양이다.
연구팀은 아직 오피오르핀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피오르핀이 체내의 엔케팔린(enkephalin)이라는 단백질의 파괴를 막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엔케팔린은 사람의 중추 신경계에서 발견되는 물질인데, 통증의 신호 전달을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의 리셉터에 통증 전달물질 대신 결합해 인체의 통증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인체 내에서 오피오르핀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조건을 찾기 위해 연구 중이다. 이번 발견을 이끌었던 파스퇴르 연구소의 캐서린 루조 교수는 이번 발견이 인간의 통증을 조절하는 새로운 진통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기 위해서는 먼저 오피오르핀의 약리학적 특성을 조사해야 하며 독성 테스트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분자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존 우드 박사는 “사람의 타액에 진통 효과를 보이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 단백질이 쥐에서 진통 효과를 보인다는 점도 매우 놀랍다”며 “우리 뇌에는 통증 신호를 받아들이는 리셉터들이 존재하는데, 모르핀 같은 물질은 통증의 느낌을 전달하는 물질 대신 이 리셉터와 반응해 고통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오피오르핀이 모르핀 같은 역할을 하는 체내 화학물질의 붕괴를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오피오르핀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많은 신약들이 실제로 임상에서 동일한 효과를 보인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발견의 경우 오피오르핀이 체내에서 통증을 약리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이지 못했다”며 “사람의 통증 조절에 대해 이번 발견의 중요성은 아직까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 김대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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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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