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대의 안과학연구소와 무어필드 안과병원 공동 연구팀은 빛의 자극을 받는 광(光)수용세포의 줄기세포, 즉 ‘미성숙 단계의 망막 신생세포’(retinal Newborn cell)를 배양해 안구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쥐의 시력을 회복시켰다고 네이처 최근호에 밝혔다. 광수용세포 이식은 그동안 계속 실패해 왔으나 이번 동물 실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인간 시력장애 치료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영국 BBC 방송은 “인류가 헛된 희망을 품은 게 아니었다”고 보도하는 한편, 네이처는 당장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향후 수백만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시력을 되찾을 중요한 연구기반이 된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통념 뛰어 넘어
세계 과학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시력 복원을 위한 이식 실험을 거듭했지만 실패만 반복했다. 현재까지 한 번 손상된 망막의 광수용세포는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지만 그런 통념은 이번 연구로 수정을 해야 하게 됐다. 그동안 신체 내 다양한 세포로 만들어진 줄기세포는 이식 후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줄기세포 실험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생후 5일째의 어린 쥐에게서 망막세포를 추출, 유전적 결함으로 망막이 손상된 어른 쥐의 망막에 이식했다. 이식된 세포는 치료대상인 쥐의 망막에서 신경조직과 성공적으로 연결됐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는 망막이 한 번 손상되면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광수용체가 되기 직전 단계의 전구세포를 이용해 성과를 거뒀다. 광수용체는 생물체가 빛의 자극을 받을 때 이를 받아들여 뇌의 신경세포로 전달해주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이상이 생길 경우 빛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연구팀의 제인 소든 박사는 “그동안 다 자란 안구는 재생능력이 없다고 믿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안구가 새 광수용세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성인의 눈에서 추출한 세포를 발생 초기의 안구 전구체(前驅體, 완전한 장기로서의 모습과 기능을 갖추기 전의 조직)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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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 쥐에서 막 자라기 시작한 광수용체 세포를 추출한다.
2. 추출한 광수용세포의 줄기세포를 눈먼 성인 쥐의 망막 세포에 이식한다. 3. 이식된 세포는 기존의 망막세포와 성공적으로 연결되며, 실험 대상은 시력을 회복한다. ⓒ |
몇 년 내 시각장애인 대상 실험
광수용체 손상은 사람에게도 흔히 일어난다. 당뇨병과 녹내장처럼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질병들 때문에 시력을 잃거나 유전적으로 시각에 장애가 있는 경우처럼 외상 없이 생겨난 시각장애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를 당장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기술적 장벽이 남아 있다. 인간의 안구는 태아 때 최적 상태로 배양된다. 즉 사람의 경우 미성숙 단계의 광수용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임신 3개월 이내 태아에서 추출해야 한다. 윤리적으로나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 광수용체로 자라날 수 있는 전구세포를 추출해 이식하기보다는 줄기세포를 직접 배양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주로 망막 세포의 직접적인 이식보다 줄기세포 이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런던 무어필드 안과병원 로버트 맥라렌 박사는 “아주 고무적인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다 자라난 성체의 망막에도 가장자리 부분에 기능이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은 세포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맥라렌 박사는 특히 이 사실을 강조하며 “향후 성인의 망막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거나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식하는 방식이 시도될 것”이라고 향후 연구 방향을 설명했다.
세포이식 연구가 더 진행되면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빛을 다시 찾아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도 몇 년 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대공 객원기자
- scigong@gmail.com
- 저작권자 2006-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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