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11월 1일자 인터넷판에 이번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이 화학물질이 비만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이 화학물질은 레드 와인과 적포도의 껍데기에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은 노화 방지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는데, 효모와 초파리 그리고 물고기의 수명을 각각 60%, 30%, 60%씩 연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뚱뚱하지만 건강한 쥐
이번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다 자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고 칼로리 식단을, 나머지 그룹에게는 고 칼로리 식단과 함께 레스베라트롤을 함께 투여했다. 이들 쥐가 섭취한 칼로리 중 60%는 성인 비만의 주역인 지방 성분이었다.
실험쥐는 비만과 당뇨, 심장 질환 등 동일한 식단을 섭취할 경우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건강상의 문제점들을 보였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실험쥐의 수명까지 연장시킨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연구팀은 레스베라트롤이 쥐의 잠재적 사망 위험을 최고 31%까지 감소시킨다고 추측했다. 이 수치는 정상 식단을 먹인 쥐와 동일한 수준이다.
레스베라트롤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SIRT1이라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이 유전자는 장수와 관련된 단백질 그룹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중 하나이다.
이번 연구를 이끌었던 하버드대 의과대학 국립노화연구센터의 라파엘 드 카보 박사는 “실험 6개월 만에 레스베라트롤은 고 칼로리 식단의 거의 모든 부정적 영향을 감쇄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한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하버드대 의과대학 병리학과 교수)도 “우리가 실험했던 레스베라트롤 비만 쥐는 임상적인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수치를 나타냈다”며 “이는 곧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당뇨병이나 심장병, 암 등 비만으로 인한 질환들을 제어할 수 있음을 나타내지만, 모든 것은 시간과 추가적인 연구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와인 한 잔 앞에 놓고 지켜볼 때
같은 저널에 이번 보고서와 함께 실린 논문에서 미 워싱턴대학의 피터 래비노비치 교수는 이번 결과는 잠재적으로 매우 중요한 발견이지만 주의할 점도 있음을 경고했다. “실험쥐에게 투여한 레스베라트롤의 양이 인간에게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특히 그 투여 기간이 수년이나 심지어 몇 십 년이 될 경우 부작용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자들이 해야 할 다음 단계는 레스베라트롤이 인체 내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조사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환자와 함께 레드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서 기다려야 할 때”라며 “이번 실험에 쓰인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실험쥐에게 투여된 레스베라트롤은 레드 와인에 겨우 0.3% 정도 함유돼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블룸 교수(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비만 연구센터 수석연구원)는 “만약 각 생물 종의 예상 수명을 좌우하는 진화적 조건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 먹잇감의 빈곤 또는 풍족일 것”이라며 “음식물이 풍부하다면 매우 활동적인 삶을 살겠지만 갑자기 사망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재생산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개체수를 유지하며 오랜 삶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진화 조건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레스베라트롤은 이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발견은 매우 흥미롭고 어쩌면 이번 해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큰 가능성을 가진 발견”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김대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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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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