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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연합뉴스
2026-10-02

"나비, 날개 무늬로 포식자 공격 빗나가게 하는 착시 만든다" 英 연구팀 "날갯짓·무늬가 함께 '움직임 혼란' 일으켜…공격 지점 혼동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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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나비의 날개가 비행할 때 날갯짓과 결합해 포식자가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를 잘못 판단하게 하는 시각적 착시를 만들어 공격을 빗나가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호랑나비(Papilio machaon) ⓒDr. George Hancock 제공
산호랑나비(Papilio machaon) ⓒDr. George Hancock 제공

영국 엑서터대와 에식스대 연구팀은 1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나비 날개 무늬와 날갯짓이 함께 작용해 포식자가 나비의 움직임 방향과 속도를 잘못 판단하게 만들어 공격 지점을 빗나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과 컴퓨터 모델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얼룩말과 뱀의 줄무늬가 포식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오랫동안 여겨져 왔지만,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는 거의 없었다. 나비도 매우 다양한 날개 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기능은 이론적 논쟁과 연구의 대상이 돼 왔다.

연구팀은 나비의 화려한 색과 무늬는 경고나 위장, 짝짓기 신호, 체온 조절 등 여러 기능과 관련된 것으로 연구돼 왔으나 눈에 잘 띄는 무늬를 가진 나비가 비행 중에 포식자에게 잘 잡히지 않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선나비(Camberwell beauty) ⓒDr. Emmanuelle Briolat 제공
신선나비(Camberwell beauty) ⓒDr. Emmanuelle Briolat 제공

연구팀은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며 움직이는 과정에서 날개의 무늬가 실제 이동 방향과 다른 움직임 신호를 만들어 포식자의 시각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어 이를 검증하기 위해 초당 1천 프레임이 넘는 고속 카메라로 실제 나비가 날아오르는 순간을 촬영한 뒤 이를 새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변환해 나비의 움직임이 어느 방향으로 보이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날개에 원래 무늬가 있는 나비는 무늬를 없앤 나비보다 실제 비행 방향과 다른 방향의 움직임 신호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 경우 나비가 앞으로 날아가더라도 포식자는 나비의 실제 이동 방향이나 속도를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유럽 나비 397종의 757개 날개 형태를 3차원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날갯짓과 활공을 재현, 포식자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나 방향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움직임 혼란'(motion confusion)의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앞쪽 움직임 혼란은 앞날개의 높은 대비, 뒷날개의 세로 줄무늬, 하나의 두드러진 띠, 밝은 뒷날개, 뒷날개의 불규칙한 형태, 앞날개의 세로 줄무늬 등과 관련이 컸고, 좌우 방향 혼란은 세로 무늬와 뒷날개 꼬리가 두드러질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나비의 실제 진행 방향과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신호가 강해지면 포식자가 나비의 속도를 잘못 판단해 공격 지점을 실제보다 뒤쪽으로 잡을 수 있고, 좌우 움직임 신호가 커지면 공격 방향이 옆으로 빗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늬가 있는 나비와 없는 나비 이륙 작면 분석. 붉은제주나비(Vanessa atalanta)를 예로 들어 자유비행 중 '움직임 혼란'을 원래 날개 무늬가 있는 상태와 흰색으로 바꿔 무늬를 제거한 상태에서 연속 분석한 장면. 각 프레임은 시간상 서로 대응하도록 위치를 다시 맞춘 것으로 나비의 공간적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일치한다. ⓒNature, Jolyon Troscianko et al. 제공
무늬가 있는 나비와 없는 나비 이륙 작면 분석. 붉은제주나비(Vanessa atalanta)를 예로 들어 자유비행 중 '움직임 혼란'을 원래 날개 무늬가 있는 상태와 흰색으로 바꿔 무늬를 제거한 상태에서 연속 분석한 장면. 각 프레임은 시간상 서로 대응하도록 위치를 다시 맞춘 것으로 나비의 공간적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일치한다. ⓒNature, Jolyon Troscianko et al. 제공

실제로 사람 100명을 포식자로 가정해 다양한 나비의 비행 영상을 보여주고 터치스크린을 눌러 나비를 잡도록 실험한 결과, 움직임 혼란이 큰 무늬를 가진 나비일수록 참가자들의 공격 지점이 나비의 뒤쪽으로 더 길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작위로 만든 나비 날개 무늬를 '진화'시키는 컴퓨터 실험에서 앞쪽·좌우 움직임 혼란 등을 최대화하도록 선택하는 과정을 20세대 동안 반복한 결과, 앞쪽 움직임 혼란을 선택한 무늬가 실제 유럽 나비의 날개 무늬와 비슷한 형태로 수렴했다.

연구팀은 이는 이런 착시를 만드는 무늬가 실제 나비 진화 과정에서 선택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며 이 결과가 나비의 날개 무늬가 포식자에게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위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방어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이런 움직임 혼란이 나비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새의 펄럭이는 날개와 도마뱀·물고기의 움직이는 꼬리 등 다른 동물의 강한 대비 무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Jolyon Troscianko et al., 'Butterfly wing patterns in flight create powerful illusory motion cu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1062-w

연합뉴스
저작권자 2026-10-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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