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엘피스셀테라퓨틱스 임성빈 대표이사, 손영숙 CSO
<우리 몸속을 흐르는 생명의 고속도로>
우리 몸속에는 심장에서 출발해 온몸 구석구석을 잇는 거대한 도로망이 있습니다. 바로 ‘혈관’입니다. 심장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가득 싣고 쌩쌩 달리는 넓은 고속도로인 ‘동맥’, 목적지인 세포 동네 골목골목까지 배달을 마친 뒤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 그리고 세포와 직접 물건을 주고받는 아주 좁은 골목길인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 중 모세혈관은 굵기가 고작 10μ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가늘지만, 보통(다른 큰) 혈관 벽은 체계적인 삼중 구조로 지어져 있습니다. 혈액이 미끄러지듯 흐르게 돕는 매끄러운 안쪽 코팅인 ‘내막’, 혈류량에 맞춰 도로의 너비를 조절하는 중간 근육층 ‘중막’, 그리고 도로가 무너지지 않게 튼튼히 받쳐주는 겉 포장인 ‘외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일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에 찾아온 교통체증과 붕괴>
그런데 이 튼튼한 도로망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도로를 낡고 병들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혈압이 높아지면 거센 물살처럼 혈액이 내막을 때려 상처를 냅니다. 이 상처 난 틈으로 콜레스테롤 같은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 도로는 점점 좁아지고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결국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교통체증이 발생합니다.
심장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로 가는 길이 막히면 ‘뇌졸중’, 다리로 가는 길이 막히면 ‘폐쇄성 하지허혈’이라는 질환이 찾아오게 되죠. 당뇨병 역시 좁은 골목길과 같은 모세혈관을 망가뜨려 실명이나 다리 궤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무너진 도로를 다시 짓는 마법의 수리공들>
꽉 막히고 무너진 도로를 아예 새롭게 뚫어줄 수는 없을까요? 전 세계 과학자들은 우리 몸의 만능 수리공인 ‘줄기세포’에 주목했습니다. 제 기능을 하는 완벽한 도로를 새로 깔려면, 매끄러운 내막을 만드는 기술자(혈관내피전구세포)와 수축과 이완을 돕는 중막 근육 기술자(중간엽줄기세포)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때 국내 기업인 (주)엘피스셀테라퓨틱스가 놀라운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사람의 골수에서 혈관 내막을 완벽하게 재건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새로운 세포를 세계 최초로 발굴해 낸 것입니다. 심지어 이 세포를 치료에 쓸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키워내는 데도 성공했죠. 연구진은 이 새로운 세포와 기존의 근육 기술자(중간엽줄기세포)를 한 팀으로 묶어, ‘EL-100’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복합줄기세포 치료제를 탄생시켰습니다.
<새로운 도로가 열어줄 희망찬 미래>
이 수리반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연구진은 혈관이 꽉 막혀 다리 주요 동맥을 절제하여 다리를 절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하지허혈) 쥐에게 ‘EL-100’을 투여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끊어졌던 길에 새로운 동맥이 재생되면서 피가 다시 쌩쌩 돌기 시작했고, 염증이 사라지며 다리를 무사히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주)엘피스셀테라퓨틱스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중증하지허혈’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증하지허혈은 다리 혈관이 막혀 걷기조차 힘들고,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며 2년 내 사망률이 30~40%에 달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반갑게도 이 치료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아 본격적인 확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낡은 혈관을 고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L-100’이 성공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고장 난 혈관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뚫어주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 몸의 꽉 막힌 도로망이 다시 시원하게 뚫릴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저작권자 2026-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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