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주변 조직을 모사한 환경에서 배양한 대장암 세포는 생존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신기' 단백질을 차단하면 일반 환경에서 배양한 세포보다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승우·박태은 교수팀이 장기별 주변 조직을 재현한 배양 시스템을 만들어 대장암 세포 전이 초기 적응 과정과 간 전이 대장암 취약점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만든 배양 시스템은 장기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만 남겨 만든 젤에 환자 유래 대장암 세포를 넣은 형태다.
연구팀은 사람과 조직 성분이 유사하고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돼지 대장, 간, 폐, 뇌로 4종의 배양 재료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배양 재료에 따라 종양 덩어리 형성 정도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에 따라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할지를 조절하며 적응해나간다는 의미다.
특히 간 조직 배양 재료에서는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단백질 'HNF4A' 생성이 늘었고, 이를 억제하자 작은 종양 덩어리가 형성되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
또 생존 신호 '수신기' 역할을 하는 'c-MET' 단백질 차단 약물에도 취약했다.
약물 처리 후엔 암세포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일반 배양 재료에서는 반응이 미미했다.
이는 c-MET 단백질이 간으로 전이된 대장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장기별 주변 조직을 재현해 암세포가 자리 잡은 곳에 따라 유전자 작동과 생존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환자의 암이 특정 장기로 전이됐을 때 취약점을 파고드는 맞춤형 치료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까지 함께 배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장기별 암세포와 면역세포 상호작용을 살펴보고, 면역항암제 효과와 독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생체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에 지난달 26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지원으로 수행 중인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후속연구사업과 차세대바이오사업 등을 통해 이뤄졌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6-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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