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9-16

음모론은 답을 주지만, 평화를 주지는 않는다 9·11 테러 25주기, 심리학이 짚어본 음모론적 사고의 명암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벌써 25년 전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으로부터 25년이 흘렀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자작극이었다"는 주장부터 "숨겨진 권력 집단이 배후에 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버전의 음모론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불확실한 사건 앞에서 인간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불확실한 사건 앞에서 인간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Getty Images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불확실한 사건 앞에서 인간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Getty Images

 

자기보고의 함정, 왜 음모론 연구는 어려운가

심리학은 정밀과학이 아니다. 특히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그 심리적 효과를 다루는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까다로운 영역에 속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분야의 연구가 상당 부분 개인의 자기보고, 즉 스스로를 관찰하고 진술하는 방식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응용인지심리학과의 닐 대그널 교수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자기보고가 음모론적 신념을 측정하는 확립된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이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내리는 판단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며, 비교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응답자가 어떤 기준 집단과 자신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것이 대그널 교수의 설명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심박변이도나 피부전도반응 같은 생리적 지표를 함께 측정하거나, 동일한 질문을 시간차를 두고 반복하는 방식으로 자기보고 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하려 시도한다. 그럼에도 자기보고 기반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매우 평범할 수 있다

음모론 연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그널 교수는 일반 인구 중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유별난 부류라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사회에서 벌어진 낯설거나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 공식적인 설명에 의문을 품게 된다. ©Getty Images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사회에서 벌어진 낯설거나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 공식적인 설명에 의문을 품게 된다. ©Getty Images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사회에서 벌어진 낯설거나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 공식적인 설명에 의문을 품게 된다. 여기까지는 오히려 건강한 의심의 신호일 수 있다. 영국의 파티게이트 스캔들이나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초기에는 음모론으로 치부되었으나 실제 정부 부패를 밝혀내는 계기가 된 사례도 존재한다. 반면 적어도 외국의 경우에는 달 착륙이 조작되었다는 식의 음모론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경우도 있다. 대그널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이 음모론적 사고에 얼마나 관여하며, 그것이 일상을 얼마나 방해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음모론 신념의 관계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소속 연구자 주자나 몰렌다는 2023년 발표한 연구에서 음모론에 대한 노출이나 신념이 오히려 부정적 감정, 불안, 편집증적 사고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다수의 선행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특히 심리적 위협과 스트레스에 원래부터 취약한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더 쉽게 끌릴 수 있으며, 이 경우 음모론이 기존의 부정적 심리 상태를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몰렌다 연구팀은 미국, 영국, 폴란드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세 차례의 연구를 통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일수록 일반적 음모론 신념과 구체적 음모론 신념 모두를 더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몰렌다는 DW에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까지의 증거를 종합하면 음모론적 신념이 어려운 감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추가적인 심리적 고통에 동반되거나 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말해주는 사실: 단기적 위안, 그러나 장기적 이득은 없다

몰렌다에 따르면 음모론적 신념이 심리적으로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앞에서 나름의 설명과 이해의 틀을 제공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락이나 재미의 원천이 될 수도 있으며, 같은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소속감과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효용이 장기적인 웰빙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Getty Images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효용이 장기적인 웰빙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Getty Images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효용이 장기적인 웰빙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고자 하며, 만족스러운 답을 찾으면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존재감(presence)', 즉 삶의 방향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탐색이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과 불안, 목적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부정적인 결과로 귀결된다. 대그널 교수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결국 질문은 던지고 있지만 답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요약했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Conspiratorial Beliefs and Well-Being: How Cognitive Worldviews Shape Self-Evaluation, Meaning, and Life Satisfaction Over Time (음모론적 신념과 웰빙: 인지적 세계관이 자기평가·삶의 의미·삶의 만족도를 시간에 따라 어떻게 형성하는가), Denovan et al. 2026

Paranormal Belief and Conspiracy Theory Endorsement: Variations in Adaptive Function and Positive Wellbeing (초자연적 믿음과 음모론 지지: 적응적 기능과 긍정적 웰빙의 차이), Dagnall et al. 202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9-16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MAIL: sciencetimes@kosac.re.kr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소외계층 등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