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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6-09-11

100세 이상 장수인의 혈액에서 발견된 특별한 T세포 CD4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하고 탈진 특징도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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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넘겨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결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사였다. ⒸGetty Images
100세를 넘겨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결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사였다. ⒸGetty Images

100세를 넘겨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결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사였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한 가지 특별한 음식이나 비법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의 생활 습관이 건강한 노화와 장수에 도움이 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습관만으로 누구나 100세를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생활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노화 속도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장수하는 사람들의 몸속에서는 뭔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평생 우리 몸의 방어를 맡아온 면역체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면, 장수의 생물학적 비밀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초장수인의 혈액에서 발견된 특별한 면역세포

그런 점에서 110세 이상을 뜻하는 초장수인(supercentenarian)은 특별한 연구 대상이다. 단순히 오래 산 것을 넘어 암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노년기 질환의 발생을 오랫동안 늦추며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오사카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팀은 초장수인의 혈액에서 유독 많이 발견되는 면역세포를 자세히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2019년에도 초장수인에게 CD4 세포독성 T세포가 많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살펴보았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가운데 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몸속에서 생긴 비정상 세포를 찾아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T세포 가운데 ‘CD4 보조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의 활동을 조율하는 지휘관에 가깝고, ‘CD8 세포독성 T세포’는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전투병 역할을 한다. 그런데 CD4 T세포 중에서 지휘만 하지 않고 직접 표적 세포를 공격하는 종류가 있는데, 이를 ‘CD4 세포독성 T세포’라고 한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는 전체 T세포의 5%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드물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일부 암과 같은 상황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가운데 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몸속에서 생긴 비정상 세포를 찾아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Getty Images
우리 몸의 면역세포 가운데 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몸속에서 생긴 비정상 세포를 찾아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Getty Images

 

지휘관 T세포에서 전투병 T세포로 변신

그렇다면 이 세포는 언제부터 늘어나기 시작할까. 연구진은 70~90대 8명, 100~109세 10명, 110세 이상 10명 등 일본인 28명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전체 T세포 가운데 CD4 세포독성 T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의 중앙값은 70~90대에서 4%였지만, 100~109세에서는 9.6%, 110세 이상에서는 17.6%까지 높아졌다. 기존에 공개된 대규모 혈액 면역세포 자료를 추가 분석했을 때도 CD4 세포독성 T세포는 젊은 나이에서는 드물다가 극고령기에 증가하고, 개인차 역시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단순히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100세 전후부터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젊었을 때는 CD4 세포독성 T세포 비율이 낮지만, 100세가 넘어가서면서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 ⒸCell Rep
젊었을 때는 CD4 세포독성 T세포 비율이 낮지만, 100세가 넘어가서면서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 ⒸCell Rep

CD4 보조 T세포가 세포독성 T세포의 성격을 갖게 되는 과정도 포착되었다. 일반적인 CD4 T세포 표면에는 활성화에 필요한 CD27과 CD28이라는 보조 신호 단백질이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CD4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는 먼저 CD27이 사라지고, 이후 CD28까지 소실되는 단계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CD27은 없지만 CD28은 남아 있는 세포들이 보조 T세포에서 세포독성 T세포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휘관이 전투병으로 임무를 바꾸면서 장비를 하나씩 교체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CD4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CD27이 사라지고 이후 CD28이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ll Rep
CD4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CD27이 사라지고 이후 CD28이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ll Rep

암 치료에서 T세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면역 기능 약화 현상도 초장수인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암이나 만성 감염처럼 같은 항원 자극이 오래 이어지면 T세포는 점차 공격 능력이 떨어지는 탈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초장수인의 CD4 세포독성 T세포에서는 PD-1*을 비롯한 전형적인 탈진 관련 특징들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혈액에는 오랜 전투 경험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전투형 면역세포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아직 의문

이번 연구는 초장수인의 면역체계가 단순히 젊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면서 일부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분화하고 늘어나는 방식으로 재편되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CD4 세포독성 T세포가 많은 것이 장수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혈액 속 세포를 중심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몸속에서 어느 조직으로 이동해 무엇을 표적으로 삼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일본인 28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이고 110세 이상 참가자는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도 한계이다. CD4 세포독성 T세포가 많다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것도 아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 만성 염증성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음 과제는 초고령자의 CD4 세포독성 T세포가 실제로 어떤 항원을 인식하는지 밝히고, 몸속에서 암세포나 노화된 세포 등을 직접 제거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 크고 다양한 집단을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그 원리가 밝혀진다면 노화를 무조건 면역력이 쇠퇴하는 과정으로만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나이가 들어도 우리 몸의 방어 체계가 새로운 위협에 맞춰 재편되고 적응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화는 면역력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새롭게 재구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Getty Images
노화는 면역력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새롭게 재구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Getty Images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CD4 CTLs in supercentenarians: Signs of adaptive expansion in healthy aging, Hashimoto et al., 2026, Cell Rep

 

주요 용어 해설

* T세포 탈진(T cell exhaustion): T세포가 오랫동안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서 점차 공격 능력과 면역 기능이 약해지는 상태

*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T세포 표면 단백질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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