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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정회빈 리포터
2026-09-09

발달 과정을 기억하며 5년간 살아남은 미니 뇌 뇌 오가노이드를 5년 넘게 배양해 인간 뇌와 유사한 성숙 및 발달 시간 기억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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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키우는 미니 뇌의 배양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Getty Images
실험실에서 키우는 미니 뇌의 배양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Getty Images

실험실에서 키우는 ‘미니 뇌’가 다섯 번째 생일을 넘겼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알로타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대뇌피질을 본뜬 뇌 오가노이드를 5년 넘게 배양하고, 그동안 조직이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 발달하고 성숙한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였다. 이전까지 학술적으로 보고된 인간 뇌 오가노이드의 최장 배양 기록은 2021년 UCLA와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694일이었다. 이번 연구는 그 기간을 세 배 가까이 늘린 셈이다.

 

5년 동안 자라 온 실험실 속 미니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세포 구성이나 발달 과정 일부를 재현한 조직 모델이다. 흔히 ‘미니 장기’라고도 부르지만 실제 장기를 그대로 축소한 복제품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연구의 뇌 오가노이드 역시 좁쌀 정도 크기의 세포 덩어리로, 대뇌피질의 일부 특징을 재현할 뿐 혈관이나 감각기관까지 갖춘 완전한 뇌는 아니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사람의 뇌 조직을 발달 단계마다 꺼내 관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가노이드는 인간 뇌의 발달 과정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실험 조건을 직접 바꿔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 모델이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발달 과정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실험 조건을 직접 바꿔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 모델이다. ⒸGetty Images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발달 과정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실험 조건을 직접 바꿔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 모델이다. ⒸGetty Images

그렇다면 오가노이드를 오래 키우는 것은 왜 중요할까. 인간의 뇌는 태아기뿐 아니라 출생 후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발달하고 성숙한다. 하지만 기존 뇌 오가노이드 연구는 대부분 수개월 정도의 초기 발달 단계에 집중되어 있어 출생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세포의 비율과 활동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신경세포가 자발적으로 전기 신호를 내며 활동할 수 있는 배양 환경을 마련했다. 그 결과 기존 배양 조건보다 신경세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고, 2년 된 오가노이드에서도 여러 신경세포가 함께 신호를 내는 집단적인 전기 활동이 관찰됐다.

 

인간 뇌의 발달 과정과 유사

연구팀은 오래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가 실제 뇌처럼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뇌 오가노이드 34개를 6개월부터 5년까지 여덟 시점에서 분석했다. 여기에 이전에 수집한 15일부터 6개월까지의 자료를 합쳐 모두 110개의 오가노이드에서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15일에서 2개월 된 오가노이드는 임신 초기의 인간 뇌와 비슷했고, 3~6개월에는 임신 중기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9개월 이후에는 출생 전후 뇌의 특징으로 점차 이동했으며, 12개월을 넘어서면서 출생 이후에 가까운 유전자 발현 특징이 나타났다. 6개월 무렵부터는 신경 돌기를 감싸 신호 전달을 돕는 수초도 관찰됐다.

오래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에서 각 시점별로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진행하였다. ⒸNature
오래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에서 각 시점별로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진행하였다. ⒸNature

시간의 흔적은 유전자 활동뿐 아니라 DNA에도 남아 있었다. DNA 메틸화* 분석을 진행한 결과, 오가노이드에 기록된 패턴은 사람 뇌에서 나타나는 연령에 따른 변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오가노이드가 단순히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배양된 시간을 따라 실제 사람 뇌와 유사한 순서로 분자적 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오가노이드의 세포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발달해 왔는지를 기억하고, 그에 맞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9~12개월 동안 자란 오가노이드 세포와 15일째의 어린 오가노이드 세포를 섞어, 일명 키메로이드(chimeroid)를 만들었다. 만약 오래된 세포가 지나온 발달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린 세포와 같은 환경에 놓인 뒤 초기 단계부터 다시 발달을 시작해야 한다.

어린 오가노이드 세포와 오래 된 오가노이드 세포를 섞어 키메로이드를 만든 결과, 세포가 이미 거쳐 온 발달 단계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ture
어린 오가노이드 세포와 오래 된 오가노이드 세포를 섞어 키메로이드를 만든 결과, 세포가 이미 거쳐 온 발달 단계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ture

하지만 실험 결과, 어린 세포들은 예상대로 발달 초기에 나타나는 세포 유형들을 만들어냈지만, 같은 조직에 섞여 있던 오래된 세포들은 초기 단계를 건너뛰고 배양 2~3개월에서 나타나는 후기 세포들을 빠르게 만들어냈다. 마치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교실로 돌아가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배우지 않고 자신이 배울 차례의 단원을 이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오래된 오가노이드 세포가 이미 거쳐 온 발달 단계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후의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데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생각이나 경험을 저장하는 뇌의 기억이 아니라, 세포가 자신의 발달 이력을 분자적 상태로 간직한다는 의미이다.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는 뇌 오가노이드

연구팀은 다음 과제로, 오래된 세포가 이미 거쳐 온 발달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발달 단계에 더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뇌 오가노이드를 대상으로 한 만큼, 비슷한 원리가 다른 장기의 오가노이드에서도 나타나는지는 앞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세포가 지나온 발달 시간을 기록하고 다시 불러내는 원리를 이해해 원하는 시점까지 빠르게 성숙시킬 수 있다면, 오가노이드는 단순히 장기의 모습을 닮은 실험 모델을 넘어설 수 있다. 지금까지 직접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인간 장기의 긴 성장 과정과 노년기 질환을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가노이드를 사용하여 인간 장기의 긴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Getty Images
오가노이드를 사용하여 인간 장기의 긴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Getty Images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Human brain organoids record the passage of time over multiple years, Faravelli et al., 2026, Nature

 

주요 용어 해설

* 오가노이드(organoid): 줄기세포 등을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발달 과정과 기능을 연구하는 실험 모델

* 단일 세포 유전자 분석(single-cell RNA sequencing): 세포를 하나씩 분리하여 각각의 유전자 발현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

*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DNA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라는 화학 표지가 붙어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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