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평가되었던 비만의 위험성
비만이 대장암, 유방암, 간암을 비롯해 최소 13종 이상의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계는 전체 암 발병 건수의 약 2%에서 8%가 과도한 체중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적게는 암 환자 100명 중 2명 정도가 비만 때문에 암에 걸린다는 해석이 될 수 있다. 이는 당신의 생각보다는 비만이 유발하는 암이 적을 수는 있다고 느껴질 수 있는 숫자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암연구센터(DKFZ) 연구진은 기존 통계가 비만의 암 발병 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의 비율은 최대 1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비만 때문에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조사 방식에서 발생했던 통계적 오류를 바로잡고, 복부 지방이 체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암을 유발하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했다.
BMI의 한계와 복부 지방이라는 '독성 호르몬 공장'
기존 연구들은 키와 체중만으로 계산하는 체질량지수(BMI)를 비만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 그러나 BMI는 근육량과 지방량을 구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방이 몸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의 마이클 라이츠만(Michael Leitzmann) 교수는 단순 체중보다 '복부 지방'의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장 주변에 쌓인 복부 지방은 단지 칼로리를 저장하는 내장 기름 주머니가 아니다. 복부 지방은 '아디포카인(Adipokine)'이라는 신호 전달 물질을 계속해서 혈액으로 내뿜는 일종의 분비샘처럼 작동한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전신을 돌아다니며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정상 세포의 사멸을 막는 동시에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점이다.
이전 연구들이 놓쳤던 통계적 착시를 포착해야 한다
독일암연구센터 연구진은 영국의 대규모 보건 데이터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45만 8천 명의 추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범했던 주요 오류를 수정했다. 암에 걸린 환자들은 진단을 받기 수년 전부터 체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 연구들은 이처럼 '암으로 인해 살이 빠진 상태'를 비만이 아닌 것으로 분류해 비만과 암의 연관성을 낮게 집계했던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찰 시작 후 초기 수년 동안 발생한 암 사례를 분석에서 제외하고, 추적 조사 7년 이후에 발병한 암 데이터만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복부 지방(허리둘레 및 허리-엉덩이 비율)과 암 발병 사이의 통계적 인과관계가 훨씬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와 예방의 희망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암 발병 위험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라이츠만 교수는 이에 대해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 여성 관련 암이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복부 지방이 늘어나면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올라가며, 이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세포 등의 자극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암 예방에 있어 가장 확실한 희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비만으로 인한 암 발병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은, 역으로 체중 관리와 복부 지방 감소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의 수가 기존 예측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식단 개선과 운동을 통한 복부 지방 관리가 암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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