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 속 거세지는 '기후 회의론'
전 세계 기후학자의 98%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인간 활동이 주원인"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더욱이 올여름 독일에서는 폭염으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기후 위기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여름(특히 6월 하순) 독일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42도까지 치솟는 역사적 폭염이 찾아오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했으며, 이는 최근 10년 이내 가장 높은 연간 온열 사망자 수(2018년 약 9,000명)를 이미 넘어선 기록이다.
참고로, 해당 해석은 주의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4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독일 내 고온 현상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Heat-related deaths)를 약 9,800명(1만 명 육박)으로 추정 집계했는데, 산출 방식으로 폭염 사망자는 단순히 온열질환(열사병 등)으로 사망 진단서에 기재된 인원만 세면 크게 과소평가된다. 심뇌혈관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폭염으로 악화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폭염 기간의 전체 사망률 수치를 평년 기준치와 비교해 계산하는 '초과 사망(Excess mortality) 추정 모델'을 사용한다.
중요한 점은 어떤 해석을 쓰더라도 숫자가 너무 충격적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독일 사회에서는 기후변화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기후 회의론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독일 플렌스부르크 대학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글로벌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회의론은 이제 소수의 주장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조사 대상 3,000여 명 중 59%가 "1년 전보다 기후변화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과 별개로, 과학적 사실을 의심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문제보다 커다란 '정치적 색안경'
사람들은 왜 눈앞의 기후 위기를 부정할까? 연구진은 기후 회의론의 주요 원인이 개인의 경제적 형편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보다 정치 성향,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만이 훨씬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독일 라이프니츠 심리학 연구소의 마를렌 알텐뮐러(Marlene Altenmüller) 교수는 이를 심리학의 '동기화된 수용(Motivated reception)'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알텐뮐러 교수는 이를 "정책보다 정당이 우선하는 심리"로 요약한다. 객관적인 과학 데이터보다 집단의 신념을 우선시하며, 자신이 속한 그룹의 생각과 어긋나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거나 깎아내린다는 뜻이다.
불안감을 피하기 위한 수단, 음모론
기후 회의론이 심해지면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기후변화는 특정 세력의 사기극"이라는 음모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인지과학자 슈테판 레반도프스키(Stephan Lewandowsky) 교수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통제력 상실감을 회피하기 위해 음모론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는 음모론이 당장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심리적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 회의론과 음모론은 주로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서구 선진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반면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기후변화가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마실 깨끗한 물을 구하는 식의 '현실적인 생존' 문제다. 기후 위기의 여파를 피부로 직접 겪는 지역에서는 당장의 생존과 적응이 우선이기에 회의론이 설 자리가 적다.
대립을 넘어 설득으로 가는 소통 방식
레반도프스키 교수는 음모론이 당장은 마음의 위안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립감을 낳고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기후 회의론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언론의 보도 방식과 대중 소통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먼저 인과관계의 명확한 전달이 중요하다. 기상이변을 단순히 충격적인 재난으로만 다루지 않고, 기후변화라는 원인을 명확히 짚어주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가치관을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 기후 정책을 단순한 '제약과 규제'로만 설명하기보다, 신산업 창출이나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경험과의 연결도 매우 중요하다. 레반도프스키 교수는 "정치적 신념이 강하더라도, 스스로 직접 겪은 폭염이나 산불 같은 경험은 결국 시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된다"고 지적한다.
기후 위기의 영향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 기후 회의론자들을 비난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생존의 문제로서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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