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를 위협하는 '노인성 질환'
28세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수잔나와 34세에 폐암 판정을 받은 안드레, 소셜 미디어를 통해 투병기를 전하는 두 사람의 사례는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독일암연구센터(DKFZ)는 최근 20~39세 사이의 젊은 연령대에서 위장관계 암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는 1990년대생이 1960년대생에 비해 조기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최소 4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본래 암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세포가 분열하고 복제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변이)는 나이가 들수록 제대로 수리되지 못하고 누적되어 암으로 발전한다. 이것이 바로 암 환자의 평균 연령이 69세 안팎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신체 기능이 한창이어야 할 20~30대에서 왜 노인성 질환인 암이 늘어나는 것일까?
'주민등록 나이'와 '세포 나이'의 격차
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생물학적 연령(Biological age)'의 가속화를 지적했다. 쉽게 말해 젊은 세대의 신체가 이전 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이는 태어난 날부터 계산하는 '주민등록상 나이(Chronological age)'다. 반면 '생물학적 나이'는 세포와 장기에 누적된 손상 정도를 바탕으로 산출한 신체의 실제 노화 상태이다.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15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에 태어난 세대일수록 달력상 나이보다 세포 나이가 더 들어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세포의 시계는 어떻게 측정할까?
병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의 나이를 어떻게 측정할까? 생물학적 연령은 한 가지 검사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여러 신체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다.
대표적인 지표가 염색체 끝단에서 DNA를 보호하는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는 조금씩 짧아지는데, 이 길이가 짧을수록 세포가 노화했음을 뜻한다. 여기에 유전자 작동 방식의 변화를 관찰하는 '후성유전학 검사', 그리고 혈액 내 특정 마커와 장기 기능을 종합해 세포의 실제 나이를 계산한다.
쾰른 대학교 병원의 론 야치모비치(Ron Jachimowicz) 교수는 "생물학적 나이가 들수록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세대로 갈수록 세포 노화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과 예방법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세포 시계가 빨라진 주범으로 '현대적인 생활 습관의 변화'를 꼽는다. 독일암연구센터 탄웨이 위안(Tanwei Yuan) 연구원은 "과거 세대에 비해 요즘 청년층은 어린 시절부터 비만에 노출되는 시기가 빨라졌고 기간도 길어졌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수면 부족,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긴 생활 습관,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포 손상을 가속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전이 생물학적 나이의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여겼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은 절반 정도이며 나머지 50%는 후천적인 노력이 차지한다고 한다. 즉, 생활 습관을 바꿔 세포의 노화 시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금연 및 절주, 그리고 원만한 사회적 관계 유지가 세포 노화를 막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일반 병원에서 곧바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제때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청년층 암을 예방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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