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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공포' 홍역의 습격 백신이 가져온 역설과 바이러스의 생존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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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무너지는 '홍역 퇴치국'… 미국의 뜻밖의 경고음

지난 2000년, 미국은 나라 안에서 홍역 바이러스의 자체 전파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선언했다. 완벽에 가까운 백신 접종 덕분에 홍역은 박물관으로 들어간 듯했지만,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2026년, 미국 사회는 35년 만에 가장 심각한 홍역 대유행에 직면해 있다. 존스 홉킨스 공중보건대학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중순까지 발생한 홍역 환자 수는 2,321명으로 이미 지난 2025년 한 해 전체 환자 수(2,286명)를 넘어섰다고 한다.

문제는 이제 바이러스가 해외여행객을 타고 들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는 '자생적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Getty Images
문제는 이제 바이러스가 해외여행객을 타고 들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는 '자생적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Getty Images

문제는 이제 바이러스가 해외여행객을 타고 들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는 '자생적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지켜온 '홍역 퇴치국'이라는 자존심을 조만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람이 나간 방에도 2시간 체류… 지구에서 가장 지독한 전파력

홍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독감이나 코로나19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면역이 없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10명 중 9명(90%)이 감염될 정도이다. 감염자가 숨을 쉬거나 말하고 재채기를 할 때 입과 코에서 튀어나오는 미세한 침방울(비말) 속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는데, 이 입자가 워낙 가벼워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닌다. 감염자가 방을 나가고 2시간이 지난 뒤에 그 방에 들어가 숨을 쉬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홍역의 상징인 붉은 반점이 몸에 올라오기 4일 전부터 환자의 몸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 ©Getty Images
홍역의 상징인 붉은 반점이 몸에 올라오기 4일 전부터 환자의 몸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 ©Getty Images

더 지독한 "과학적" 사실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점이다. 홍역의 상징인 붉은 반점이 몸에 올라오기 4일 전부터 환자의 몸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 자신이 아픈지도 모른 채 일상을 보내는 사이 바이러스가 이웃에게 번지는 것이다. 공기 중 장기간 생존, 극강의 전파력, 그리고 무증상 배출이라는 세 가지 특성이 결합해 백신 구멍이 난 동네를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10년 뒤 찾아오는 '시차 폭탄'

많은 이들이 홍역을 '어릴 때 잠시 앓고 지나가는 열병'으로 가볍게 여기지만,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내 홍역 환자 5명 중 1명은 중증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다. 어린아이 20명 중 1명은 폐렴으로 발전하고, 1,000명 중 1명은 뇌가 부풀어 오르는 뇌염으로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6세와 8세 어린이가 홍역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폐에 물이 차올라 숨을 쉬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다 숨지는 잔인한 병이다.

또한, 병을 잘 이겨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공격해, 과거에 다른 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워 이겼던 '면역 기억'을 리셋(Reset)시켜 버린다. 홍역을 앓고 난 아이가 수년간 다른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이유이다. 가장 무서운 후유증은 감염 후 5~10년 뒤에 찾아오는 '아급성 경화성 전뇌염(SSPE)'인데, 홍역을 깨끗이 완치하고 멀쩡히 자라던 아이가 수년 뒤 갑자기 글씨를 못 쓰고 성격이 변하더니, 결국 뇌 기능이 퇴화해 식물인간 상태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희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이 너무 잘 터트린 폭죽… '성공의 역설'이 만든 집단 기억상실

그렇다면 완벽한 백신을 두고 미국 사회는 왜 다시 홍역의 공포에 빠졌을까? 역학자들은 이를 백신의 뛰어난 성능이 가져온 '성공의 역설'로 설명한다. 백신 덕분에 주변에서 홍역으로 고통받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자, 대중의 뇌리에서 "홍역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이었는지"에 대한 기억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집단 기억상실'의 빈자리를 소셜 미디어의 백신 가짜 뉴스, 그리고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채웠다. ©Getty Images
'집단 기억상실'의 빈자리를 소셜 미디어의 백신 가짜 뉴스, 그리고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채웠다. ©Getty Images

이러한 '집단 기억상실'의 빈자리를 소셜 미디어의 백신 가짜 뉴스, 그리고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채웠다. 결국 곳곳에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 군집이 형성되었고, 조그만 불씨 하나만 튀어도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위험한 환경이 완성되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팩트를 바로 세우고 무너진 백신 접종망을 다시 세우지 않는 한, 잊혀진 줄 알았던 고대의 역병이 언제든 우리 아이들을 다시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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