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구강건조증, 침샘을 다시 작동시키는 줄기세포 치료 제33회 : 구강건조증 근본 치료를 향한 새로운 접근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전상호 교수

 

① 침(타액)은 왜 중요할까요

우리는 하루 종일 말을 하고, 음식을 씹고 삼킵니다. 그때마다 입안에서는 침이 나옵니다.

침의 99%는 물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1%가 하는 일이 큽니다. 

소화를 돕고, 맛을 느끼게 하고, 입안을 씻어내고, 세균을 막고, 치아를 지킵니다. 침은 그저 ‘입안의 물’이 아닙니다.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막입니다.

그런데 입이 자주 마르고, 물을 마셔도 금세 마르고,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불편하다면 어떨까요. 단순한 노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구강건조증’입니다.

그림1. 침의 구성 및 역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1. 침의 구성 및 역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② 입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번집니다

구강건조증은 65세 이상 세 명 중 한 명이 겪을 만큼 흔합니다. 원인은 노화만이 아닙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당뇨, 우울증약, 그리고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병이 침샘을 망가뜨립니다.

침이 줄면 충치와 잇몸병, 구취가 늘고 곰팡이 감염이나 궤양까지 생깁니다. 심해지면 혀가 갈라지고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옵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은 10점 만점에 평균 7.9점입니다.

최근 연구는 더 무거운 이야기를 합니다. 잘 씹지 못하고 입이 마르면 사망 위험까지 커진다는 것입니다.

입이 마릅니다. 그래서 잘 씹지 못합니다. 영양이 부족해지고 근육이 줄어듭니다. 몸이 쇠약해지고 결국 병상에 눕습니다. 이 사슬의 출발점을 ‘구강노쇠’라고 부릅니다.

구강노쇠를 만드는 두 가지는 치아상실과 구강건조증입니다. 치아상실에는 임플란트라는 답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강건조증에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습니다.

그림2. 구강노쇠에서 전신 노쇠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2. 구강노쇠에서 전신 노쇠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③ 쇼그렌병, 환자 열 명 중 아홉이 여성입니다

구강건조증의 원인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것이 쇼그렌병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침샘과 눈물샘을 스스로 공격해 파괴하는 병입니다.

주로 40~50대 여성에게 찾아옵니다. 전체 환자의 93.5%가 여성입니다. 문제는 마른 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약 10%에서 악성림프종이 생기고, 그 위험은 일반인의 44배입니다. 림프종이 생기면 평균 생존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구강건조증은 삶의 질의 문제이자, 때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림3. 쇼그렌병의 성별 분포와 악성림프종 발병 위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3. 쇼그렌병의 성별 분포와 악성림프종 발병 위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④ 30년째 제자리, 신약은 왜 실패했을까요

지금의 치료는 인공 침이나 침 분비 촉진제입니다. 증상을 달래는 데서 멈춥니다.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촉진제는 1992년에 나온 약 하나뿐인데, 효과는 20분에서 두 시간이면 사라지고 땀이나 구역질 같은 부작용도 따라옵니다. 무엇보다 이미 망가진 침샘을 되살리지는 못합니다.

이후 나온 면역억제제와 항체 치료제는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30건이 넘는 국제 임상시험이 성과 없이 끝났고, 지금도 40여 건이 진행 중이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여준 약은 아직 없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찾았습니다.

첫째, 불은 껐지만 타버린 집은 다시 짓지 못했습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침샘은 이미 상당 부분 무너져 있습니다.

둘째, 약이 침샘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주사로 넣은 약은 온몸을 돌아다니고, 정작 작은 침샘에 닿는 양은 아주 적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침샘을 되살리고, 약을 침샘 안으로 직접 보내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입니다.

 

⑤ 실험실에서 살아 숨 쉬는 침샘

좋은 약을 찾으려면 좋은 시험대가 필요합니다.

침은 침샘 세포 혼자 만들지 않습니다. 신경이 신호를 보내고, 혈관이 물을 대고, 관이 침을 실어 나릅니다. 이들이 함께 움직여야 침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흔히 쓰는 세포 배양이나 오가노이드에는 세포 한 종류밖에 없어서, 이 협업을 볼 수 없습니다.

연구팀은 발생 중인 생쥐 배아의 침샘을 통째로 배양접시에서 키웁니다. 신경도, 혈관도, 줄기세포도 모두 살아 있는 작은 침샘입니다.

침샘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면서 자랍니다. 그래서 손상을 준 뒤 후보물질을 넣고, 가지가 얼마나 되살아나는지만 보면 됩니다. 오가노이드로는 4주가 걸리는 판정을, 이 모델에서는 이틀이면 마칠 수 있습니다.

그림4. 신경·혈관·줄기세포가 함께 살아 있는 배아 타액선 모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4. 신경·혈관·줄기세포가 함께 살아 있는 배아 타액선 모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⑥ 세 가지 열쇠 – 좋은 세포, 붙잡아 두는 재료, 정확한 길

첫째는 좋은 세포입니다. 연구팀은 탯줄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씁니다. 거부반응이 적고 재생과 면역조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효능이 좋은 세포만 골라내고, 미리 염증 신호에 노출시켜 예열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세포는 보통의 줄기세포보다 훨씬 강하게 반응합니다.

둘째는 세포를 붙잡아 두는 재료입니다. 침샘 안에서는 침이 끊임없이 흐릅니다. 세포를 그냥 넣으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씻겨 나갑니다. 그래서 세포가 머무를 수 있는 고분자 매트릭스를 함께 넣어 줍니다.

셋째는 정확한 길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침샘이 멀쩡해도 침이 지나가는 관이 막히면 입은 마릅니다. 물탱크가 가득 차 있어도 수도관이 녹슬면 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의 침샘 관은 지름이 0.8mm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바로 이 관을 치료의 통로로 삼았습니다. 바늘로 침샘을 찌르면 약은 그 자리에만 머뭅니다. 반면 관을 따라 흘려보내면 치료제가 침샘 구석구석까지 퍼집니다. 형광으로 빛나게 만든 줄기세포로 이를 확인했습니다. 찌르지 않으니 덜 아프고, 약이 온몸에 퍼질 걱정도 줄어듭니다.

그림5. 좋은 세포·고분자 매트릭스·도관 전달기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5. 좋은 세포·고분자 매트릭스·도관 전달기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6. 도관을 따라 전달된 치료제는 타액선 전체에 고르게 도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6. 도관을 따라 전달된 치료제는 타액선 전체에 고르게 도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⑦ 세포는 스스로 판단합니다

항체 치료제는 정해진 목표물 하나만 공격합니다.

살아 있는 세포는 다릅니다.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내놓습니다. 염증이 심하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을, 피가 잘 돌지 않으면 혈관을 만드는 물질을, 조직이 상했으면 재생을 돕는 물질을 내보냅니다.

재생과 면역조절과 기능 회복을 각각 다른 약으로 풀려던 이전의 시도와 달리, 하나의 살아 있는 치료제가 상황을 읽어가며 세 가지를 함께 해내는 것입니다.

그림7.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반응하는 세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7.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반응하는 세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⑧ 동물실험, 침이 다시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병이 가장 심해진 시기의 쇼그렌병 모델 생쥐에서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입니다.

관을 통해 치료제를 넣자, 정상의 4분의 1까지 떨어졌던 침 분비량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침샘에 몰려 있던 면역세포 덩어리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같은 양의 세포를 바늘로 찔러 넣었을 때보다 훨씬 뚜렷한 결과였습니다.

이유도 밝혀졌습니다. 예열을 거친 줄기세포는 면역을 진정시키는 효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냅니다. 이 효소는 침샘을 공격하던 면역세포가 먹고 자라는 아미노산을 먼저 소모해 버립니다. 먹이가 사라지자 공격하던 세포들도 힘을 잃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치료제는 침샘에만 넣었는데, 멀리 떨어진 비장에서 면역의 균형을 잡아 주는 세포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입니다. 침샘 하나를 치료했을 뿐인데 온몸의 면역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8. 침 분비량 회복과 면역세포 침윤 감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8. 침 분비량 회복과 면역세포 침윤 감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9. In vivo Treg 회복: 국소 타액선 치료를 넘어 전신 면역균형 회복 ⓒ고력대학교 안암병원
그림9. In vivo Treg 회복: 국소 타액선 치료를 넘어 전신 면역균형 회복 ⓒ고력대학교 안암병원

 

⑨ 침샘을 넘어, 가지를 뻗는 장기들

이 연구의 쓰임새는 뜻밖의 곳으로 이어집니다. 침샘, 눈물샘, 췌장, 신장, 폐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모두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며 만들어지는 장기입니다. 같은 설계도를 나눠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침샘에서 확인한 원리를 다른 장기로 옮길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눈물샘의 안구건조증, 항암제로 인한 급성 신부전, 방사선으로 굳어버린 폐, 제1형 당뇨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림10. 다양한 장기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리프(R.I.F) 플랫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그림10. 다양한 장기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리프(R.I.F) 플랫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⑩ 환자에게 가는 길

줄기세포치료제는 비임상 안전성을 검증하였고,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를 통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매트릭스를 더한 융복합 치료제는 독성시험을 끝내고, 실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수준의 세포 생산과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며 임상시험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막힌 관을 열고 약을 정확히 넣기 위한 의료기기 개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치료가 마른 입을 달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침샘 자체를 되살리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지만, 30년 넘게 멈춰 있던 자리에 처음으로 ‘재생’이라는 선택지가 놓였습니다.

입이 마르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침은 먹고 말하는 일상을 지탱하는 생명수입니다. 연구팀은 구강건조증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저작권자 2026-07-22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MAIL: sciencetimes@kosac.re.kr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소외계층 등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