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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이 치매 유발한다고? 소셜 미디어 ‘공포 루머’ 의학계가 전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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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억 명이 복용하는 약물, 괴담의 표적이 되다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의사라는 사람들이 나와 스타틴이 기억력을 갉아 먹고 치매를 유발한다고 경고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상반된 연구가 너무 많아 매일 먹는 고지혈증 약을 당장 끊어야 할지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서핑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건강 고민이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복용 중인 대표적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스타틴(Statin)'이 최근 치매 유발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스타틴과 치매를 함께 검색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등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의학계와 보건 당국이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팩트체크에 나섰다. ©Getty Images
구글 트렌드에서도 스타틴과 치매를 함께 검색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등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의학계와 보건 당국이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팩트체크에 나섰다. ©Getty Images

유튜브, 틱톡, X(트위터) 등지에서 활동하는 자칭 '건강 전도사'나 일부 대안의학 채널들은 스타틴이 뇌 기능을 영구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며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스타틴과 치매를 함께 검색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등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의학계와 보건 당국이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팩트체크에 나섰다.

 

12만 명 대상 랜싯 대규모 연구 "인지 장애 발생률 차이 제로"

스타틴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자극적인 주장은 의학적 검증 결과 완벽한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스타틴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최신 과학적 증거는 옥스퍼드 인구보건대학원이 중심이 되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다.

연구진은 19개의 대규모 이중맹검 무작위 스타틴 임상시험에 참여한 총 123,000명 이상의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추적 분석했다. 임상시험에서 실제 스타틴을 복용한 집단과 아무런 성분이 없는 위약(가짜 약)을 복용한 집단을 장기간 비교한 결과, 기억력 감퇴나 인지기능 장애를 호소한 비율은 양측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완벽히 동일했다. 오히려 의학 전문가들은 스타틴이 치매를 유발하기는커녕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 퇴행성신경질환센터(DZNE)의 신경과 전문의 벤젤 글란츠(Wenzel Glanz) 박사는 "혈중 지질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게 유지되는 것은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핵심 위험 요인"이라며 "스타틴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안정적으로 낮춤으로써 혈관성 치매의 발병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고 단언했다.

 

"뇌의 콜레스테롤을 말린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오류

스타틴 음모론자들이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논리는 이른바 '콜레스테롤 뇌 필수론'이다. "뇌는 콜레스테롤이 가장 풍부한 장기이며 신경 전달과 세포막 유지에 콜레스테롤이 필수적인데, 스타틴이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니 당연히 머리가 나빠지고 치매에 걸린다"는 그럴듯한 서사이다.

뇌세포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혈액 속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Getty Images
뇌세포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혈액 속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Getty Images

그러나 이 주장은 인체의 뇌를 보호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어선인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의 존재를 완전히 누락한 왜곡이다. 뇌세포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혈액 속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대신 뇌 스스로가 내부에 콜레스테롤 생산 공장을 두고 필요한 양의 거의 100%를 자체적으로 합성해 조달한다. 즉, 스타틴을 복용해 혈관 속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아무리 낮아지더라도, 혈뇌장벽에 가로막혀 뇌 안쪽의 콜레스테롤 농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라이프치히 대학병원의 울리히 라우프스(Ulrich Laufs) 교수는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에 따라 뇌 기능이 요동쳤다면 인류는 거친 야생의 환경과 가혹한 식습관 변화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진작 멸종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2년 FDA 경고 라벨의 진실과 약물 혼용의 문제

스타틴 무용론자들은 지난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스타틴 경고 라벨에 '일시적인 기억 상실 및 인지적 혼란 가능성'을 추가하도록 명령한 사실을 전방에 내세운다. 하지만 FDA의 공식 발표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 역시 아전인수격 해석임을 알 수 있다. 당시 FDA가 추가한 부작용은 복용자 중 극히 일부에서 보고된 일시적 건망증 수준이었으며, 특히 '약을 중단하면 즉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가역적(Reversible) 현상'임을 분명히 했다. 영구적인 뇌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나 치매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부작용이다.

건강에 우려가 생길 때는 스마트폰 화면 속 인플루언서가 아닌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 약물을 정기적으로 점검받아야 한다. ©Getty Images
건강에 우려가 생길 때는 스마트폰 화면 속 인플루언서가 아닌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 약물을 정기적으로 점검받아야 한다. ©Getty Images

신경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스타틴 복용 후 머리가 무겁거나 기억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노년층 환자들의 경우, 스타틴 단독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기저 질환 치료를 위해 다수의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면서 발생하는 '약물 간 상호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라우프스 교수는 "소셜 미디어의 자극적인 가짜 뉴스에 속아 임의로 고지혈증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이라는 치명적인 저승사자를 불러들이는 격"이라며, 건강에 우려가 생길 때는 스마트폰 화면 속 인플루언서가 아닌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 약물을 정기적으로 점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7-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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