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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7-14

김빛내리 교수, HFSP 나카소네상 아시아 최초 수상 세포는 어떻게 유전자를 껐다 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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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어떻게 유전자를 껐다 켜는가

2026년 7월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2027년 HFSP 나카소네상(Nakasone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나카소네상은 이 프로그램 안에서도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로, 그동안 유럽과 북미의 석학들이 독식해 왔다. 또한,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빛내리 교수 ©김빛내리 교수 홈페이지
김빛내리 교수 ©김빛내리 교수 홈페이지

HFSP(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는 1989년 주요 선진국들이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적 국제 공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세계적인 연구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73개국 8,500명 이상을 지원했으며, 수혜자 중 31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에 '노벨상 징검다리'로 평가받고 있다.

 

RNA에는 꼬리가 있다

DNA가 생명의 설계도라면, RNA는 그 설계도를 공장(리보솜)에 전달하는 전령이다. 그런데 전령이 설계도를 그대로 전달하느냐, 아니면 도중에 수정되거나 파기되느냐에 따라 어떤 단백질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가 달라진다.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것은 결국 이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mRNA의 말단, 이른바 꼬리 부분이 RNA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아데닌 염기가 길게 이어진 '폴리A 꼬리'가 mRNA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정설로 굳어 있었다. 그 밖의 꼬리 변형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빛내리 연구단이 모든 것에 균열을 낸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연구단은 꼬리 서열을 직접 읽어내는 분석 기법을 개발해 세포 내 mRNA 말단을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의 mRNA 말단에 유리딘이 첨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리딘 꼬리'는 폴리A 꼬리와는 반대로 mRNA의 분해를 촉진했다. 즉, 유전 정보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워버리는 일종의 소멸 신호였다. 참고로 해당 연구는 2014년 최고의 생명과학 학술지인 Cell에 게재되었다.

이어진 연구에서는 아데닌 꼬리가 배아 발생과 세포 주기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 그리고 유리딘과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이 혼합된 꼬리가 mRNA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폴리A 꼬리 하나만 알고 있던 세계가, 다양한 꼬리 변형이 유전자 발현의 정밀한 조율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이 HFSP가 이번 수상 이유로 명시한 '비전형적 RNA 꼬리 첨가 경로를 통한 유전자 발현의 새로운 조절 메커니즘 규명'이다.

 

마이크로RNA를 만드는 가위의 비밀

김빛내리 연구단의 또 다른 축은 마이크로RNA(miRNA)이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작은 RNA 분자로, 특정 mRNA에 달라붙어 그 분해를 유도하거나 번역을 억제한다. 인간 유전자의 절반 이상이 마이크로RNA의 조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과 치매를 비롯한 수많은 질환의 발생과 깊이 연관돼 있다.

마이크로RNA는 긴 전구체 RNA가 두 단계의 절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첫 번째 절단을 수행하는 효소가 드로셔(Drosha), 두 번째가 다이서(Dicer)이다. 이 두 효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번 나카소네상은 그 이력의 새로운 줄이 된다. ©김빛내리 교수 홈페이지
이번 나카소네상은 그 이력의 새로운 줄이 된다. ©김빛내리 교수 홈페이지

김빛내리 연구단은 역시 각각 Cell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서 드로셔의 기능과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어 다이서의 작동 원리와 구조도 밝혀냈다. 가위가 어디를 자르는지, 왜 특정 서열을 인식하는지가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이해된 것이다. 이 성과는 마이크로RNA 기반 암·치매 치료제 개발의 설계도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임상 응용으로 이어지는 기초 연구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mRNA 꼬리 연구도 치료 현장과 직접 닿아 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mRNA를 어떻게 오래 유지하느냐였기 때문인데, 김빛내리 연구단이 밝혀낸 꼬리 변형 메커니즘은 mRNA 안정화 전략의 분자적 근거가 되었다.

 

김빛내리 단장이 써내려 간 눈부신 기록들

김빛내리 단장은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호암상, 아산의학상,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학회와 미국 국립과학원의 외국인 회원으로 동시에 선출됐다. 현재 Science와 Cell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나카소네상은 그 이력의 새로운 줄이 된다. 그러나 이 상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별명 때문이다. 앞선 설명처럼 HFSP 수혜자 중 31명이 노벨상을 받았고, 나카소네상은 그 수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업적에 주어진다. '노벨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를 두고 "우리 생명과학 연구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밝혔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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