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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6-07-16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 극복할 열쇠, 뇌의 '원시 영역'에서 찾았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뇌간의 오래된 신경세포군이 시각적 주의집중의 핵심 제어 부위임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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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사소한 소리 하나, 눈에 들어온 무언가에 집중이 뚝 끊기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ADHD처럼 애초에 뇌가 방해 자극을 걸러내지 못해 이 조절 능력 자체가 무너진 경우엔 일상이 훨씬 더 고단해진다. 그런데 최신의 연구에 따르면 뇌가 어떻게 '지금 집중해야 할 것'과 '무시해도 되는 것'을 구분하는지, 그 답이 뇌의 가장 깊고 오래된 영역에서 발견됐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슈리시 마이소어(Shreesh P. Mysore) 교수 연구팀은 뇌간의 억제성 신경세포군 'PLTi'가 시각적 주의집중을 제어하는 핵심 부위라는 사실을 생쥐 실험으로 입증했다. PLTi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신경전달물질 GABA를 만들어내는 세포 무리로 파충류나 어류에도 존재하는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뇌 구조인 뇌간 깊숙이 자리한다. 지금까지 주의집중은 주로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원시적인 뇌 영역이 집중력의 핵심 스위치를 쥐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복잡하게 얽힌 신경회로 속에서 뇌는 매 순간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할지를 결정한다. ⒸGettyImagesBanks
복잡하게 얽힌 신경회로 속에서 뇌는 매 순간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할지를 결정한다. ⒸGettyImagesBanks

 

운동 능력은 멀쩡한데, 방해 자극에 자꾸 끌려간다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건, 집중 대상을 '선택'하는 동시에 나머지를 '억누르는' 두 가지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택적 주의집중이 주로 전두-두정엽 피질(fronto-parietal cortex)에서 통제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영역이 잘 발달하지 않은 설치류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조류·어류도 정교한 주의집중 능력을 보인다는 점은 오랜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의문의 답을 진화적으로 보존된 뇌간 부위에서 찾았다.

존스홉킨스 연구팀은 생쥐의 주의집중이 뇌간의 억제성 신경회로에 의해 제어되며, 이 회로가 조류·어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에 공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ature Communications
존스홉킨스 연구팀은 생쥐의 주의집중이 뇌간의 억제성 신경회로에 의해 제어되며, 이 회로가 조류·어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에 공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ature Communications

연구팀은 사람의 주의집중 실험에서 널리 쓰이는 '플랭커 실험(flanker task)'을 생쥐용으로 변형해 적용했다. 화면 중앙에 가로 또는 세로로 그어진 줄무늬(표적)가 나타나면, 생쥐는 그 방향에 맞춰 코로 특정 위치를 건드려 물을 보상으로 받는다. 이때 표적 옆에는 같은 방향이거나(일치 조건) 반대 방향인(불일치 조건) 또 다른 줄무늬, 즉 방해 자극이 함께 제시된다.

연구팀이 PLTi를 약물로 차단하자 생쥐는 평소라면 무시했을 사소한 방해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끌렸고, 표적을 골라내는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방해 자극이 약할 때조차 정확도가 떨어졌다. 반면 시력, 움직임, 판단력 자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움직일지는 멀쩡했지만, 무엇을 무시할지를 결정하는 기능만 무너진 것이다.

PLTi는 뇌 안에서 시각 정보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는 중뇌의 상구(superior colliculus)로 직접 신호를 보낸다. 상구는 눈앞에 들어오는 자극들 중 어느 것을 우선 처리할지 가리는, 일종의 공간 지도 역할을 하는 부위다. PLTi가 정상일 때 상구는 더 중요한 자극이 나타나면 덜 중요한 자극의 신호를 빠르고 단호하게 억눌렀다. PLTi를 차단하자 이 판단이 흐릿해졌고, 행동에서 나타난 변화가 신경세포 수준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PLTi의 위치와 중뇌 상구(SC)와의 연결, 그리고 상구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확인한 실험 결과. ⓒNature Communications
PLTi의 위치와 중뇌 상구(SC)와의 연결, 그리고 상구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확인한 실험 결과. ⓒNature Communications

 

단순히 눈에 띄어서가 아니라, 목적에 맞아서 고른다

PLTi의 역할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두드러진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라면, 방해 자극의 밝기나 대비만 높이면 같은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방향 정보가 없는, 즉 눈에는 띄지만 과제와 무관한 자극을 제시하는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PLTi를 비활성화해도 '과제와 무관하지만 눈에는 띄는' 자극에는 생쥐가 주의를 빼앗기지 않았다. 즉 PLTi는 단순히 자극이 얼마나 두드러지는지(물리적 현저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극이 지금 하려는 행동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행동적 관련성)까지 종합해서 판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현저성과 관련성을 합친 개념을 '우선순위(priority)'라고 부른다. 단순한 감각 필터가 아니라, 맥락을 읽고 판단하는 부위라는 뜻이다. 

ADHD처럼 집중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문제가 의지나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이 우선순위 계산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다.

PLTi를 차단하자 방해 자극이 반대 방향일 때(불일치 조건)만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고(c), 과제와 무관한 방해 자극에는 영향이 없었다(d). ⓒNature Communications
PLTi를 차단하자 방해 자극이 반대 방향일 때(불일치 조건)만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고(c), 과제와 무관한 방해 자극에는 영향이 없었다(d). ⓒNature Communications


ADHD·조현병과의 연결고리

연구팀은 PLTi가 차단됐을 때 약한 방해 자극에도 쉽게 끌리고 집중 대상을 단호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행동 패턴이 ADHD나 조현병에서 관찰되는 주의력 이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런 장애의 원인은 주로 전두엽 같은 고차원 피질 영역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훨씬 오래되고 단순한 뇌간 구조가 그 밑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포유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새의 뇌에도 PLTi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군이 존재하며, 파충류와 어류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된다. 주의집중의 핵심 메커니즘이 척추동물 전반에 걸쳐 진화적으로 보존돼 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PLTi가 단순히 신호를 전달하는 중계소가 아니라, 어디에 집중할지를 실제로 계산하는 능동적 부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고차원 인지 기능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다는 최근의 관점과는 달리, 구조화되고 계산적으로 정교한 뇌 시스템 조직을 뒷받침한다"며, 집중력 장애의 치료 표적이 피질에만 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기초 신경과학 연구이며, 사람의 주의력 장애 치료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PLTi와 상구를 잇는 회로의 정밀한 작동 원리, 뇌간과 대뇌피질이 실제로 어떻게 협력해 주의집중을 완성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 질문들이 해결될 때 주의집중 장애의 메커니즘을 신경회로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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