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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뇌종양 벽 넘나… 신개념 ‘치료용 백신’으로 8년 생존율 66% 달성 8년 장기 추적 결과가 증명한 ‘조심스러운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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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치료용 백신’으로 8년 생존율 66% 달성

뇌종양은 현대 의학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가장 까다로운 암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술 후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더라도 공격적인 악성 종양의 경우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 후 재발 확률이 사실상 100%에 달해 환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 일쑤였으며, 최악의 암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 치료용 백신이 종양의 성장을 늦추고 환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장기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etty Images
최근 독일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 치료용 백신이 종양의 성장을 늦추고 환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장기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etty Images

최근 독일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 치료용 백신이 종양의 성장을 늦추고 환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장기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너무 섣부른 희망은 금물이지만, 본 결과가 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불러오는지 알아보자.

 

8년 장기 추적 결과가 증명한 ‘조심스러운 낙관론’

독일 연구진은 악성 뇌종양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무려 8년 동안 이들의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최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장기 추적 결과는 의료계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66%가 8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존해 있었으며, 전체 참가자의 42%는 8년 동안 종양이 전혀 재발하지 않고 제어된 상태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이자 만하임 대학병원 신경과장이자 독일 암연구센터 분과장인 미하엘 플라텐(Michael Platten) 박사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상당수의 환자에게서 종양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연구진에게도 매우 놀랍고 고무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예방이 아닌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용 백신’의 메커니즘

우리가 흔히 아는 홍역, 볼거리, 코로나19 등의 백신은 질병에 걸리기 전에 면역계를 훈련하는 ‘예방용 백신’이다. 반면 이번에 연구진이 제시한 백신은 이미 발생한 암세포를 면역계를 활성화해 파괴하도록 설계된 ‘치료용 백신(Therapeutic Vaccine)’이다.

이 백신은 특정 뇌종양 세포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조준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33명의 환자는 모두 재발 위험이 극도로 높은 공격적인 악성 종양인 ‘고등급 성상세포종(High-grade astrocytoma)’을 앓고 있었다. 성상세포종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종양 중 하나로, 1기부터 4기까지 분류된다. 이 중 3기와 4기에 해당하는 고등급 성상세포종은 세포 내 ‘IDH1’이라는 효소에서 동일한 유전적 오류가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유전자 오류로 인해 특정 아미노산이 변형되면 체내에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단백질 구조인 ‘신생항원(Neoepitope)’이 형성된다. 이 신생항원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주범인 동시에, 환자의 면역계가 이를 ‘이물질(적)’로 인식하게 만드는 완벽한 표적이 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백신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백신이 투여되면 환자의 면역계가 자극을 받아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T세포'와 암세포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B세포'가 동시에 활성화된다. 방사선·항암 치료를 마친 상태에서 백신을 통해 면역계를 상시 가동함으로써 암세포가 다시 자라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원리이다.

 

한계와 과제, 그리고 2027년 대규모 임상시험 예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본 대학병원의 신경종양학 책임자 울리히 헤를링거(Ulrich Herrlinger) 박사 역시 "고등급 성상세포종은 재발 확률이 거의 100%에 달해 결국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만약 백신을 통해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지속해서 활성화해 종양을 장기적으로 억제할 수만 있다면 환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생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Getty Images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Getty Images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작 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이기 때문에, 백신의 보편적인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조군이 포함된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대규모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다. 플라텐 박사는 오는 2027년 3월부터 20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통제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엄격한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는 약 9년의 세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가 되어서야 이 백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효과를 발휘하는지, 그리고 면역 반응을 더 강화하기 위한 부스터 샷(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아닌지 등이 명확해질 것이다. 비록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번 연구는 절망적인 시한부 선고를 받은 뇌종양 환자들에게 마르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8-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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