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며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기억과 인지 기능이 무너지는 질환이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중심에는 이 두 단백질이 있었고,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을 줄이면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성과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두 단백질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뇌에 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여 있어도 증상이 비교적 약하고, 반대로 비슷한 정도의 병리 변화가 있어도 질병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치료 전략이 개발되었음에도, 알츠하이머병의 복잡한 진행 과정을 완전히 설명하거나 제어하기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래서 최근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단백질 덩어리 자체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 혈관 변화, 면역세포의 역할까지 함께 살펴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발견된 암 돌연변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하버의 의대 등의 공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면역세포에서 암과 관련된 체세포 돌연변이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돌연변이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차이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몸의 세포가 분열하고 늙어가면서 조금씩 얻은 DNA의 변화를 말한다. 책을 여러 번 베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글자가 잘못 적히는 것처럼, 세포가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오타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오타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지만, 어떤 오타는 세포의 성격을 바꿔 더 빨리 죽거나 계속 살아남아 암세포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연구진은 먼저 알츠하이머병 환자 190명과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는 대조군 121명의 사후 뇌 조직을 분석하였다. 대상은 전전두엽 뇌 조직이었는데, 전전두엽은 판단, 계획, 기억과 관련된 고차원적 기능에 관여하는 영역이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대조군보다 암 관련 체세포 변이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TET2, ASXL1, DNMT3A처럼 혈액세포의 클론성 증식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변이가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클론성 증식은 같은 변이를 가진 세포들이 복제되어 하나의 집단처럼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특정 변이를 가진 세포들이 선택적으로 늘어나며, 뇌 염증 환경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일핵 RNA 분석으로 돌연변이 축적 세포를 찾다
그렇다면 뇌 속 어떤 세포에서 이러한 변이가 주로 쌓여 있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단일핵 RNA 시퀀싱(single nucleus RNA sequencing) 기술을 적용하였다. 일반적인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 cell RNA sequencing)은 세포를 하나씩 분리하여 각각의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술이다. 예전에는 조직을 통째로 갈아 평균적인 유전자 활동만 볼 수 있었다면, 단일세포 RNA 시퀀싱은 세포 하나하나의 특징을 따로 기록하는 것이다. 덕분에 같은 뇌 조직 안에서도 어떤 세포가 염증 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세포가 활발히 증식하는지, 어떤 세포가 질병과 더 관련이 깊은지를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술은 세포를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후 기증되어 냉동 보관된 뇌 조직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때 유용한 방법이 바로 단일핵 RNA 시퀀싱이다. 세포 전체를 분리하는 대신 세포 안의 핵만 꺼내서 그 안에 남아 있는 RNA 정보를 읽는 방식이다. 그래서 인간 뇌처럼 귀하고 보관 상태가 다양한 시료를 분석할 때 특히 유리하다.
분석 결과, 돌연변이 신호는 신경세포보다 ‘미세아교세포 유사 뇌 대식세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microglia)는 뇌 속에 사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로, 흔히 뇌의 청소부이자 경비원에 비유된다. 연구팀이 이를 단순히 미세아교세포라고 부르지 않고 미세아교세포 유사 뇌 대식세포(microglia-like brain macrophage)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세포들이 원래부터 뇌에 자리 잡고 있던 미세아교세포인지, 아니면 혈액에서 들어온 면역세포가 뇌 안에서 비슷한 성격으로 바뀐 것인지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특히 같은 돌연변이가 환자의 혈액에서도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이는 나이가 들거나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혈액-뇌 장벽이 약해지고, 돌연변이를 가진 혈액 유래 면역세포가 뇌 안으로 들어와 미세아교세포처럼 행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돌연변이 면역세포가 키운 염증 환경
이번 연구는 나이가 들면서 뇌 면역세포에 생기는 암 관련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암이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암에서는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통제되지 않고 늘어나 종양이라는 덩어리를 만들지만,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종양이 아닌 면역세포의 성격 변화이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뇌에서는 일부 돌연변이를 가진 면역세포가 늘어나거나 활성화되면서, 신경세포에 해로운 염증 환경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중심에는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 병리에 있었다면, 이번 연구는 그 병리 환경 속에서 면역세포가 어떻게 변하고 선택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작은 돌연변이의 흔적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설명이자, 언젠가 새로운 치료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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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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