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런 행동이 실제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신경회로 수준에서 규명됐다. 초콜릿 한 조각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뇌 속에서 신호가 어디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과학원 선전첨단기술연구원(Shenzhen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 SIAT) 투지에(Jie Tu) 박사 연구팀은 기호식품 섭취가 보상 체계와 스트레스 체계를 직접 연결하는 신경 경로를 통해 불안 행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생쥐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찾아낸 경로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시상하부 실방핵(paraventricular nucleus) 주변부를 거쳐,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발하는 실방핵 핵심 신경세포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구조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뇌 안에서 실제로 스트레스를 누르는 회로를 거쳐 작동한다는 의미다.
만성 스트레스 쥐, 초콜릿 먹였더니 불안 행동 사라져
연구팀은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21일간 예측 불가능한 경미한 스트레스(unpredictable chronic mild stress)를 가하는 표준 동물실험 모델을 적용했다. 한 그룹은 아무 처치도 하지 않았고, 한 그룹은 스트레스만 줬으며, 나머지 한 그룹은 스트레스를 주면서 동시에 초콜릿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했다.
쥐의 자발적 행동을 3차원으로 정밀 추적한 결과, 스트레스만 받은 쥐는 주변을 탐색하며 냄새를 맡는 행동이 줄고 제자리에서 털을 다듬는 행동이 늘었다. 탐색 행동은 안정 상태를, 반복적인 털 손질은 불안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흔히 쓰인다. 반면 초콜릿을 먹은 쥐는 무처치 그룹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불안 행동을 평가하는 두 가지 표준검사인 열린장 시험(open field test)과 십자미로 시험(elevated plus maze)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자는 넓은 사각형 공간에서 쥐가 가운데로 얼마나 나오는지, 후자는 벽이 있는 통로와 뚫린 통로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미로에서 개방된 구간에 얼마나 머무는지를 측정한다. 스트레스만 받은 쥐는 개방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초콜릿을 먹은 쥐는 무처치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초콜릿을 먹었다고 체중이 늘지는 않았는데, 일반 사료 섭취량이 그만큼 줄어든 결과였다.
초콜릿 한 입에 스트레스 신경세포가 잠잠해진다
행동이 달라졌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뇌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연구팀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핵심 신경세포 무리 즉, 코르티코트로핀 분비인자(corticotropin-releasing factor)를 만들어내며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세포군의 활동을 추적했다.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발현되는 단백질의 양을 측정한 결과, 스트레스만 받은 쥐는 이 단백질이 크게 늘었지만 초콜릿을 먹은 쥐는 무처치 그룹과 비슷한 수준으로 억제됐다.
실시간 신경 활동을 기록하는 광섬유 광도측정법(fiber photometry)으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쥐가 초콜릿을 먹기 시작하는 순간, 이 스트레스 신경세포의 활동 신호가 곧바로 떨어졌다. 특히 스트레스를 미리 받은 쥐일수록 이 억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평소 흥분 상태였던 신경세포가 음식 섭취로 급격히 가라앉았다는 뜻이다.
이 신호의 출발점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뇌 전체의 스크리닝을 통해 경로를 추적했다. 초콜릿을 먹을 때 가장 활발히 반응한 곳은 전전두피질이었다. 판단과 의욕을 담당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실제로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추적했고, 전전두피질에서 스트레스 중추까지 곧장 이어지는 신경 경로를 찾아냈다. 이 경로의 신경세포는 대부분 도파민 신호를 받아들이는 세포였다. 도파민은 보상이나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로, 초콜릿을 먹을 때도 늘어난다.
흥분성 신호가 어떻게 억제 효과를 내는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음식이 당기는 이유를 뇌과학에서는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로 설명한다. 신경세포는 신호를 보낼 때 크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옆 세포를 더 흥분시키거나, 반대로 잠재우거나다. 전전두피질에서 출발한 신호는 대부분 '흥분시키는' 종류였다. 그렇다면 이 신호를 받은 스트레스 신경세포도 더 흥분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신호가 전달될수록 스트레스 신경세포는 오히려 잠잠해졌다. 직접 연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결과였고, 연구팀은 신호가 가는 길 어딘가에 흥분을 억제로 뒤집는 중간 단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그 답을 실방핵 바로 둘레에서 찾았다. 신경세포도 자리에 따라 역할이 다른데, 이 둘레 영역에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었다. 반대로 실방핵 안쪽에는 이런 세포가 거의 없었다. 전전두피질의 신호는 실방핵으로 곧장 가지 않고, 둘레를 한 번 거쳐 흥분을 억제로 바꾼 뒤에야 핵심부에 전달되는 구조였다. 실제로 연구팀이 둘레 신경세포의 기능을 약물로 차단하자, 이 경로를 자극해도 더 이상 스트레스가 가라앉지 않았다. 음식이라는 보상 자체보다 그 보상이 만들어내는 신경 신호와 경로가 작동하는지가 마음이 편해지는 결과를 갈랐다.
동물실험 단계…사람에게 바로 적용은 일러
이번 연구는 불안장애 치료의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쓰이는 항불안제의 치료 반응률이 5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보상 체계와 스트레스 체계를 잇는 구체적인 신경 경로를 찾아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짚어야 할 한계도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본 실험은 수컷 생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기에, 암컷의 CRFR1 신경세포가 감정 조절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동일한 보상 기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결과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기초 신경과학 연구 단계이며, 사람의 불안장애 치료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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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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