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당신의 뇌를 노리고 있다
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손은 스마트폰을 찾고, 엄지손가락은 화면을 위로 쓸어올린다. 틱톡 몇 개, 릴스 몇 개, 쇼츠 몇 개. 분명 몇 분만 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한 시간이 지나 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연구팀이 바로 이 현상을 파헤쳤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짧은 영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들여다봤다. 학술지 『유러피언 차일드 앤 어돌레슨트 사이키애트리』에 실린 이 논문은 청소년과 젊은 성인 약 4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42편의 기존 연구를 한데 모아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의 초점이 영상의 내용이 아니라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다는 것이다.
TV와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연구팀이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찾아낸 공통점은 알고리즘이 사용자 개개인에 맞춰 추천을 짜는 개인화, 언제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무한 스크롤, 그리고 영상이 끊임없이 바뀌며 주는 신선함 등 총 세 가지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서 TV나 기존 온라인 영상, 심지어 예전 소셜 네트워크와도 전혀 다른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결정을 내릴 일이 거의 없다. 다음 영상을 고를 필요도, 언제 멈춰야 할지 정할 필요도 없다. 알고리즘이 다 알아서 해준다.
인도적 기술 센터 공동 창립자 아자 라스킨은 틱톡은 TV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꼬집으며 이를 날카롭게 표현한다. 화면 너머에는 당신의 뇌만을 겨냥한 30억 명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로 학습된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있으며, 뇌간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싸움을 시작한다. 라스킨은 "틱톡이 당신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으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가져갈 것이다. 결국 인간의 주의력을 두고 벌어지는 잔혹한 칼싸움"이라고 경고한다.
도파민이라는 미끼
큰 보상을 주는 경험이 뇌의 보상 회로를 켠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즉, 짧은 영상은 이 회로를 유독 효과적으로 건드린다. 스탠퍼드 의대 정신과 교수이자 도파민네이션을 쓴 안나 렘키는 짧은 영상이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결합해 평소보다 훨씬 강한 끌림을 만든다고 분석한다. 움직이는 영상 자체가 포유류 뇌에는 고양이의 캣닙(Catnip) 같은 존재가 되는데, 짧은 영상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간 형태라 더 중독적이다.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기 힘든, 줄담배 피우는 것과 비슷한 '영상 체이닝'이 일어난다.
도박이나 폭식처럼 과한 자극이 들어오면 뇌는 도파민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문제는 뇌가 이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보호하려고 도파민 수용체 수를 줄여버리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같은 자극으로는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려는 게 아니라 그냥 정상으로 느끼려고 점점 더 많은 영상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반복적인 자극은 일몰을 보거나 친구와 밥을 먹거나 좋은 책을 읽는 것처럼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은 점점 사라지게 만든다.
이를 단순히 낭만을 즐기지 못한다는 슬픔으로 해석하면 안 될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피드는 이 보상 시스템 자체를 서서히 바꿔놓기 때문이다. 즉, 끝없는 스크롤은 보상 둔감화를 일으킨다. 같은 보상에도 도파민이 점점 덜 나오니, 같은 만족을 얻으려면 더 자극적인 영상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많은 사용자가 익히 아는 모순이 기다린다. 더 이상 별로 즐겁지도 않은데 계속 다음 영상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진짜 무기는 개인화?
이러한 무한 스크롤이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지만, 신경과학자 벤 레인은 조금 다르게 본다. 무한 스크롤이나 신선함도 중요하지만 그건 결국 배달 수단일 뿐이라는 것인데, 진짜 엔진은 '개인화'라고 분석한다. 레인은 일반적인 틱톡 피드를 "당신을 대상으로 수천 개의 작은 실험을 동시에 돌리는 시스템"으로 설명하는데, 즉 무엇이 당신을 계속 보게 만드는지, 당신보다 더 빨리 알아내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레인은 개인화가 렘키가 말한 예측 불가능성과 만났을 때 진짜 위력을 발휘한다고 본다. 개인화가 그것들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고, 소셜 미디어를 쓰는 모든 사람에게 다른 스크롤링으로도 매우 비슷한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렘키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그는 알고리즘은 우리가 플랫폼과 부딪치는 매 순간을 통해 각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약'을 실시간으로 진화시킨다고 해석하는데, 그래서 이 모든 게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신선함과 예측 불가능성의 역할도 덧붙인다. 예를 들면, 신선함은 내성으로 생기는 지루함을 이기기에 같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센 자극이 필요해지는 반면, 예측 불가능성은 인류가 희박하고 불확실한 자원 속에서 끈질기게 먹이를 찾도록 진화시킨 뇌의 부분을 건드린다고 한다. 따라서 가끔 찾아오는 보상이 그만큼 더 짜릿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로이트 대학 연구팀이 검토한 42편의 연구에서는 주의력 저하, 작업 기억 감소, 불안과 우울 증가, 자기조절력 약화, 그리고 중독과 비슷한 행동 양상 등 비슷한 패턴이 자꾸 반복되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못 박는다. 제1저자 마를레네 엡스터는 "짧은 영상 플랫폼이 '브레인롯'이나 극단적인 도파민 효과를 일으킨다고 확실히 주장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분석한 연구의 88%가 단순 횡단연구였고, 시간을 두고 추적한 종단연구는 단 2건, 뇌파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1건, MRI 연구도 1건뿐이었다. 상관관계는 보이지만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확실히 말하기엔 아직 데이터의 깊이가 얇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전면 금지 같은 극단적인 처방 대신 청소년들이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플랫폼의 설계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끌어당기는지를 알게 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다음 단계는 더 무서워진다
레인은 플랫폼들이 다음으로 파고들 곳이 결국 더 깊은 개인화일 거라고 보는데, 추천 모델이 더 정교해지고, AI가 실시간으로 개인 맞춤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당신이 좋아할 것'과 '당신에게 보여지는 것' 사이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라스킨의 경고는 조금 더 단호한데, 우리는 주의력을 조작하는 기술의 정점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성형 AI, 이른바 'AI 2.0' 시대로 들어서는 중인데, 이 기술은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합성 미디어부터 극도로 개인화된 가상의 관계까지, 생성형 AI가 주의력을 끌어모으는 능력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어떤 심리적 설계도 압도해버릴 수 있다.
스와이프 한 번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화면 반대편에는 30억 명의 행동 데이터를 먹고 자란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아직 자신의 가장 정교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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