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맛집 선택은 동료의 추천인가 SNS의 소문인가. 인기 있는 맛집을 찾는 방법은 펭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남극 아델리펭귄이 먹이 찾기에 실패했을 때 동료의 경험을 정보로 활용해 새로운 먹이터를 찾아간다는 사실이 실증 연구로 밝혀졌다. 단순히 무리를 짓는 게 아니라, '언제', '누구와' 함께 출발하느냐가 정보 전달의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번식기 동안 번식지를 동시 출발한 개체들 사이에서만 이 같은 정보 이전이 유의미하게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교(SOKENDAI)·국립극지연구소 이마키 토시타카(今木俊崇) 연구팀은 남극 뤼초-홀름만 토리노스 코브 아델리펭귄(Pygoscelis adeliae) 서식지에서 번식 개체 96~116마리를 동시 추적해 총 653회의 포식 여행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Royal Society B’ 6월호에 게재됐다.
집단 출발이 정보의 통로였다
조사지인 뤼초-홀름만 일대는 번식 시기 대부분이 해빙으로 덮여 있어 펭귄들이 수영이 아닌 도보로 먹이터까지 이동해야 했다. 입수는 해빙의 균열 지점에서만 가능했고, 실제 먹이 활동은 번식지에서 2~8km 떨어진 몇몇 지점에 집중됐다. 번식기 내내 반복되는 이 왕복 이동에서 펭귄들이 어떤 정보를 근거로 목적지를 정하는지가 이번 연구의 핵심 질문이었다.
연구팀은 GPS 로거로 10분 간격 위치 데이터를 수심 센서로 다이빙 패턴을 동시에 수집했다. 비디오 로거를 부착한 6마리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포식 다이빙으로 분류된 잠수의 87.1%에서 실제로 크릴이나 어류를 마주치는 장면이 확인됐다. 수심 데이터가 포식 성공도의 신뢰할 만한 지표라는 근거였다.
우선, 펭귄들의 기본 전략은 '경험의 재현'이었다. 537회 분석 대상 여행 중 201회, 약 37.4%에서 직전 여행의 자기 이동 경로가 다음 먹이터 선택을 가장 잘 예측하는 변수로 나타났다. 전번에 먹을 수 있었던 곳으로 다시 가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번식지에서 동시에 출발한 동료가 있는 175회 여행을 별도로 분석하자 다른 층위가 드러났다. 이 중 30회(17.1%)에서는 동료가 직전 여행에서 다녀온 먹이터가 해당 개체의 이번 행선지를 더 잘 예측했다. 연구팀이 무작위 교체 시뮬레이션을 100회 반복한 결과 임의로 배정된 무리 구성원보다 실제 함께 출발한 동료의 정보가 훨씬 높은 빈도로 먹이터 선택을 예측했다. 반면 번식 파트너의 정보는 이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마키 연구원은 "집단 출발이 사회적 정보 전달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점은 총 182쌍으로 확인된 동시 출발 쌍의 구성이 매우 유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동일한 쌍이 여러 차례 동행한 경우는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정보 공유가 특정한 친밀 관계에 묶이지 않고 매번 달라지는 조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펭귄의 '맛집 소문'은 단짝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날 우연히 함께 길을 나선 동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다.
'실패한 펭귄'이 더 많이 동료를 따랐다
다음 질문은 '누가' 동료를 따르느냐였다. 연구팀은 70마리의 수심 데이터에서 3만 1,601회의 포식 다이빙을 분류하고, 시간당 포식 다이빙 빈도를 포식 성공도 지표로 삼았다.
결과에 따르면 직전 여행에서 잘 먹은 개체일수록 다음 여행에서도 자신이 아는 먹이터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허탕을 친 개체일수록 동료가 다녀온 곳을 따라 행선지를 바꿨다. 연구팀이 분석 방식을 달리해도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행동생태학에서 '성공하면 유지(win-stay), 실패하면 전환(lose-shift)'으로 알려진 전략과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사회적 정보를 활용하는 개체는 주로 직전 여행에서 포식에 실패한 펭귄들이었고, 성공한 개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먹이터로 돌아가면서 사회적 정보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집단 출발이라는 구조 안에서 성공한 개체는 자연스럽게 '정보 제공자'가 되고 실패한 개체는 '정보 수혜자'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정보 이전이 반드시 의도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개체가 직전 먹이터로 돌아가는 행동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실패한 동료가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저 친구가 잘 먹었다'는 판단이 없이도 정보는 이동한다.
번식 무리는 '정보 허브'인가… 조건과 한계
이번 연구는 번식 무리가 단순한 집단 서식 공간을 넘어 먹이 정보의 유통 구조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 센터 가설(information centre hypothesis)'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이론이었지만, 실제 야생 번식 무리에서 GPS 기반 동시 추적으로 경험적으로 검증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번 연구는 그 빈자리를 채운 몇 안 되는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구팀은 결과 해석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지는 번식 쌍 135쌍에 불과한 소규모 무리로 일반적으로 1천 ~ 10만 마리 규모에 달하는 아델리펭귄 번식 무리의 규모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빙으로 둘러싸인 환경 특성상 먹이터의 위치가 장기간 고정돼 있었다는 점도 변수다. 연구팀은 "먹이 자원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정보 전달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번식 무리에서는 하위 집단 간 먹이터가 분리되는 경향도 보고돼 있어, 정보 공유가 무리 전체 수준에서 이루어지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집단생활의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동물들이 무리를 이루는 데는 먹이 정보라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이익이 존재하며, 그 이익은 실패를 경험한 개체에게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맛을 잘 아는 동료 뒤를 따라나서는 것, 어쩌면 실패한 날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펭귄도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6-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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